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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련 법제도가 여성의 현실을 변화시켰는가?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정책의 청사진과도 같은 법률이다. 이 법은 여성정책의 정의와 여성정책의 수립과 시행, 점검 그리고 여성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내용, 목표뿐 아니라, 여성발전기금의 설치.운용.사용, 여성단체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어 15년이 경과하는 동안 한국의 여성관련 법과 제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관련 법이나 제도가 여성의 현실을 변화시켰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에 관한 논의는 바로 이런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여성발전기본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여성관련 법과 제도가 실제 여성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정책이‘여성발전’이 아니라‘성차별 해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별개발지수는 상위권, 남녀격차지수는 최하위권 
   

일다-박희정의 만평

2007,2008년도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에 의하면 평균수명, 성인문자해득률, 교육수준, 1인당 GNP 등으로 산정된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의 경우 한국은 177개국 중 26위다. 그리고 남녀 간의 평균수명, 남녀 간 문자해득률, 남녀 간 교육수준 및 예상소득수준으로 산정된 성별개발지수(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GDI)는 140개국 중 26위로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원 및 여성공무원의 비율, 여성 관리자 및 전문직 종사자 비율, 여성 전문기술노동자 비율, 남녀 간의 예상소득비율로 산정된 성별권한지수(Gender Empowerment Measure: GEM)는 93개국 중 64위에 그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HDI 상위 50개국 중 성별개발지수(GDI)와 성별권한지수(GEM) 간의 격차가 일본 다음으로 큰 국가라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여성의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능력이 개발되어 왔지만, 그에 걸맞는 정치‧사회‧경제적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또,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성취도, 생존과 건강, 정치권한부여 등을 통해 남녀격차와 평등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남녀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에서 한국은 115개국 중 88위로, 아프리카의 튀니지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경제참여와 기회에서는 128개국 중 90위를 교육성취도는 94위, 건강과 생존은 106위, 정치권한부여는 95위로 여성의 경제참여와 정치적 권한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가 얼마나 강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정책이 ‘여성발전’이라는 발전론적 접근에서 벗어나, 성별개발지수와 성별권한지수, 성별격차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말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차별이 구조적 차원의 문제임을 전제하지 않고, 여성의 지위 향상 등과 같은 여성발전만 염두에 두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여성발전’보다는 성차별 구조의 해소 즉, 성차별금지와 성평등 촉진정책으로 여성정책의 중심이 변화되어야 한다. 
 
‘여성발전’보다는 성차별 해소가 중요
 
다음으로는 성 주류화 전략이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은 국내외적으로 성 주류화전략으로 변화되고 있다. 성 주류화 전략이란, 실질적 평등을 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여성에 대한 특별한 지원뿐 아니라, 불평등을 야기하는 남성편중 구조와 고정된 성역할을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를 넘어서서 ‘여성이 사회전체의 모든 분야에서 충분히 참여하고 각종 정책 및 프로그램에 성평등 관점이 통합되어 사회발전의 목표와 원리, 운영방식과 절차가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성 주류화를 위한‘3대 수단’이라고 불리는 것은 ‘성별영향평가’,‘성인지 예산’, ‘성별분리통계’인데 각기 법제화되어 실시되고 있거나 실시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이들 3대 수단은 여성발전기본법, 국가재정법, 통계법 등에 산발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소관부처가 달라 여성정책의 성 주류화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이를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여성정책의 기본법 안에 성주류화 정책 간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정을 담아 성주류화 정책을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평등기본법 통해 성주류화 정책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마지막으로 성평등 정책과 성주류화 전략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여성부의 조정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조직법상 여성부는 여성정책의 ‘기획’과 ‘종합’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성평등 정책은 정치.경제.교육 등 타 정책과 연결성을 갖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정책이고, 모든 영역과 정책에서 성평등 관점을 통합하는 성주류화 전략은 정책 간의 조정기능을 무엇보다 필요로 한다.
   
현행 여성발전기본법 상 각 부처 간의 여성정책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있으나, 여성정책조정회의는 실질적으로 관련 부서의 정책을 조정.심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각 부처의 장관급으로 구성되는 여성정책조정회의는 1년에 1회 정도 개최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도로는 성평등 정책의 조정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특히 여성부의 권한과 역할이 미약해진 현재에서는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책 간의 조정기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성정책 조정기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성정책의 목표와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는 여성정책의 기본법인 여성발전기본법을‘여성발전’에서 ‘성평등’으로 정책의 목표가 변화되었음을 분명하게 하는 성평등기본법으로 법명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또, 성주류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추진체계(조정기능)를 강화하고, 성차별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성차별 금지와 구제에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연계 추진, 정책의 성평등 효과를 증진하기 위해 성 주류화 조치 실시, 성주류화를 위한 정책 간의 연계 명문화, 시책의 실효성 확보와 여성취약계층에 대한 시책 실시와 시민사회와의 협력지원 등을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법의 내용이 변화되어야 한다. 
 
<박선영님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일다 편집위원입니다. 여성발전기본법의 개정 방향에 대한 글을 기고해주셨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 ‘남녀의 동등한 권리’ 헌법에 규정돼야 [] 아동은 ‘반인분’ 아닌 완전한 사회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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