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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승무원제 무인역사 도입…대규모 인력감축 이동권을 요구하며 장애인들은 오랜기간 싸워왔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사고로 숨진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시발점으로, 많은 장애인들과 장애단체들은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해왔다. 삭발, 단식, 노숙, 선로점거 등 말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이같은 투쟁의 성과로 2005년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2008년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받는 사회로 가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고, 지금 우리가 길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은 암담하다.
도시철도공사는 현재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무인역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역사에 사람이 줄어들었음을 실감할 것이다. 안전인력을 충원해도 부족할 판에, 철도공사는 직간접적으로 안전을 책임지는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과정에서 관련단체들은 지금까지 줄기차게 역사 내에 안전인력을 배치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할 것을, 그리고 교통약자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요구해왔다. 현재도 부족한데 그나마 인력을 아예 배치하지 않겠다고 하니, 철도공사 측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
지난 5월 5일 밤 10시경, 서울역에서 부평역에 가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던 뇌성마비 1급장애인이 플랫폼과 차량 사이(약25cm)에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빠진 상태에서 스크린도어가 닫혀, 스크린도어에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공익요원의 안내를 받아 플랫폼까지 이동했었다. 공익요원은 승강장 간격이 넓다거나, 안전발판이 배치되었다는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더 늦으면 귀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백운역까지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사고사실을 알리고 귀가했고, 그 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사고 당시 서울역 측이나 기관사 누구도 사고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피해자 일행이 알린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공익요원의 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거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작년 7월 17일, 제물포역에서는 시각장애인 한 명이 선로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역사에는 안전펜스만 설치되어 있을 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플랫폼에 안전요원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제물포역 시각장애인 추락참사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제물포역 시각장애인 추락참사는 스크린도어와 같은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또 “철도공사 측에 이번 사고의 책임이 있으나, 책임을 외면하고 똑같은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원회는 철도공사에 ▲제물포역 시각장애인 추락참사 책임을 통감하고 공개 사죄할 것 ▲모든 역사에 스크린도어 및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 ▲현실적인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 등을 공식 요구했다. 코레일 서부지사장이 공문을 통해 답변을 주기로 약속했고, 병무청에 공익요원을 보충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건 발생 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제물포역은 여전히 안전펜스만 있고, 안전요원은 배치되어 있지 않다. 올해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도 없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순간을 모면하기에만 급급했을 뿐, 안전보장과 사고재발방지를 위해서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민의 생명보다 예산의 논리를 앞세워도 되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단체에서 수차례 철도공사 측에 전 역사와 전 열차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인력을 배치하라고 요구해왔다. 교통약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질 적정한 인력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철도공사는 무인역사 시스템 도입, 1인 승무원제도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교통약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더 나아가 모든 시민의 안전과 사회 환경개선에도 기여해왔다. 사람의 안전과 목숨보다 예산의 논리를 앞세워도 되는가? 시민들의 안전과 철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무인역사 시스템 도입과 인원감축에는 반대해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또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외쳐야 우리의 소리를 들을 것인가. /김소희님은 <일다>의 독자위원입니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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