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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힘없는 신인배우”였던 故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의 수사기관은 ‘성 착취’의 피해자였던 젊은 여성이 직접 쓴 호소의 글과 명단을 입수하고서도,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기는커녕 고인의 존엄성을 또다시 훼손하고야 말았다.
 
“힘없는 신인배우” 또다시 희생양 돼
 
지난 3월은 故 장자연씨가 생전 ‘성 상납을 강요당했다’며 그 명단을 적은 일명 ‘장자연 리스트’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회가 충격으로 들썩였다. 한 젊은 여성연예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성 착취의 고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인가, 힘없는 약자를 잔인하게 이용하고 착취한 자들이 밝혀지고 처벌받을 것인가, 많은 이들이 분노하며 경찰수사에 주목했다.
 
그러나 경찰은 故 장자연씨의 49제가 있던 날인 4월 24일, 수사대상 20명 가운데 감독과 금융인 등 8명을 강요와 강제추행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1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언론계 인사들을 포함한 11명에 대해선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장자연 리스트’는 자필로 쓴 문건임이 확인됐으므로, 결국 경찰의 수사결과는 故 장자연씨가 거짓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고위직 인사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때문에 경찰의 수사는 사건의 변죽만 두드리며 유력인사들에게 면죄부 주기에 급급해, 고인의 인권을 또 한차례 훼손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조선일보 손배소 제기, ‘사법부’가 진실 규명해야
 
이제, 장자연 사건은 2라운드에 들어섰다. 경찰의 ‘혐의 없음’ 발표와 함께 법적 정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던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공교롭게도, 2라운드의 서막을 알린 것은 ‘장자연 리스트’에 경영주가 거론된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조선일보사와 특정임원이 이 사건에 연루됐고 사건을 은폐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종걸(민주당), 이정희(민주노동당) 의원, KBS.MBC와 소속 기자들, 언론단체 대표, 언론비평매체 논설위원 등을 상대로 약 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5월 22일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 선언식 ©일다

이에 대해 장영화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이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새로운 장’을 마련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 수사기관이 해내지 못한 진실 규명을 “사법부”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영화 변호사는 5월 22일 여성단체들이 마련한 토론회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성착취 침묵의 카르텔 어떻게 깰 것인가”에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앞서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 대해, 수사관이 지켜야 할 “원칙과 매우 다르다”고 비판했다. 수사관이 “유력한 증언을 한 사람”을 수사에 참여조차 시키지 않고, 일관성 없이 말을 번복하며, “기소중지”도 아닌 “무혐의”라는 결론을 서둘러 내린 것 등을 지적하며 “이러한 수사당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장자연씨가 쓴 ‘리스트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법이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사법부가 세상사람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잊혀진 사건’으로 만들지 않겠다
 
한편, 문화예술단체들과 여성단체, 영화산업관련 조직들과 개인 140여명으로 발족한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은 장자연 사건을 여성과 약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진상규명 및 제도개선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는 5월 22일 가진 출범식에서 “수사기관은 수사종결을 잠정 발표했지만, 우리는 여성연예인의 죽음을 둘러싼 침묵을 깨고, 이 사건을 ‘잊혀진 사건’으로 만들려는 침묵의 카르텔에 저항하기”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의 협조를 통해 ‘연예계의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용역연구기관 선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이여울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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