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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에서 길을 찾는 청소년들을 위해
 
지난 금요일에는 청소년들의 발표회를 다녀왔다. 학교를 나와 홈 스쿨링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했다. 다녀온 곳은 이들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이들에게 친구를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기도 하는 교육공간이었다.
 
나는 이 청소년들이 보고 싶었다. 그들이 학교를 떠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지, 또 이런 대안적인 교육공간은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대안교육공간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모습
 
우선, 찾아간 교육공간이 너무 멋졌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쾌적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넓은 뜰에는 나무와 꽃들로 우거져있었다. 실내 역시, 많은 도서가 갖추어진 서가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들이 쾌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민주적이고,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계신 것 같았다.
 
그날은 운 좋게도 그곳을 드나드는 청소년 상당수가 참여한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들은 좀더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무엇이 좋을지에 대해 토론했다.
 
그러나 토론에 열심인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고, 몇몇은 아예 자고 있기까지 했다. 한 여학생은 손톱을 다듬고 있었는데, 손톱 다듬는 걸 멈추지 않으며 불만에 찬 표정으로 말한다.
 
“자주성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우리는 왜 억지로 참석해야 하지요?”
 
나는 그런 청소년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 학교를 그만두었는지 모르고, 그런 그들을 한심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무관심한 청소년들까지 이곳에서 받아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대안교육공간은 학교를 떠나 자발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이런 훌륭한 공간이 정작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까지 했다. 학교 밖에서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는 이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들 대부분은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펼치기 위해 학교를 나온 청소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멋진 청소년들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많이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뭐가 되고 싶다는 열정도 없이 나른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학교 밖에서도 꿈을 키워주는 공간 많아지길
 
나는 학교가 얼마나 권위적이고 경쟁적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거기서 낙오되었건, 아니면 자발적으로 나왔건, 그 어떤 이유에서건 제도교육을 박차고 나온 청소년들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공간이 그렇게 학교를 나와서,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나른한 아이들의 쉼터여야 할까? 또 “왜 성장해야 하지?”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성장해야 하는 이유부터 가르치는 곳이어야 할까? 물론 이런 위상도 그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난 이곳이 그런 쉼터가 되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이 미래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은 학교 밖에서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라고, 그걸 기대하면서 학교를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없다면, 그들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소중한 교육공간은 바로 이런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고 싶은 청소년들은 좀더 쉬어도 좋을 것이다. 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청소년들도 좀더 그렇게 있어도 좋겠다. 아니, 그렇게 쉬거나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은 꼭 필요한 것이기까지 하다. 그 끝에서, ‘이제부터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나도 한 발짝 내디뎌볼까!’라고 결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 그들의 선택을 도와주고,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 바로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꼭 제도교육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공간. 이렇게 쾌적하고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이, 만사 지루하고 의욕 없는 아이들의 쉼터가 되어버리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로 보였다.
 
청소년 시절의 꿈은 너무 중요하다. 제도교육을 통해서만 꼭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희망을 주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도 다양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곳이 많았으면 한다. 그 길에 바로 이 대안교육공간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인진의 교육일기/ 일다 www.ildaro.com
 
[정인진의 교육일기] 숙제가 너무 많아서 | 문제는 아이가 아니다 |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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