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침묵의 순간을 지키고 싶다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짬을 냈다. 굳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의 불편함도 감수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때문이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도 ‘말’ 없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궁금함이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도원 안에서는 수행자의 발걸음 소리, 찬송 소리, 또 수도원 밖에서는 천둥, 번개, 비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릴 뿐, 수행자의 침묵수행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더하는 배경음악과 같은 별도의 효과도 없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묵한 채 관람에 집중했지만, 영화관 안은 자잘한 소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통화하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
“박봉에 죽어라 일해도, 한 마디 못했어” 2010년 1월 26일, 이화여대 환경미화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출범식이 열렸다. 반장 말이 하늘이고 소장 말은 우주였던 그녀들. ‘교직원은 학교 높으신 분들이고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래서 자신들은 밑바닥인 줄 알았다. 이 글은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든 그녀들의 가슴 졸이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아줌마는 돈이 최고야. 돈으로 이야기해야 해.” 세상에서 ‘아줌마’라 불리는 그녀가 말한다. 동료들에게 노동조합을 하자는 이유로 ‘돈’을 앞세우다니. 그녀를 향해 마지못해 웃음을 지으며 노동조합이 필요한 다른 이유를 물어봤다. “아줌마들은 지인짜 돈이 필요해.” 순간 입가에 걸리던 웃음이 사라진다. 머리카락 빠진 휑한 정수리를 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