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은지가 만난 사람] 심리치료사 신진원 퇴근하고, 자주 가는 가게에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녀의 입가엔 연신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싱글벙글, 꿈을 꾸는 듯한 표정도 짓다가. “오늘은 아이들만 생각할래.” 한마디.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웠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나에게 믿음을 주네.”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튼튼하게 서른을 맞이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해도 마흔이 채 되지 않는 나이야. 내가 하는 일에 정말 감사해. 이 일을 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렇게 말하는 그녀, 신진원씨는 심리치료사다. “내가 아직 상담초심자니까,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어. 아, 과연 될까? 그런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 내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아니거든.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이 뭔가 변화될..
윤춘신의 생활문학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뭐 먹고 살래] 그는 없다. 작년, 감자 심을 때 저 세상으로 갔다는 그의 흔적 위에 내가 산다. 허물어지는 흙 담과 쥐 굴로 연기가 폴폴 새 나오는 아궁이에 장작을 밀어 넣고 불 냄새를 맡는다. 마당 가득 연기가 퍼지니 구름 위에 뜬 집이 된다. 구름 한가운데 섰다. 마당 입구에 서있는 매실나무를 확인하고 집 뒤란을 돌아 대나무 숲을 끼고 걷는다. 이곳에 살면서부터 마당 앞길보다는 집 뒤로 돌아 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