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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해고,폭행…하청노동자 참아라?
                                                                                                   <여성주의 저널 일다> 안미선 
 
 
한 여성노동자가 있다. 그녀는 14년 동안 한 공장에서 일했고 이혼하고 세 아이를 기르는 가장이었다. 한 자리에서 같은 동료들과 일하는 동안 하청업체는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
 
성희롱 시달리면서도 침묵해야 했던 하청노동자
 

▲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     
 
2009년 4월부터 하청업체의 작업관리자 두 명이 그녀에게 성희롱을 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우리 둘이 자고 나서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고도 했다. 밤에 그녀가 아이들과 있는 집에 몇 번씩 전화를 해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했다. 작업장에서는 “이년아” “개좆같이” 따위 욕설을 하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치고, 어깨와 팔을 주물러댔다. “간밤에 힘 좀 썼더니 오늘은 기운이 딸린다”, “나는 밤새 해도 끄떡없다”는 소리가 그녀가 일하며 들어야 하는 소리였다.
 
하청노동자인 그녀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핸드폰에 남아 있는 문자와 통화내역을 한 동료에게 보여주며 펑펑 울었을 뿐이다. 12월, 그녀는 ‘정직 6개월과 보직변경’을, 다시 ‘감봉 3개월, 시말서 제출’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잘못된 언행을 감행하여 회사 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회사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사위원회에는 성희롱 가해자인 소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하청노동자였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7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대법원이 현대차의 고용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그녀는 갑자기 알게 된다. 2년씩 재계약하며 이름만 바꾼 바지사장(하청업체) 밑에서 일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제몫을 주지 않고 착취하는 불법파견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현대자동차가 저지른 불법 아래서 14년 동안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일했다는 것을.
 
국가인권위에 성희롱 사건 진정 후 해고돼
 
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누려야 했을 이로서, 그녀는 처음으로 사람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8월 12일에 사내하청노동조합에 가입하고 9월 3일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사건 진정을 접수했다. 그리고 바로 해고당했다. 이유는 역시 ‘회사 내에서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만나 심경을 물어보았다.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어 착잡하고 답답하고, 혼자 앉아 펑펑 울기도 하고 혼자 욕도 하고. 이런 수모를 다 받았는데 덮고 가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힘드니까 터뜨렸거든요. 제가 피해자이면서 해고까지 됐지만, 회사에서 처음부터 당했던 고통에 비하면 지금 고통은 반도 안돼요. 회사에서 받았던 고통이 더 심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나요?”
 
“원청 직원과 하청업체의 관리자들이 우리를 쉽게 보는 거요. 자기네는 할 말 다 하면서 우리를 로봇처럼 시키고, 우리가 힘없는 여자라고 말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내뱉고 천대해요. 정직원한테, 원청한테는 그렇게 못해요. 현대자동차 안에서 상전과 종의 차이, 딱 그 실태에요. 성희롱을 당해도 우리는 기분이 나빠도 말을 하면 안 돼요. 안 좋아하는 표시를 내면 업무에서 힘든 거 시키거나 업종을 바꾸는 걸 알기 때문에 기분 나빠도 대놓고 말할 수 없어요.”
 
하청업체 사장, 성희롱 가해자로부터 2차 가해 시달려
 
그녀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시작되는 1997년부터 일 해온 노동자였다. 하청업체 사장은 오히려 성희롱 당한 피해자에게 “전화녹취는 불법이기 때문에 당신이 불리하다.”며 증거메시지가 남은 전화기를 가져오라고 다그치고 허위사실로 위협했다. 불법행위를 고소고발 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퇴근 후에도 피해자를 집에 보내지 않고 전화기를 가져오라고 소리 지르며 다그쳤다. 그녀는 이어지는 2차 가해와 협박에 시달렸다. 아산공장 공장장은 성희롱 예방교육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14년 동안 일하면서 말 한 마디 못하고 정말 힘없이 일했기 때문에 올해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정을 뉴스에서 보고 노동조합 가입해서 정직원 되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다 싶었죠.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입했어요. 조합원으로서 성희롱 때문에 고통당했다고 말했고 알리고 싶었어요. 현대자동차의 모든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억울한 일이 하청업체에 일어나지 않게 알리고 싶었어요.”
 
문제 생기면 폐업·해고, ‘원청이 하청을 쓰는 이유’
 
그녀는 해고되었고 하청업체인 금양물류는 11월 4일 폐업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하청업체를 폐업하고 노동자를 해고한다, 이것이 원청이 하청을 쓰는 이유다.
 
“성희롱 사건이 이슈화되어 알려지니까 금양물류 사장이 폐업처리하고 가면서 폐업 전, 저를 해고시켰어요. 너는 금양물류에서 일한 직원인데, 금양물류가 가버리면 너는 돌아갈 근거가 없다면서 근거지를 없앤 거예요. 4일에 폐업하고 바로 다시 현진기업이 들어온 상태인데, 사장 하나만 다시 온 거죠. 그걸 14년 동안 한 거예요. 97년 정원기업으로, 제동산업으로, 웰비스마스터에서 웰비스트랜스로, 웰비스로, 금아글로리산업으로, 금양물류로, 업체가 수도 없이 바뀌었어요. 공정, 인원, 출고장은 그대로, 사장만 바뀌는 거예요.”
 
현대자동차는 금양물류가 자신의 하청기업인 글로비스의 재하청 기업이므로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커지고 떨린다.
 
“현대자동차 출고장 안에 원청직원들이 모든 걸 관여하고 그 지시를 받고 우리가 일해요. 우리가 현대자동차를 내보내는 거지, 삼성자동차나 대우자동차를 내보내는 거 아니잖아요. 우리 일이 현대자동차를 내보내는 일인데 현대자동차와 관계가 없다는 건 말이 안돼요. 고객들이 사는 현대자동차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고. 현대자동차 직원의 관리감독 하에, 출고 피디아이 담당자가 있어요, 그 지시 아래 일해요. 상관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현대자동차가 직접 생산공정을 운영하는 공장에서 현대자동차 정직원의 관리감독을 받고 14년 동안 일한 이 여성노동자는 대법원 판결에 비추면 당연히 현대자동차의 정직원이다. 사내협력업체가 중간에 원청회사와 도급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제조업에는 허가되지 않은 불법파견 관계다. 하청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기보다 나이 어린 소장에게 ‘이년, 저년’ 반말을 들으며, 관리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며 산 세월이 불법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가장 바라는 것은 똑같이 사람대우를 해 달라, 똑같은 인격체인데 원청은 사람대접해주고, 하청은 하시보고 왜 사람대우를 안 해주냐. 항상 바라는 거는, 우리도 같은 사람이다,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거예요. 월급에서도 차이가 나고, 무엇보다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으니까요. 나를 봐요, 사내하청 업체의 여성노동자가 말을 했다고 해고됐잖아요. 안에서 해준 게 해고밖에 없어요.”
 
1인 시위 중 폭행당해 전치 4주의 부상 입어
 
해고는 끝이 아니었다. 10월 14일,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데 현대자동차의 정직원 관리자와 경비들이 달려들어 폭행했다. 자신들의 하청 여성노동자가, 말 한마디 못하고 희롱을 당하고도 쥐죽은 듯 있어야 마땅할 ‘저년’이 감히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서 있다고, 그들은 우우 덤벼들었다. 입을 막아야 했다. 자신도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감히 말하는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불법파견이라 판결난 자신들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정규직 원청 관리자들이 나와 ‘여기는 현대 땅이니까 나가라! 아줌마, 쪽팔리지도 않냐?”고 해요. ‘내가 왜 챙피하냐! 나는 정당하다. 피켓 들고 내가 서있으니 당신네가 챙피해서 막으러 온 거 아니야.’ 고 했어요. 그러니까 나를 양쪽으로 잡아 ‘저리 옮겨! 들어!’ 해요. ‘내가 짐이냐! 왜 짐짝처럼 옮기냐! 놓아라!’ 기가 막혔어요. 아침 출퇴근 시간이라 차가 도로에 많은데 그 도로에 그냥 밀어버리더라구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녀는 8일 만에 병원을 나와 다시 1인 시위를 했다. 11월 1일, 경비 삼십 여명과 정규직 관리자들,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다시 달려들어 “현대땅에서 나가라!”며 차도로 그녀를 팽개쳤다. 내가 만난 그녀는 병원에 있었다. 팔에 붕대를 감고 손등에 주삿바늘을 꽂고 목에는 염좌 부상을 입은 채였다. 허벅지와 가슴, 손목과 팔뚝에 피멍이 들었다. 성희롱 사건을 규탄하며 현대자동차 앞에서 연대집회를 하던 이들도 작업화에 차여 쇄골과 갈비뼈에 금이 가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싸워서 복직해서 가야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억울했기 때문이에요. 말로 안 되는 걸로 정직되고 감봉되는데, 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심지어 저를 비웃어가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받은 심적 고통이 너무 컸어요. 아무 이유 없이 잘못한 거 없이 힘없다는 이유로 혼자 산다는 이유로 정말 일방적으로 당한 거잖아요. 알렸다는 것 때문에 후회 안 해요.”
 
"파견사업장,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권의 사각지대"

 ▲ 11월 2일, 여성단체 및 진보정당이 함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작업장 안에서, 가해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그녀를 제외한 사람들과 평소처럼 대화하고 일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일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볼 때마다 계속 생각이 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간이 흐르는 것이 힘들었다. 피해사실을 알리고 나서는 ‘밤길 조심해라’,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힘없는 하청입니다. 정규직도 아니고 하청의 노동조합인 사내하청지회가 힘이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맘먹으면 저 같은 사람 하나 죽이는 거야 쉽겠죠. 제가 14년을 일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얼마나 다른지 왜 모르겠습니까? 하청노동자를 편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밝힌 글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이 아무리 힘이 있어도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되는 겁니다. 사람이 살면서 항상 약한 자의 편에 서야 하는 게 맞아요. 현실은 그렇지 않죠. 현대자동차, 정몽구 거대한 자본 앞에서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근데도 저는 하늘은 억울하고 약한 자의 편이고, 저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힘없다고 해서 가지를 함부로 쳐내면 그 가지들이 꿈틀댑니다. 가지들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아요. 힘을 다해 내 모든 걸 다해 싸우고 싸움의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현대자동차 공장 안에 여성노동자가 참 많아요. 제가 복직이 됨으로써 안에 있는 말 못하는 하청여성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 그 사람들이 당했을 때 용기를 가지고 떳떳하게 말 한마디 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녀는 16일부터 다시 현대자동차 공장 앞으로 일인 시위를 하러 간다. ‘돈 앞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지만 사람으로서 소리 내고 싶어서, 폭력이 기다리는 공장 앞에 간다.
 
피해자 대리인인 조합원 권수정 씨의 말이다. “그녀를 혼자 두면 안 됩니다. 그녀가 혼자 맞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녀는 지금 정규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성희롱 가해자 처벌과 명예회복, 복직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파견문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인권의 사각지대입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파견사업장에서 지금도 얼마나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뿐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고통 속에 있는지 모릅니다. 성희롱 당한 것을 말도 못하는 정도가 돼버리면 이것은 너무 야만적인 사회입니다. 노동자에게 노예를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안미선) 일다 www.ildar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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