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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성연습 6:         정의를 사용해서 새로운 생각하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창의성연습 6: 정의를 사용해서 새로운 생각하기

새로운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정의’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의란 어떤 단어나 물건의 뜻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생인 만큼 이 수업에서는 ‘사물’에 한정해서만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물의 뜻은 한가지로만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정의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개성이 담긴 정의가 더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오늘 수업은 5학년인 형철, 지원, 세영, 광진의 사례를 소개하기로 하겠다.
 
‘정의를 이용해요’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한 노인이 막대기를 가지고 지팡이로 쓴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막대기는 ‘걷기를 도와주는 물건’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정의를 내렸다면 지팡이로 사용하던 막대기는 잊고, 그 물건의 정의 즉 ‘걷기를 도와주는 물건’이라는 말만 생각한다.
 
이제, <걷기를 도와주는 물건>을 만들어 보자. 이 정의를 가지고 어떤 사람은 ‘잘 걷지 못하는 사람이 특별하게 제작된 휠체어에 앉아 운전을 하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물건’을 생각했다. 그렇다. 이 물건은 우리가 잘 아는 물건인 “전동 휠체어”다.
 
이 정도에서 설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연습을 시켜보자. 첫 문제인 만큼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정의의 개념과 수업의 원리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하자.
 
<문제 1. ‘동화책’을 정의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봅시다.>
 
지원이는 동화책의 정의를 ‘어린이가 보는 것’이라고 내렸고, 형철이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며 보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의를 내렸다면, ‘동화책’이라는 단어는 잊어버리기로 하자.
 
이제 발표한 정의만 생각하면서 그것이 이루이질 수 있는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어 보기로 하자. 늘 그렇듯, 말도 안 되는 엉뚱한 것이어도 좋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정의를 이용해 이 아이들이 발명한 물건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가 보는 것’을 생각한 지원이는 <지루함을 잡는 게임기>를 발명했다. 아이들이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게임기로, 건전지를 넣는 거라서 휴대 가 가능하고 친구와 시합도 가능하단다.
 
또 ‘모든 사람들이 즐기며 보는 것’이라고 발표한 형철이는 <북퓨터>라는 물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였다. “책처럼 생긴 컴퓨터를 펼치면 책 놓는 곳이 있다. 거기에 책을 올려놓으면 화면으로 책의 내용이 나오고 넘겨가면서 볼 수 있다. 화면은 터치스크린이다. 게다가 선택 버튼이 있어, 책을 볼 건지, 컴퓨터를 할 건지 선택할 수 있다. USB를 꽂는 곳, CD를 넣는 곳, 카세트를 넣는 곳들이 있다.”
 
어린이들이 수업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한 것 같다. 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학생이 있다면 문제를 풀 때, 교사가 좀 더 설명을 해 가며 도와준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답을 잘한 어린이도 처음에는 좀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잘 한 어린이들에게도 아낌없는 칭찬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연습을 거듭하면서 더욱 상상력 넘치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될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또 해보기로 하자.
 
<문제 2. ‘필통’의 정의를 내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보세요.>
 
형철이는 ‘물건을 넣을 수 있다’고 정의내리고 <순간이동 쓰레기통>을 발명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이 물건을 설명했다.

1. ‘열려라’라고 말한다.
2. 던져 넣든, 집어서 넣든 어쨌거나 쓰레기를 집어넣는다.
3. 쓰레기를 넣고 ‘닫혀라’라고 말하면, 쓰레기장으로 순간이동한다.
※주의: 小, 中, 大, 太로 사이즈가 나누어져 있는데, 대용량쓰레기통에 사람이 들어가면 큰일 남.
 
세영이는 ‘디자인이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다 먹어 접시와 컵>을 발명했다. 세영이가 발명한 물건은 다음과 같다. “디자인이 예뻐서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이나 음료(한약 같은 것) 등을 담으면 저절로 먹게 된다. 편식하는 일도 없어져서 건강하게 된다. 살도 적당하게 돼 인기도 많아진다.”
 
아이들이 별 어려움 없이 척척 잘한다고 판단되면, 나는 설명을 반복하지 않고 다음 문제로 속도 있게 넘어가면서 좀 더 연습을 시킨다.
 
<문제 3. ‘지도’의 정의를 내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보세요.> 
 


▲ 세영이가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정의로부터 발명한 <길 찾아 주면 안 잡아먹지!> 지팡이  
 
세영이는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물건’이라고 정의 내리고, ‘시각장애인, 길치, 또는 노인을 위한 발명품’인 <길 찾아 주면 안 잡아먹지!> 지팡이를 만들었다. 이 물건은 다음과 같다. “지팡이에 ‘음성기’가 달려있어서 목적지를 지팡이에 대고 손으로 쓰면 그곳으로 간다. 가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준다. 위험한 상황에는 경찰이나 가족에게 알려준다. 나쁜 사람들이 나타나면 지팡이를 들면 지팡이가 때려준다.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들은 신호등을 건널 때 말로 통제를 해준다.”

광진이는 ‘위치를 알 수 있다’고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이 정의에 해당하는 다음과 같은 물건을 만들었다. “지금의 위치를 알고 싶을 때는 이 물건을 땅에 깔고 동그란 작은 버튼을 누르면 이 지역의 위치, 특성, 위험수치, 특산물 등 여러 가지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지금까지는 어린이들이 활용할 단어는 내가 제시해 주었다. 이젠 아이들이 직접 고른 단어를 가지고 연습해 보기로 하자.
 
<문제 4. 생각나는 명사를 세 개 이상 쓰고,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세요.>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광진: 1) 야구헬멧 (야구할 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쓴다.)
         2) 손톱깎이 (손톱이나 발톱을 깎을 때 쓴다.)
지원: 1) 지우개 (지우는 것)
         2) 쓰레기통 (쓰레기를 버리는 것)
         3) 모자 (햇빛을 피할 때 쓰는 것)
 
이제 마지막 문제다.
 
<문제 5. 위 문제에서 발표한 정의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보세요.>
 
광진이는 ‘야구할 때 머리를 보호하는 물건’을 발명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이 물건의 설명을 덧붙였다.
 
“딱딱한 야구공이 머리에 왔을 때 보호할 수는 있지만, 확실히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모자 안에 로봇 팔을 넣어 아무리 빠른 강속구라도 그냥 손쉽게 잡힌다. 단점: 로봇이므로 헬멧이 무겁다.”
 

▲ 광진이가 발명한 '야구할 때 머리를 보호하는 물건'   
 
지원이는 ‘햇빛을 피하는 물건’을 발명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접을 수 있고 불어서 쓰는 것이다. 커서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막을 수 있고, 그늘도 크다. 사람모형이라서 불쌍해, 함부로 못 다룬다. 튼튼하고 가볍다.”
 
어느새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었다고 학생들이 아쉬움을 표현한다면, 수업은 성공적이다.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들은 늘 상상력으로 넘친다. 수업 속에서 자기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람인지 스스로 확인하면서 우쭐한 표정을 짓곤 하는데, 아이들의 이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는 건 언제라도 즐겁다. (정인진)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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