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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릴 건 없어요
정인진 선생님의 <하늘을 나는 교실>21. 재활용 정신
 

▲패트리샤 폴라코의 <할머니의 조각보>(미래 M&B)의 표지
 
오늘은 <할머니의 조각보>(미래 M&B)라는 동화책을 가지고 재활용 정신과 함께 어떤 물건을 대를 이어 사용하는 것에 관해 생각해 볼 것이다. 3학년인 성원, 지훈, 아영, 한결이 의견을 사례로 살펴보면서 공부를 해보자.
 
<할머니의 조각보>에서 안나 증조할머니의 옷이 작아지자, 어머니는 그것을 가지고 예쁜 조각보(조각보라고 번역되었지만, 실제는 퀼트이불이다.)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조각보는 많은 사람을 거치며,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결혼식이나 아이의 출산 등 중요한 순간들마다 매우 값지게 쓰인다.
 
함께 예문을 읽고 첫 번째로, 이 책에서처럼 낡은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린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또 무조건 재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유도하기보다 아이들이 재활용의 장점과 단점을 검토해보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단계를 나눠 질문을 한다.
 
<문제 1. 물건을 재활용할 때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봅시다.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 보세요.>
 
성원: 1) 환경오염이 되지 않는다.
         2) 쓸모 있게 쓸 수 있다.
         3) 더럽다.
         4) 이상한 게 묻어있기도 하다.

지훈: 1) 환경이 좋아진다.
         2) 쓰레기가 없어진다.
         3) 물건을 새로 안사도 된다.
         4)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았다면, 어떤 것이 마음에 드는지 판단해 볼 차례다.
 
<문제 2. 그렇다면, 낡고 못쓰게 된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안 좋다고 생각하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발표해 보세요.>
 
<문제1>에서 재활용한 물건의 단점도 곁들여 발표한 성원이는 마음에 안 든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더럽고 냄새가 나서 쓰기가 싫다’라고 한다. 반대로 재활용의 장점만 발표한 지훈이는 좋다고 했다. ‘재활용을 많이 하면 지구가 오염되지 않고 쓰레기가 없어진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밑줄 친 것처럼 성원이나 지훈이가 제시한 이유는 이 어린들의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지만, 너무 간단하다. 같은 학년의 다른 아이들의 발표를 살펴보자.
 
아영: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그 행동은 우리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자연을 아끼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분리수거도 잘해 안 좋은 냄새가 별로 나지 않을 것 같다. 또 자신의 추억이 될 수도 있다.

한결: 마음에 든다. 재활용을 하면 물을 다시 써서 환경보호가 되기 때문이다. 또 물건을 만들 때는 전기를 쓰는데, 재활용하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 쓰레기를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 오대호 작가의 정크아트 작품. 작가 홈페이지 www.junkart.co.kr  
 
물론, 바로 그 자리에서 성원이나 지훈이에게 더 자세하게 이유를 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기 생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주는 건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편안할 때라야만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자세하게 자기 생각들을 펼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참, 잘 썼네! 또 다른 건 없을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렴.” 하면서 조금씩 의견을 더 쓸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의견을 덧붙였다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아이들의 컨디션을 살펴가면서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시 공부로 돌아가 보자. 우리 주위에서도 재활용해 쓰는 물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도 폐지를 가공해 만든 것이다. 또 주위에 버려진 고철들을 가지고 조각품을 만드는 예술가도 있다. 못쓰게 된 것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나 재미있는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얼마나 물건을 재활용하고 있을까?
 
<문제 3. 여러분 가정에도 재활용한 물건이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만든 것도 좋고, 부모님이 만든 것도 좋습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나는 대로 많이 찾아보세요.>
 
성원: 1) 우유곽을 가지고 배를 만들었다.
         2) 케찹병으로 물총을 만들었다.
         3) 캔에 물을 넣어서 캔 물폭탄을 만들었다.

아영: 1) 깡통으로 미니 화분을 만들었다.
         2) 청바지를 잘라, 내 가방을 만들었다.
         3) 패트병에 물을 담아 화초에 물을 준다.
         4) 우유곽을 이용해서 장난감을 만들었다.
 
이 동화책 속에서 안나 증조할머니의 조각보는 대를 이어가며 소중하게 사용된다. 안나 할머니 가족처럼 어떤 물건을 자손들이 계속 이어서 쓰는 것은 마음에 드는지 생각해 보게 할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문제4. 한편, 안나 할머니의 조각보는 대를 이어 소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집에도 이렇게 대를 이어 사용하는 물건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인지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 보세요. 만약, 그런 물건이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발표해 봅시다.>
 
성원이네는 다른 어떤 아이들보다 대를 이어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이 많았다.

다음은 성원이가 발표한 것들이다.
 
1) 텔레비전 받침대는 할머니, 고모, 우리가 쓰다가 버렸다.
2) 식탁은 고모가 쓰고 우리가 쓴다.
3) 의자는 고모가 쓰고 우리가 쓴다.

그에 비해 지훈이는 이런 물건이 거의 없었다. 지훈이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사촌형이 준 옷밖에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또 할아버지 댁에 많이 안 가기 때문에 그런 물건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후손들이 소중하게 계속 써 줬으면 하는 것은 없습니까?>라고 물으며,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간다.
 
<문제 5. 여러분이 쓰고 있는 물건들 가운데, 대대로 물려 썼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까? 세 가지 이상 고르고, 그 이유도 함께 써봅시다.>
 
다음은 어린이들의 대답이다.

아영: 1) 책(지혜를 주고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2) 지도(후손이 여행을 갈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3) 멋있는 모자(후손이 멋을 부려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다.)

한결: 1) 1학년 때 쓰던 가방(이 가방은 1학년 때 아껴서 사용한 가방이기 때문에)
         2) 옛날에 쓰던 장난감(후손이 심심할 때 놀라고)
         3) 내가 다 읽은 책(다 읽은 책은 또 읽으면 지루하니까,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롭고 멋진 물건들이 매일 쏟아져 나와, 쓰던 물건은 금방 구식이 된다. 게다가 촌스럽다며 쓸 만한 물건을 쉽게 버리곤 한다. 이런 어른들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낡고 구식인 물건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유행에 뒤지는 물건이라도 계속 쓰고, 또 낡은 물건은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걸로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어른들의 태도와 생활의 이런 변화가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거라고 믿는다. (정인진)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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