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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정인진의 교육일기

동물은 놀잇감이 아니에요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10. 16. 13:06

정인진 선생님의 <하늘을 나는 교실>22. 서영이의 병아리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병아리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어른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많은 아이들이 작고 귀여운 병아리들에 열광한다. 어떤 어린이는 너무 예뻐서 사기도 한다. 오늘 수업에서는 이 병아리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요즘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란 용어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것은 ‘동물이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식이 있을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동물들은 '애완용'인 경우가 더 많아,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이다. 3학년인 현준, 성원, 지훈이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공부를 하기로 하자.
 
오늘의 텍스트에는 서영이라는 어린이가 등장한다. 서영이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가 너무 예뻐, 사서 기르기로 마음먹는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서영이의 이야기를 좇아가 보기로 하자.
 
<학교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교문 앞에서 한 아저씨가 병아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서영이는 너무 예쁜 생각이 들어, 가지고 있던 용돈으로 병아리를 한 마리 사서 돌아왔습니다. 서영이는 병아리를 위해 상자 갑으로 집을 만들어 주었고, 엄마한테 얻은 배춧잎과 물도 그 안에 잘 담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삐약삐약” 하며 서영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병아리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러나 서영이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며칠 뒤, 병아리는 죽고 말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병아리가 죽었는지 서영이는 통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서영이는 너무나 슬픈 마음으로 펑펑 울면서 그 병아리를 화단 한편에 묻어주었습니다.>

 
함께 텍스트를 읽고 아이들에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또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발표하게 했다.
 
<문제 1. 여러분도 학교 앞에서 병아리 파는 걸 본 적이 있나요? 그 병아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나요? 본 적이 없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추측해서 대답해 보세요.>
 
이 질문에 모두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병아리를 파는 것을 본 아이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지훈: 나는 신경 안 쓰고 집에 갔다. 엄마가 일주일 후면 죽는다고 해서 바로 집에 왔다.
성원: 병아리가 불쌍했다. 왜냐하면 사람들한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병아리를 사면 병아리는 자연 속에서 못 산다.
현준: 병아리를 사고 싶었는데, 용돈도 없고 엄마가 병아리는 금방 죽을 것 같다고 해서 안 샀다.
 
꼭 병아리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집에서 동물을 키워본 적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두 번째 질문이다.
 
<문제 2. 여러분도 서영이처럼 병아리와 같은 동물을 사거나 키워 본 적이 있나요? 그 때 어떤 마음으로 그 동물을 키웠는지, 또 그 동물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도 발표해 보세요.>
 
물론,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도 간혹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주변에서 본 것을 발표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할머니 댁이나 이웃에서 본 동물들을 소개해보게 하고 있다. 오늘 수업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모두 집에서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었다.
 
지훈: 붕어 한 마리를 사고, 바로 또 한 마리를 샀다. 한 물고기는 하루 안에 죽고 또 한 물고기는 다음 해에 죽었다.
성원: 2009년에 강아지를 키워보았다. 강아지는 귀여웠다. 강아지는 똥오줌을 싸서 때려 주면, 그때는 오줌을 가렸다. 그런데 엄마가 강아지 냄새 때문에 밥을 못 먹어서 다른 사람한테 주었다.
현준: 필리핀에 있었을 때,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웠다. 한 마리는 게을러서 운동하는 걸 싫어했다. 한국으로 들어올 때, 두 마리 다 친구 형한테 줬다.
 
이 질문에 관한 아이들의 대답을 들어보면, 키우던 동물이 얼마 되지 않아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시 텍스트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이 동물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영이의 경우를 통해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문제 3. 서영이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병아리는 며칠 살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병아리가 죽었을까요? 그 가능성을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 보세요.>
 
지훈: 1) 상자가 밀폐되어서
         2) 상자 안에 바퀴벌레가 있어서
         3) 너무 많이 먹어서
         4) 털에 기름이 묻어서(이것은 텔레비전에서 원유유출 사고 현장을 보고 생각난 의견이란다. 서영이의 병아리가 이런 이유로 죽었을 리 없지만, 지훈이의 생각이 귀여워서 난 좀 웃었다.)
         5) 벌레가 물어서
 
현준: 1) 따뜻한 곳에서 안 키웠기 때문이다.
         2) 먹이를 조금밖에 안 줘서
         3) 너무 귀찮게 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4) 병아리를 키운 장소에 문제가 있어서
         5) 엄마가 병아리 소리를 듣기 싫어서 죽였다.
 
병아리가 죽을 수 있는 상황은 이렇게 많다. 동물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데도 많은 아이들은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다음 문제로 넘어가보자.
 
<문제 4. 어린이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세 가지 이상 찾아보세요. 또 발표한 것들 중 그런 이유라면 동물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 골라보세요. 왜 그것을 골랐는지 이유도 발표해 봅시다.>
 
지훈: 1) 신기해서
         2) 애교가 많아서
         3) 귀여워서

지훈이는 이것들 가운데 ‘애교가 많다고 무조건 사서는 안 된다’를 고르고 ‘애교가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사나울 수도 있으므로 아무렇게나 사면 안 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성원: 1)귀여워서
         2) 친구들한테 자랑하려고
         3) 친구들이 많이 사서

성원이는 이렇게 발표하고, 그 중 ‘친구들한테 자랑할 목적으로 동물을 사서는 안된다’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친구들한테 자랑을 하면 친구들도 엄마한테 사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란다.
 
현준: 1)귀여워서
         2) 못 키워본 동물이라서
         3) 인기가 많은 동물이라서

현준이는 이것들 가운데 세 번째 것을 골랐다. 이유는 “인기가 많은 동물이 죽으면 돈이 아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돌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 손에 많은 동물이 목숨을 잃는다. 위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동물을 장난감 사듯이 한다. 그럼에도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 스스로가 책임 있게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도록, 동물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의견을 더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더 깨닫고 배워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애완동물을 키울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기에 앞서 꼭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문제 5. 애완동물을 키우기에 앞서 꼭 생각해봐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다섯 가지 이상 발표해 봅시다.>
 
성원: 1) 잘 키울 수 있는지
         2) 책임감이 있는지
         3) 돈이 있는지
         4) 사랑을 줄 수 있는지
         5) 산책시킬 수 있는지
 
현준: 1) 내가 청소를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2) 잘 키울 수 있는지 생각한다.
         3) 크기가 너무 커서 상자에 넣을 수 없는지 생각한다.
         4) 동물이랑 같이 놀 수 있는지 생각한다.
 
<오늘은 애완동물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걸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교 앞으로 병아리를 팔러 오는 어른들은 동물을 예뻐하는 여러분의 순진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이런 동물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른들이 병아리를 팔러 올까요? 그렇겠죠!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는데, 오실 리가 없어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외에도 물고기나 햄스터 같은 동물을 키우고 싶을 때도, 내가 과연 이 동물을 죽이지 않고 잘 돌봐 줄 수 있는지, 또 싫증나서 버리는 일 없이 끝까지 키울 수 있는지, 잘 생각해서 판단하길 바랍니다.>
 
나는 이런 장황한 말로 이 수업을 마무리하곤 한다. 아이들의 작은 실천과 고민이 많은 동물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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