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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따돌리지 말고 친하게 지내요①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 편집자 주

오늘은 중요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인 ‘집단따돌림’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은 왕따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을 선생님이나 부모님 등, 어른들에게 귀가 따갑게 듣고 있다. 그런데 왜 왕따 시키는 어린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집단 따돌림은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여러 차례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가 바로 이 수업이다. 여기서는 집단따돌림과 관련된 기초적인 문제, 즉 이런 일이 왜 끊이지 않는지, 그것을 막기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본다. 2학년인 정헌, 승원, 성민, 준이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공부를 해보자. 다음은 이 수업을 위해 준비한 예문이다.
 
<지윤이는 며칠 전부터 큰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몸이 약한 수진이를 괴롭히는 몇몇 아이들이 지윤이에게 수진이와 놀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자기들과 한 패가 되어 수진이를 함께 괴롭히자고 말했습니다. 지윤이는 그 아이들의 요구가 나쁘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거절했다가는 자기도 괴롭힘을 당할까봐 걱정입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수진이를 생각해 볼 것이다. 이렇게 몸이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행위는 과연 옳은 일인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문제 1. 수진이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반의 몇 몇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요?>
 
아이들은 모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 질문에 잘한 행동이라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없다. 여기서 교사의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이 어떤 이유를 들어, 잘못한 행동이라고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살펴주는 것이다.
 
성민이는 다음과 같이 이유를 발표했다. “친구들을 괴롭히면 친구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다칠 수 있다. 특히 몸이 약한 친구일수록 보통 아이들보다 마음의 상처를 더 많이 받고, 더욱 많은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준이는 ‘몸이 약한 수진이를 괴롭히는 건 나쁜 짓이다. 왜냐하면 약한 친구는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반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밑줄 친 부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약한 어린이는 도와주고 더 보살펴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제, 우리 주변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나는 아이들이 경험하는 집단따돌림이 궁금하다.
 
<문제 2. 여러분 주위에도 수진이처럼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반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까? 그들은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하고 있었나요?>
 
이때, 아이들에게 ‘여러분이 직접 괴롭히지는 않지만, 싫어하거나 함께 놀아주지 않는 것도 왕따시키는 행동’이라고 덧붙이면서, 이런 경우도 찾아보라고 요구한다.
 
정헌이는 같은 반의 이00과 김00어린이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그들이 따돌림 당하는 이유를 밝혔다.

1) 이00: 이 아이는 애들한테 집단따돌림을 당한다. 걔는 말을 막 하고, 잘난 체를 하고 발표도 못해서 그렇다.
2) 김00: 따돌리는 정도는 아니고 애들이 싫어한다. 얘는 발표할 때 손을 들었으면 제대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잊어버렸다며 마무리를 잘 못해서 싫어한다.
 
승원이는 강00어린이를 거론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들었다. “아이큐 150이라고 잘난 척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왕따 시키지는 않지만, 그 이유로 나하고도 사이가 나빠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친구를 따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 3.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집단 따돌림 현상’의 주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헌: 1) 말을 막 해서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남자 애들은 마음이 강해서 말을 조금만 막 해도 그 친구를 괴롭힌다.
2) 게임을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온라인)게임을 할 때, 못한다고 놀림과 욕이 날 향해 떴기 때문이다.

승원: 잘난 척해서 그런 것 같다. 잘난 척하면 상대방이 화가 나서, 결국 절교당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오늘 어린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왕따 당하는 어린이가 왕따를 당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 주요 원인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아이들에게 묻는다. “그럼, 잘난 척하는 아이는 따돌려도 될까?” 아이들은 모두 그래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나는 물론 어린이들이 지금 발표한 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길 바라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대답하는 수준에서 그 아이들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나아가기로 하자.
 
그래서 다음번 <집단따돌림>에 관한 공부를 할 때는 우리가 자기보다 약하고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겁한 행동을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정도에서 <문제 3>을 마무리 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그렇다면, 왕따 시키는 나쁜 행동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할 방법은 없을까?
 
<문제 4. 더 이상 왕따 시키는 일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 이상 발표해 봅시다.>
 
정헌: 1) 잘난 척하는 어린이에게 “네가 잘하는 거 알아”하고, 잘난 척하지 말라고 한다.
2)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지켜주고, “얘가 뭐가 부족한데 그래!”라고 한다.
3) 배나온 아이에겐 같이 뛰놀며 살을 뺀다.
4) 장애인을 괴롭히는 애한테, “장애인도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어!”라고 말한다.
 
성민: 1)아이들이 네가 잘난 척을 해서 싫어하고 있으니까 잘난 척 좀 그만 하라고 한다.
2) 지저분한 아이가 있으면 친구가 바닥이나 벽에 붙인 코딱지를 닦아주고, 그 아이를 지적한 다음 위로해 준다.
3) 뚱뚱한 아이가 있으면 같이 놀면서 운동을 시키고, 집에 초대해서 간식으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준다.
4) 수학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집에 초대해서 같이 약 2시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수학공부를 같이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윤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생각해 보자.
 
<문제 5. 지윤이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여러분이 지윤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승원: 거절하고 어른들의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도 더 하면 선생님을 부르고 더 심하면 경찰을 부른다.
준이: 수진을 도와주어서 수진이가 왕따가 되지 않도록 같이 도와준다. 그런데 나까지 괴롭히면, 선생님한테 말한다. 그래서 버릇을 고치게 한다. 또 괴롭히면 이번에는 혼내준다.
 
이렇게 오늘 공부가 끝났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아이들 발표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장황한 말을 덧붙이곤 한다.
 
<나쁜 어린이와 한 편이 되어서 수진이를 괴롭히는 걸 선택하는 사람은 물론 없겠지요!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깨달을 수 있다면 왕따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요?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주위에 있다면, 못 본 척 하지 말고 그 어린이를 위해 나서보면 어떨까요. 왕따를 시키는 아이에게 나쁜 행동을 멈추라고 말해봅시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용기를 내야 하죠. 우리 함께 용기를 내봐요. 그런데 해결은커녕 도리어 여러분까지 괴롭힘을 당한다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려 해결책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생각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옳다고 여기는 것을 용기 내어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정인진)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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