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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나는 교실    26.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요.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 미스카 마일즈 글, 피터 패놀 그림의 <애니의 노래> (새터)

 
오늘은 ‘죽음’을 테마로 공부해 보기로 하겠다. 인간의 유한성과 관련한 ‘삶과 죽음’의 문제는 꼭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아이들과 여러 차례 단계를 달리해 가며 공부하고 있다.
 
오늘은 미스카 마일즈가 글을 쓰고 피터 패놀이 그림을 그린 <애니의 노래>(새터)를 텍스트로 5학년인 세영, 광진, 지원, 형철이와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이 책에는 ‘애니’라는 인디언 나바호족 어린이가 등장한다. 어느 날 “지금 짜고 있는 양탄자가 다 완성될 즈음이면 땅의 어머니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애니는 할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양탄자를 짜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 애니에게 할머니는 죽음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함께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문제 1. 애니는 도대체 왜 어른들이 짜고 있는 양탄자를 풀었던 걸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한 여러분의 평가도 써 보세요.>
 
세영: 할머니가 죽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조금 슬픈 생각이 든다. 할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나쁜 짓을 벌린 애니의 마음에서 할머니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느껴진다.
 
형철: 할머니의 죽음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애니가 할머니의 죽음을 막으려 해도 할머니는 점점 늙는다. 애니의 이런 행동은 결국 엄마만 헛고생을 시키는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애니를 안타깝게 여긴 할머니는 애니를 사막 가장자리로 데리고 나가 ‘죽음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번 문제를 통해, 할머니가 애니에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것이다.
 
<문제 2.  할머니는 애니에게 ‘해는 뜨고 진다. 선인장은 영원히 활짝 필 수 없다. 꽃잎은 말라서 땅에 떨어진다’라고 말씀 하십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그 뜻을 말해보고 그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도 써 보십시오.>
 
광진이는 “모든 생물은 영원히 살 수 없다”란 뜻 같다고 하면서, 중요한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유를 덧붙였다. ‘죽음은 모든 생물들이 마지막에 겪는 일로서, 식물도, 사람도, 동물도 언젠가는 모두 죽기 때문이다. 어차피 죽을 건데, 힘들여 죽음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세영이는 “무엇이든지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그 뜻을 말하고, 역시 중요한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우리들 중에 해를 영원히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만, 해가 영원히 있다면 잠을 잘 수 없을 거고, 선인장이 항상 활짝 펴 있다면 선인장은 시시한 식물이 될 것이다. 또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돌아오는 봄에 새롭게 핀 꽃을 보지 못하고 작년 봄에 피었던 꽃을 볼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우리는 죽음을 막기 위해 애쓰지는 않나?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기로 하자.
 
<문제 3. 우리 주변에서는 죽음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옛날 중국의 진시황은 신하들을 시켜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초’를  찾아오게까지 했지요. 이처럼 죽음을 피하려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다섯 가지 이상 써 보세요.>
 
다음은 이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한 것이다.
 
광진: 1) 보약을 먹는 것
         2) 술 많이 안 마시는 것
         3)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
         4) 담배 많이 안 피는 것
         5) 좋은 음식 많이 먹는 것
 
지원: 1) 병원에 많이 다닌다.
         2) 몸에 좋다는 것만 먹는다.
         3) 운동을 열심히 한다.
         4) 위험해 보이는 것에는 가까이 안 간다.
         5) 신에게 계속 빈다.
 
아이들은 이 질문에 정말 대답을 잘한다. 발표한 것들 가운데는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꼭 실천하면 좋을 것들이 많다. 그러나 곰곰이 잘 들여다보면 너무 지나친 것도 발견할 수 있다. 다음 질문은 위에서 발표한 것들 가운데 좀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없는지 찾아보는 문제이다.
 
<문제 4. 위에서 지적한 것들 중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없나요? 그렇게 생각되는 것을 제시해 보고, 이유도 함께 써 봅시다.>
 
광진이는 발표한 것들 가운데 “좋은 음식 많이 먹는 것”이 지나친 것 같다고 하면서 ‘좋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도리어 (건강이) 안 좋아져 더 생명을 짧게 만들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보양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간에 무리를 주어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어, 나는 그 이야기를 해주며 광진이의 의견을 지지했다.
 
지원이는 “위험해 보이는 것에는 가까이 안 간다”를 지나치다고 골랐다. ‘이런 행동이 심해지면, 사방이 다 위험해 보여 조금만 위험해도 놀라 기절할 거’라고 이유를 들었다.
 
위험에 좀 더 용기 있게 맛서야 한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지원이의 의견도 좋았다.
 
아이들이 발표한 것들 가운데 밑줄 친 것들도 지나치지 않나 생각해 볼만하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친구들이 거론하지 않은 것들 가운데 지나쳐 보이는 것은 없는지 찾아보라고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런 시간을 통해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친구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세상에는 죽음처럼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것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해결책일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문제 5. 세상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다섯 가지 이상 발표해 보세요.>
 
이 질문에 관한 아이들의 대답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세영: 1) 죽은 사람을 살리게 하는 것
         2) 엄마, 아빠를 고르는 것
         3) 나만의 재능
         4) 사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모두 사는 것
         5) 지구를 떠나 사는 것
         6) 짠! 하면 부자가 되는 것
 
형철: 1) 나이
         2) 자연재해
         3) 인간의 탄생(남, 여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것)
         4) 기계의 침략
         5) 외계인의 침략
 
형철이의 대답들 가운데 밑줄 친 것은 내가 요구하는 답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 일어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며 형철이의 상상력을 칭찬해 주었다.
 
나는 아이들이 용감하고 거침없기를 바라지만, 인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원치는 않는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다. 세영이가 앞에서 말했듯이, 갖고 싶다고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어디까지 바랄 수 있을지 늘 시험당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유한성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할 때, 우리가 더 행복하고,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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