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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23. 모험심을 키워요!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모험심’에 관한 주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기존의 가치관을 좇는 건 안정적이어서 좋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라고 가르치는 건 아무리 봐도 비교육적인 것 같다. 그러려면 “세상을 편하게 살아야 해!” “성공하려면 어른들 말을 잘 들어!” 등의 말을 해야 하는데, 미래를 살 아이들에게 이런 가르침은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나는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어린이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수업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모험심을 발휘하라고, 어른들의 뜻을 따르기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향해 더 도전하라고 가르친다.
 
오늘은 5학년인 세영이와 6학년인 준영이의 의견을 사례로 소개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마르쿠스 피스터의 <티모와 마토, 왜 따로 하니?>(JDM중앙출판사)라는 동화책에서 예문을 뽑았다. 이 책에는 티모와 마토라는 두더지가 등장하는데, 티모는 엄마의 뜻을 잘 따르고 마토는 모험심이 큰 아이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 마르쿠스 피스터의 <티모와 마토, 왜 따로 하니?>(JDM중앙출판사,2006) 표지.  
 
“난 커다란 언덕을 만들고 싶어. 진짜 커다란 언덕 말이야.” 마토가 말했습니다.
“난 구멍을 만들고 싶어 진짜 깊은 구멍 말이야.” 티모가 말했습니다.
“구멍? 우린 평생을 땅속에서 사는데, 밖에 나와서까지 구멍을 만들고 싶다고? 바보 아냐?” 마토가 말했습니다.
“울 엄마가 그러시는데, 훌륭한 두더지가 되려면 아주아주 많은 구멍을 파야 한대.”
티모가 고집을 부렸습니다.
“울 엄마가, 울 엄마가······.” 마토가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보통 땐 엄마 말을 잘 듣지도 않으면서! 난 이 풀숲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
“무엇이 있기는! 풀이 있고, 풀숲이 있고, 두더지 똥이 잔뜩 있겠지······.”
“어휴, 따분해! 상상력이라곤 조금도 없어!” 마토가 티모를 툭 밀치며 말했습니다.

         -마르쿠스 피스터의 <티모와 마토, 왜 따로 하니?>(JDM중앙출판사) 중에서
 

먼저 우리는 어른들 말을 잘 따르는 것과 모험심을 펼치는 것 모두를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다. 공부를 시작해 보자.
 
<문제 1. 티모는 엄마가 하는 말을 귀담아 잘 듣고 잘 실천하는 어린이입니다. 티모처럼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준영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 부모님의 의견과 마찰이 없다.
2) 부모님은 어린이보다는 더 오래 살았으니까 더 많은 것을 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으면 아마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3) 어른들에게, 혹은 선생님에게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되지 않는다.
4) 커서 자녀들이 나에게 “아빠, 어른 말 잘 들었어?”라고 물으면, 당당하게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5) 어른들의 말씀을 존중하고 따르면, 내 행동 때문에 피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영이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1) 엄마가 흡족하셔서 칭찬을 하신다.
2) 엄마가 올바른 것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올바르게 큰다.
3)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워 간다.
4) 온 가족이 기분이 좋아서 가정이 화목해질 수도 있다.

어른 말을 잘 들었을 때의 장점을 잘 생각해냈다. 그렇다면 모험심을 발휘할 때의 좋은 점도 생각해보자.
 
<문제 2. 마토는 그런 티모를 비웃습니다. 마토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모험심 많은 어린이입니다. 모험심이 많다면 어떤 점에서 좋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준영: 1)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꿈꾸고 볼 수 있다.
         2) 부모님만 믿고 살지 않는다.
         3) 부모님의 말만 듣지 않고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 배포 있는 사람이 된다.
         4) 슈바이처나 나이팅게일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위험하지만,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5) 자신이 이루려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해서 할 수 있다.

세영: 1)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거나 발명품을 생각해서 새로운 것이나 새로운 세상이 나올지도 모른다.
         2)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3)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의: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음)
         4)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5)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고쳐가는 자세를 배울 것이다.
 
이제 아이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문제 3. 이런 티모와 마토 중, 여러분은 누가 더 마음에 듭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써보세요.>
 
이 질문에 세영이는 티모가 준영이는 마토가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세영: 티모. 왜냐하면 모험심만 발휘하면 내 주장만 인정하려고 하니까 다른 주장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모험하면서 배울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은 우리보다 더 많이 사셨으므로 그 속에 지식과 교훈이 많다. 그래서 그냥 부모님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모험을 하는 것처럼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준영: 마토처럼 모험심이 많으면 더 많은 세계를 볼 수 있고 내가 꿈꾸는 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또 모험심이 강하면 부모님의 생각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이 분명해지고 자신이 이루려고 하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하여서 할 수 있다. 반면에 티모처럼 부모님의 말만 들으면 점점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잃어가고 부모님에게 구속받으며 꼭두각시처럼 살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모험심에 대해 생각해보자. 많은 어른들은 어른의 말을 잘 따라야 시행착오 없이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험을 하라고, 아무리 어른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가라고 가르치는 어른은 본 적이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좀 더 모험심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보게 하고 싶다. 게다가 어른들 말을 잘 들으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고들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또 실수나 실패 없이 사람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질문은 이렇다.
 
<문제 4. 어른들은 항상 안전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많은 어른들은 그들의 생각과 방식을 따르면, 성공을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생각의 잘못된 점을 찾아봅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준영: 어른들은 안전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 빌 게이츠 등등, 이 분들은 부모님이 거센 반대를 해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사업을 해서 성공을 하였다. 비록, 위험하고 실패도 있었지만, 굴복하지 않았기에 성공을 하였다. 어른들의 뜻에서는 아주 멀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은 자신의 모험심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 만약, 어른들에게 의존해서 살면 과연 잘 살고 좋을까? 예를 들어, 의사가 되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셔서 의사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행복할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간다면, 힘들더라도 진정한 행복과 보람을 느낄 것이다.
 
세영: 안전한 것만 추구하다보면, 인생에는 위기도 있는데 그 위기가 오면 더 이상 새로운, 그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또 항상 그 관념(안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만 틀어박혀, 더 새로운, 더 좋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부모님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모험심을 발휘해서 자기를 위한 인생을 살면 기분이 더 좋을 것이다.
 
어른 말을 따르는 게 더 좋다고 대답했던 세영이조차 위의 질문에서 중요한 점들을 잘 거론했다. 물론, 모험을 펼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가 나쁘기만 할까? 과연 진정한 성장이 실패 없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마지막 문제에서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문제 5. 물론, 우리는 모험심을 발휘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할까요? 실패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나요? 생각나는 대로 많이 찾아보세요.>
 
세영: 1) 잘못을 고치고 더 좋은 것을 만드는 기회가 된다.
         2) 실패,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3) 끈기를 가질 수 있다.
         4) 실패가 또 와도 비관하지 않고 더 노력한다.
         5) 성공했을 때,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더 기쁘다.

준영: 1) 실패를 함으로써 실패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2) 실패를 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는 힘이 생긴다.
         3) 실패를 해야 보완하고 수리하면서 더 성공할 수 있다.
         4) 실패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자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안정을 추구하기보다는 모험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것을 고집하고 밀고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 그 과정에서 실패도 경험하겠지만, 분명 실패는 우리를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인진)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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