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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개발을 생각합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 18. 재개발과 도시화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 재개발지역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김서정의 <나의 사직동>(보림, 2008). 
 
오늘은 도심 재개발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재개발은 더 이상 남의 동네 일만이 아니고, 언제든 우리도 맞닥트릴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만 해도 이십 여 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승인이 나 있고, 현재 한 두 지역은 절차상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시끄러운 상태다.
 
낙후된 주거시설을 새롭게 고친다는 점에서 재개발을 무조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도심 재개발이 어떤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지를 아이들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재개발이 그저 좋기만 한 것인 줄 알고 있던 아이들도 이 수업이 끝날 즈음에는 도심 재개발을 순진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오늘은 6학년 원석, 해빈, 형진, 찬이의 의견을 살펴보면서 공부를 해보자.
 
먼저 재개발에 대한 어떤 정보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문제 1.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가 재개발되어 새롭게 변한다면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찬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 시설이 편리하게 된다.
2) 낡은 건물이 새롭게 된다.
3) 시설이 깨끗해진다. 교통이 편리해진다.
4) 미관상 좋을 것이다.
 

해빈이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1) 재개발되어서 어떤지 궁금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2) 좀 더 새롭고 편리해질 것이다.
3) 옛날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이 없어져서 깨끗해질 것이다.
4) 집값이 올라 땅 주인이 좋을 것이다.

 
예상대로 어린이들은 재개발을 더 살기 좋고 편리한 곳으로 고치는 행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 단점은 없을까? 이번에는 단점을 질문했다.
 
<문제 2. 그럼 단점은 없나요? 단점도 생각해 봅시다.>
 
이에 대해 원석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 돈이 많이 들어간다.
2) 소음이 심하다.
3) 건물을 다 부수어야 하기 때문에 아깝다.
4) 건물을 짓는 동안 다른 곳에 가 있어야 한다.
 

또 형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1) 이웃의 인심이 없어질 것이다.
2) 주민들이 살 곳을 잃을 것이다.
3)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4) 집을 부수면 쓰레기가 많아질 것이다.
5) 집주인들이 개를 두고 가 유기견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이 의견은 텔레비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란다.)
 
나는 이쯤해서 오늘 공부의 텍스트를 제시한다. 공부에 쓰이는 예시문은 초반에 제시할 때도 있지만, 문제를 풀면서 적당한 시점에 제시하기도 한다. 오늘 공부를 위해서는 김서정의 <나의 사직동>(보림, 2008)을 읽었다.
 
<나의 사직동>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입장차이, 원주민이 많이 정착하지 못하는 현실, 아파트 위주의 개발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재개발지역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재개발과 관련해 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아나가면서 아이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해진다. 텍스트를 읽었다면, 이제 다음 문제로 넘어가 보자.
 
<문제 3. 위 예문에서처럼 우리나라 곳곳은 재개발 열풍이 대단한 것이 사실입니다. 노화된 주거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고치기 위해 재개발을 하는 것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은 없을까요? 생각나는 대로 많이 찾아봅시다.>
 
형진: 1) 주민들의 불편함을 생각하지 않는다.
         2) 가난하거나 세를 들어 사는 사람에게 더욱 피해가 간다.
         3) 오래된 동네는 무조건 재개발을 한다.

해빈: 1) 재개발을 너무 추진한다.
         2) 보상금을 별로 주지 않는다.
         3) 재개발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부담과 피해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개발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것들을 고민해야 할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문제 4. 한 동네를 재개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 가지 이상 찾아봅시다.>
 
해빈: 1) 재개발이 필요한 동네인지?
         2) 반드시 이곳에 아파트를 세워야 하나?
         3) 보상금을 얼마나 주어야 하나?
         4) 세입자들을 생각해 주어야 한다.
원석: 1)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천연재료를 사용한다.
         2)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해 편리한 도시환경을 만든다.
         3)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재생자원을 사용한다.
         4) 쉼터가 되어 줄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한다.
         5) 되도록이면 옛날 집과 비슷하게 짓는다. 이유는 옛날 추억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이다.
 
이제 마지막 문제이다.
 
<문제 5. 과연 개발한다는 것, 혹은 발전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진정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만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조리 있고 자세하게 써 봅시다.>
 
형진이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제시했다. “개발만 앞세워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 재개발을 한다면, 빈 집이 많아져 큰돈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찬이 역시 ‘이익만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이유를 덧붙였다. “도시를 재개발하면 도시에서 세 사는 사람들은 세 값밖에 못 받는다. 그리고 도시에 건물과 자동차가 많아져서 연기와 매연이 많아지고 그 도시 근처에 식당이나 매점을 다 부순다. 그러면 식당 주인이 손해를 본다. 그러므로 나는 도시 개발이 이익만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이 수업에서는 이유를 쓰라는 질문이 참 적었다. 재개발과 관련해 이유나 해결책 등을 제시하는 질문은 초등학생들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이 수업에 이어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어 더 심화시켜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이 정도 수준에서 공부를 마무리 짓고 있다.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 평소에 좋다고 생각했던 도시 재개발에 대해 문제제기해보고 고민을 심화시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일다/ 정인진)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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