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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15. 신념을 지킨다는 것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오늘은 ‘철학적 신념’이라는 좀 어려운 주제에 관해 생각해 볼 것이다. ‘철학적 신념’이란 자기가 옳다고 믿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을 말한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려운 주제이지만, 자기의 신념을 포기하라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에 꼭 다루는 주제다.
 
다행히 아이들도 흥미를 보이며 진지하게 생각하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대답을 잘해 만족스럽다. 오늘 수업은 6학년 아이들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다음은 이 프로그램의 텍스트다.    
 

▲지동설 주장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여러분은 옛날, 갈릴레이라는 과학자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을 받았던 사건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지구가 천체의 중심’이라고 국민들에게 주장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한 과학자가 ‘지구가 중심이 아니다. 지구는 태양 둘레를 도는 한 작은 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이 과학자를 잡아다 재판을 벌였습니다. 그때는 모든 권력을 교회가 쥐고 있었고, 교회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했다가는 ‘종교재판’을 통해 화형을 당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재판장에서 주장한다면, 그 역시 화형을 면치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갈릴레이는 재판장에서 “지구는 돌지 않는다”고 말하고 문밖을 나와 혼자 중얼거렸답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부르노’라는 신부가 함께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잡혀온 것은 잘 모를 겁니다. 그 사람도 갈릴레이와 똑같은 질문을 받았고, 거기서 아니라고 대답하면 갈릴레이처럼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부르노는 자기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지동설’을 주장해 결국 화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갈릴레이와 부르노의 주장대로 지구는 돌고 있었다. 오늘날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거짓이라고 우기며, 폭력을 쓰고 또 목숨까지 빼앗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참 어렵다. 우리는 각각 갈릴레이와 부르노의 입장을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누가 더 마음에 드는지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검토한 뒤 선택할 것이다. 먼저 갈릴레이부터 생각해 보자.
 
<문제 1. 갈릴레이는 왜 그렇게 자기가 옳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재판장에서는 거짓말을 했을까요? 갈릴레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봅시다.>
 
이 질문에 대한 아이들 대답은 다음과 같다. 준영이는 자기가 갈릴레이가 된 것처럼 썼는데, 개성 있는 표현이라 좋았다.
 
준영: “나는 죽기가 싫었어요. 아무리 ‘지동설’이 옳아도 내 가족과 내 목숨을 버리는 것이 두려웠어요. 그리고 지구가 돈다고 해보았자 과학의 기록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잖아요?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것은 억울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해빈: 갈릴레이가 만약 종교재판에서 ‘지구는 돈다’라고 주장했으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한번 죽으면 끝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서라도 목숨을 유지해야 한다.
 
찬이: 갈릴레이가 자기가 옳다는 걸 알면서 재판장에서는 거짓말을 한 건 잘한 것이다. 그 까닭은 자기 목숨은 하나뿐이고,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유지해야 효자가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커서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하고 부모님이 정성들여 키운 자식인데 죽으면 불효자가 된다.
 
이제, 부르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자.
 
<문제 2. 그렇다면 부르노는 뻔히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왜 죽음을 선택하면서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걸까요?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봅시다.>
 
준영: “나는 내가 측정하고 연구해서 ‘지동설’을 확신했기에 화형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저는 과학의 진보를 위해서 기꺼이 제 한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몇 백 년, 몇 천 년 뒤에도 ‘지동설’로 싸우지 않게 저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해빈: 부르노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던 것은 그가 ‘지구는 돈다’고 주장하면서 죽는다면, 누군가가 그것(천동설)을 한번 의심하면서 그 주장(지동설)을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이: 부르노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죽었던 것은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자존심이 강한 브루노도 그래서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재판장에서도 ‘지구는 돈다’고 말을 한 것은 자신의 지식도 알릴 수 있고, 재판관이나 재판을 구경 온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알려서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
 
아이들은 모두 갈릴레이와 부르노의 입장이 되어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 나름대로 추측을 잘 했다. 그렇다면 이 둘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는지 발표해 보자.
 
<문제 3. 여러분은 이 둘 가운데 누가 더 마음에 듭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준영이와 해빈이는 갈릴레이가 마음에 든다고 대답하고 다음과 같이 이유를 제시했다.
 
준영: 나도 아마 갈릴레이처럼 목숨을 버리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죽는다고 과학이 크게 바뀌지 않으니까, 나 하나쯤이야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제가 화형을 당한다고 해서 그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과 국민들이 믿을까요? 믿어도 피할 것입니다. 죽음이 두려우니까요.”
 
해빈: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지구가 돈다’는 주장을 했더라면 갈릴레이의 목숨은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갈릴레이가 거짓으로 말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번 죽으면 끝이고, 다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서라도 목숨을 유지해야 한다. 부르노도 일단 목숨을 유지하고 나서, ‘지구는 돈다’는 주장을 해서 남을 설득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왜 죽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어린이들과 달리 형진이와 찬이는 부르노가 마음에 든다고 대답하면서 이렇게 이유를 덧붙였다.
 
형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주장해서이다. 옛날 대부분의 위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계속 말 해, 위인으로 남았던 것 같다.
 
찬이: 부르노가 용감하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갈릴레이처럼 거짓말을 하고 목숨만 건진다면 그건 남자로서 창피하고 쪼잔하다. 자신의 목숨을 건져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도 좋지만, 부르노처럼 자기의 뜻을 널리 알려 유명해져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부르노가 남자로서 용감하게 행동한 것이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이렇게 신념을 위협당한 사건들을 찾아보자.
 
<문제 4. 우리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부르노처럼 자기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예를 찾아 구체적으로 써 보세요.>
 
아이들이 예로 든 사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박제상: 박제상은 왜나라에서 포로로 잡혀있는 왕자들을 구출하고 잡혔다. 그런데 왜왕은 박제상에게 자신의 신하가 되라고 하였지만, 박제상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화형을 당했다.


2) 유관순: 3.1 독립운동 때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


3) 간디: 인도의 독립을 위해 힘을 썼다. 힌두교와 회교의 평화를 주장하다가 힌두교의 광신자한테 살해되었다.


4)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후 재판장에서 내가 죄인이 아니고, 이토 히로부미가 죄인이라고 했다.


5) 김구: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을 때, 우리나라는 북한과 같이 선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평소 아이들이 많이 거론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원석이는 다음의 두 사람을 거명했는데, 나는 원석이가 이런 사람들도 알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그는 박종철과 전태일을 꼽고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발표했다.
 
박종철: 이 분은 고문을 당하면서 까지도 동료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순직하셨다.

전태일: 이 분은 노동자법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고 죽으신 분이다.
 
어느새 마지막 문제를 할 차례다. 나는 다음과 같이 공부를 정리할 질문을 던졌다.
 
<문제 5. ‘자기의 양심과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이 우리 생활에서는 모두 잘 지켜지고 있나요? 더 노력해야 할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이 질문에 관한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어도 그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2) 강한 자의 말만 듣지 말고 약한 자의 말도 듣자.
3) 다른 사람을 지적하기 전에 나부터 본다.
4) 옳은 법을 제정한다.
5) 민주적인 선거를 한다.

 
갈릴레이나 부르노 경우처럼 과거에만 신념이 위협 당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고 감옥에 가두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신념을 지키는 것과 포기하는 것, 그 어떤 선택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그들의 선택이 더 하기 어렵고 더 진실에 다가서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오늘 공부를 통해서 양심의 고귀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길 바란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필자의 다른 글: 입장 바꿔 생각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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