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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13. 지훈이의 ‘곤충채집’상자

<여름 방학이 끝나 개학을 하게 된 연희는 방학이 끝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즐거운 마음 역시 많았습니다.

 
 개학날 아침, 교 안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방학 숙제로 해 온 것들을 서로 봐 주느라고 왁자지껄 소란스러웠습니다. 친구들의 숙제 중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여러 가지 만들기 숙제들을 구경하는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연희도 힘들여 만든 모형 헬리콥터를 친구들은 아주 재미있게 봐 주어, 우쭐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학 숙제는 누구보다도 지훈이의 것이 단연 많은 친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훈이는 ‘곤충채집’을 해왔습니다. 크고 납작한 나무 상자 속에는 잠자리, 매미, 등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에서부터 풍뎅이나 메뚜기 같은 평소에 보기 드문 곤충들까지 여러 종류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매미는 작은 매미에서 큰 매미까지 여러 마리들이 줄지어 꽂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선생님도 ‘참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셨지만, 연희는 가는 핀들에 머리며 몸통이 꽉 꽂혀 있는 곤충들의 모습이 불쌍하게만 생각되었습니다.>
 


위 글은 <지훈이의 곤충채집 상자>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 프로그램의 텍스트이다. 나는 이 공부를 통해서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는 활동이 과연 어린이 교육에 진정으로 도움을 줄 지' 아이들과 생각해 보길 원했다. 또 그렇지 않다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 보려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학년 어린이들의 의견을 사례로 검토하면서 공부를 시작해 보자. 먼저 아이들과 함께 텍스트를 읽고, 별다른 설명 없이 첫 질문을 다음과 같이 했다.
 
<문제 1. 연희는 지훈의 곤충채집 상자를 보고 그 곤충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지훈이의 곤충채집 상자를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겠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이 질문에 곤충들이 불쌍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 오늘 수업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죽은 곤충들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태준이는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몇 달만 있으면 죽는 곤충을 빨리 죽이면 곤충들이 불쌍하다. 또 곤충들도 사람처럼 생명이 있기 때문에 곤충을 죽이는 건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아영이 역시 불쌍하다고 대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밝혔다. “곤충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제주도에서 나비를 시침핀으로 꽂아 작품을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와우! 멋지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부터라도 곤충을 소중하게 다뤘으면 좋겠다.”
 
<곤충채집은 학교에서 내준 숙제였습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어렸을 때, 방학숙제로 곤충채집을 한 적이 있어요. 메뚜기, 여치, 방아깨비, 풍뎅이 등등, 살아있는 곤충의 몸에 주사기로 알코올을 주사해 죽인 후, 상자에 보기 좋게 담아갔던 생각이 납니다. 물론, 곤충채집은 곤충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알기 위해 이 곤충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곤충채집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이런 식으로 곤충을 학대하는 행위를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것이다. 다음 문제를 읽어보자.
 
<문제 2. 여러분은 과연 ‘곤충채집’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이 질문에도 아이들은 모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 중 혜진이와 한결이가 발표한 이유를 살펴보자.
 
혜진: 아이들이 곤충을 만지고 죽이는 것은 어린이들이 곤충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계속 곤충을 죽이고 핀을 꽂을 것이다.

한결: 곤충을 잡아서 죽이는 행동을 하면 나중에 커서 더 큰 것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는 개미를 채집하였는데, 커서 사슴벌레를 죽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습관이 되면 유괴범이 될 수도 있다.
 
한결이의 의견 가운데 밑줄 친 부분은 다소 비약되어있다. 유괴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생명체들의 고통에 둔감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정도에서 마무리되면 더 좋겠다. 교사는 아이들이 ‘논리적 비약’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줄 필요가 있다.
 
한편, 곤충채집처럼 우리 주변에서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른 생명체들의 목숨을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것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뱃속의 장기를 직접 보겠다며 토끼나 개구리 같은 동물을 해부하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은 세 번째 질문이다.
 
<문제 3.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처럼 살아있는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는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위에서 찾아 세 개 이상 써 봅시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여러 가지 예들을 잘 찾아냈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모두 어린이 인격형성에 도움이 될까? 다음 질문은 <문제 3>과 연결되어 있다.

 
<문제 4. 그렇다면, 여러분이 제시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까?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예로 들어 자세하게 써 봅시다.>

  
혜진이는 ‘박물관에서 동물 시체(병아리, 물고기, 도마뱀) 등을 보존액이 담긴 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 전시하는 것을 뽑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유를 밝혔다. “아이들이 ‘나도 한번 동물을 잡아 죽이고 통에 넣어서 전시하고 싶다. 돈도 벌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또 어린이들은 그 끔찍한 모습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어 왠지 괴로울 것이다.”
 
한결이는 ‘과학학원에서 개구리, 박쥐같은 것을 해부해서 전시한다’를 뽑았다. “왜냐하면 개구리, 박쥐 등을 해부한 것을 아이들이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해부한 개구리, 박쥐 등을 이렇게 학원에 팔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런 걸 좋은 교육프로그램으로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차례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책이나 컴퓨터를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다음은 마지막 문제다.
 
<문제 5. 위에서 발표한 것들을 대신하면서, 교육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활동을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나는 대로 많이 발표해 보세요.>
 
특히, 이 질문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그들의 대답이다.
 
아영: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다. 산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해 사진으로 찍어 달라고 한다. 동물들을 관찰하고 난 뒤, 그것을 노래나 그림으로 표현한다.

태준: 곤충을 관찰해서 책을 만들어 그걸 보여준다. 동물에 관한 노래를 들려준다.

한결:
곤충을 잘 아는 사람(예; 동물원을 관리하는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곤충을 관찰해서 책을 만든다.

혜진:
곤충을 관찰할 때는 자연 속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만 하고 돌려보낸다. 곤충과 동물의 사진이 자세히 나타나 있는 책을 만든다.

 
진정한 교육적 활동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인간에만 머물지 않고, 곤충을 포함해 다른 생명체에게로 확대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고 믿고 있다. 오늘 공부를 통해, 사람 중심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정인진/ 일다)   [다른 글보기] 어린이 ‘카지노게임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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