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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 선생님의 하늘을 나는 교실> 14
  

▲ 동화 다시쓰기 재미있는 예를 보여주는 존 세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보림출판사) 
 
오늘은 아이들과 패러디하는 걸 배워보려고 한다. 우리 수업에서 ‘패러디’는 작품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이나 잘못된 점을 찾아 더 재미있게 고쳐보는 것을 말한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린이들이 있지만, 막상 해보면 정말 쉽고 재미있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여러 차례 방법을 달리 해가며 기존 동화를 패러디하고 있다. 이번 수업에서는 주인공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에 문제제기 하면서 다른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동화를 다시 써 볼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패러디작가가 돼 보는 것이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동화책을 좀 더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동화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다른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그들도 나름대로 다 할 말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입장에 따라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5학년의 세영, 광진, 형철, 지원이의 의견을 사례로 뽑았다. 가장 먼저, 우리는 어린이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인 <아기 돼지 삼형제>를 간추려 함께 읽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문제 1. 이 이야기는 아기 돼지들의 입장에서 쓰였습니다. 늑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이 이야기의 불만스러운 점은 없나요? 생각나는 대로 많이 써 보세요.>
 
형철이는 늑대는 아기 돼지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덧붙였다. “우리도 불고기버거(돼지), 치킨(닭)도 먹는다. 우리도 이와 같은 이야기에 나오면 나쁘게 될 수 있다. 또 늑대도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너무 배고프니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
 
지원이는 다음과 같이 문제제기 했다.

1) 늑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악당으로 나온다.
2) 먹이 사슬은 당연한 관계다.
3) 둘째, 셋째 아기 돼지가 게으른 것이지, 늑대가 입김이 센 것이 아니다.

 
이렇게 기존 동화를 문제제기 해보았다면, 이제는 지적한 것을 염두에 두면서 고쳐볼 것이다.

<문제 2. 위에서 불만스럽다고 발표한 것을 중심으로 늑대의 입장에서 동화를 다시 써 보세요.>
 
다음은 형철이가 고친 이야기이다.

<아기 돼지들의 삼촌은 늑대였다. 그들은 너무 친했다. 늑대는 기분 좋으면 입을 크게 벌린 후, 그 동물의 이름을 부른다.
(어느 날 늑대가) 셋째 (아기 돼지) 집에 도착하자, 셋째는 (장난으로) 집에 숨었다. (늑대가) 너무 크게 말해 집이 날아갔다. 그래도 셋째는 “삼촌!”하고 뛰어나왔다. 늑대가 “셋째야~!”라고 말할 때, 셋째가 안기러 뛰었는데, 너무 높이 뛰고 (늑대는) 입을 너무 크게 벌려서 그냥 입으로 넘어갔다. (이하 생략)>

 
이런 식으로 형철이는 늑대가 본의 아니게 조카 돼지들을 차례로 잡아먹게 된다는 이야기를 지었다. 괄호 속의 단어들은 내가 첨가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단어들이  첨가되면 이야기가 더욱 분명해지고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형철이의 이야기는 항상 줄일 부분보다 보충할 부분이 더 많다. 형철이에게 의견을 쓸 때, 좀 더 천천히 꼼꼼하게 쓰고, 다 쓰고 나서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고치라고 말해 주었다.
 
지원이는 다음과 같이 고쳤다.

<셋째 아기 돼지는 강가에 가서 돌을 구해왔어요. 돌로 집을 다 짓고 나서 놀고 있는데, 늑대가 와서,
“저, 음식 좀 없니? 나 굶은 지 사흘째인데…….”
셋째 아기 돼지가 집으로 들어와 음식을 가져오려 하자 돌로는 지었지만, 금방 지은 탓인지 돌이 무너져 돼지가 깔려 죽었어요. 늑대는 사흘 째 굶었는데, 어떻게 눈앞에 있는 음식을 버리겠어요. 늑대는 셋째 돼지를 먹어치우고 둘째의 집으로 갔어요.
둘째는 벽돌로 집을 지었어요. 늑대가 또 말했어요.
“나 먹을 것 좀 줘. 사흘째 굶었어.”
그런데 12시간 동한 선탠 한 탓인지, 둘째 돼지는 이미 바베큐가 되어 있었어요. 사흘째 굶었는데, 어떻게 음식을 그냥 지나치겠어요. 늑대는 그 자리에서 둘째도 먹어치웠어요. (이하 생략)>

 
모든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고쳤다. 이렇게 한 번 하고 나면, 아이들은 더욱 패러디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문제 2> 발표가 끝나면, 나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이렇게 다시 쓴 사람도 있어요.” 하면서 존 세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보림)라는 동화책을 보여준다. 이 책은 케잌을 만들다가 설탕이 부족해진 늑대가 설탕을 얻으러 아기 돼지들 집에 갔는데, 마침 감기에 걸려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집을 날려 보내, 아기돼지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 아이들이 직접 동화를 선택해 패러디해볼 차례다.

<문제 3. 여러분이 읽은 동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세요. 그 동화 속의 등장인물들 중 한 명을 골라, 그의 입장이 되어 불만스러운 점을 찾아봅시다.>
 
세영이는 <별주부전>을 고르고 다음과 같이 문제제기했다.

1) 왜 꼭 거북이는 토끼에게 속아야 하는가?
2) 왜 자라가 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3) 거북이는 왜 토끼를 속여서 데려와야 하는가?

 
광진이는 어린이들이 많이 좋아하는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비룡소)을 고르고, 다음과 같이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존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당했다고 했기 때문에 선생님은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지적한 대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써보자.

<문제 4. 여러분이 지적한 걸 바탕으로 위 동화도 재미있게 다시 써 보세요.>

이쯤 되면, 한껏 재미있어진 아이들은 제목까지 새로 지어가며 흥미를 보이고,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한다. 다음은 세영이가 <별주부전>을 패러디 한 것이다.

제목 : 이제는 속지 않아!

한창 용왕의 병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자, 이번에도 뽑기를 해 보구려, 작년에는 꽃게 대신이 갔다 왔죠?”“숭구리당당, 얍!”
“자라 대신이구려. 이번에는 꼭 성공하구려.”
“에휴, 장비들을 주시오. 핸드폰하고 미니엑스레이도 주시오.” (중략)
자라가 토끼굴로 간다. “토끼 양반, 토기양반! 좀 나와 보구려! 저, 그게 용왕님께서 ~ ~ ~ ~ .”
“아, 그렇다면 내가 가주겠소.”
‘맛있는 음식만 먹고 튀어야지! ㅋㅋ’
(둘은) 물속으로 왔다.
“오, 자라, 그대는 정말 훌륭하오. 토끼 양반 간 좀 주시구려. 내 그대의 은혜는 잊지 않겠소.”
‘컥! 날 먹고 잔치를 벌인다는 거야?’
“저 간을 두고 왔소.”
“언제 적 얘길 들먹이시오? 한 200년 전 자라 대신의 할아버지가 속아서 왔소.”
‘헉!’
“그게, 제가 간을 가족들에게 이식해서.”
“그래요? 그럼, 자 엑스레이 준비요.”
‘컥, 엄마께서는 고조조조 할아버지가 이 방법으로 탈출했다던데.’
“자, 간이 있는데, 어쩔 거유?”
“그럼,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라도…….”
“그러구려.”
(집으로 돌아온 토끼는)
“여보, 애들아, 미안해.”
“그런데 그 소식 들었어? 아랫마을 토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저, 그분 간을 대신 잡수시면 안 될까요?”
“흠, 그러구려.”
이렇게 토끼는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 바다 속에서 귀족으로 살았고, 죽은 토끼 할아버지는 복어로 다시 태어나 살고 있다.
 
광진이는 <지각대장 존>을 다음과 같이 고쳤다.

제목 : 현명한 선생님

존이 학교에 오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선생님께 오늘 오다 일어난 일을 말씀드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니? 게다가 너는 평소에 거짓말과 지각을 많이 했잖아!”
그러고는 선생님이 셔틀버스를 운행해, 존이 그런 말을 다시 못하게 만들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다. 오늘 어린이들의 패러디 작가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고쳐 쓴 동화에 그림을 덧붙여가며 책으로 만들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주어도 참 좋겠다.
 
또한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나 억울할 것 같은 등장인물이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마음에 들게 고쳐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인진)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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