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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교실> 17.장애인과 함께 살아야 해요①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인진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오늘은 같은 반에 장애인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장애인도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사람으로,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든 테마들이 그렇지만,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어린이들 사고의 발달 수준에 맞게 여러 단계로 나눠 공부하고 있다. ‘장애인을 도와주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그 다음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을 진정으로 돕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을 결핍된 존재로 보는 시각을 문제제기하면서 ‘다양한 삶의 한 방식으로 장애’를 바라보는 공부를 한다.
 
그 중 오늘은 첫 번째 테마를 공부해보자. 이 수업을 위해서는 2학년인 준이, 승원, 성민, 정헌이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다음은 이 프로그램의 텍스트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정은이의 학급에는 발달장애 어린이가 있습니다. 그 어린이는 주변의 친구들을 때리고, 코딱지를 후벼 그것을 아이들에게 문지르는 등 못된 짓을 너무 많이 저지릅니다. 반에서는 매일 그 어린이 때문에 우는 아이들이 꼭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은이네 반 아이들은 모두 그 어린이를 싫어하고 피하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그 어린이는 선생님이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아, 담임선생님은 그 어린이에게 매를 들기도 합니다. 그 어린이는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지 않고서는 아이들 괴롭히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정은이는 그 어린이는 매를 맞아야 말을 듣기 때문에 때려서라도 그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텍스트는 몇 년 전 함께 공부한 정은이가 “선생님, 세상에는 매를 맞아야만 말을 듣는 애가 있어요. 그런 애는 맞아야 해요.”라며 한 이야기다. 나는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은이와 함께 공부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저학년(2-3학년) 학생들과 이 문제를 꼭 공부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에 대답하면서 생각을 전개해 보자. 나는 아이들에게, “정은이 반의 이 어린이! 생각만 해도 너무 괴롭네요! 여러분도 이런 친구를 경험한 적은 없나요? 만약, 같은 반에 이런 어린이가 있다면 어떨까요?” 하면서, 문제를 던졌다.
 
<문제 1. 여러분 반에도 이 어린이와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했겠습니까? 그 이유도 자세하게 발표해 봅시다.>
 
이 질문에 성민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그 아이의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아이의 버릇을 고쳐달라고 할 것이고, 선생님이 안 계실 때는 그 아이를 확 패서 정신을 차리게 할 것이다. 안 그러면 친구들을 자꾸 괴롭히니까.”
 
또 정헌이는 “우선 피해 다니고 여자 애들과 작전을 짜서 걔를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게 할 거다. 왜냐하면 걔도 망신을 시켜, 우리한테 얼굴도 못 들게 할 거다”라고 대답했다.
 
이 두 어린이가 생각한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을 지금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학생일수록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항상 융통성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좋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문제제기해도 무방하다. 오늘은 잘 기억해 두었다가 수업을 마무리 지을 때, 문제 삼는 것이 좋겠다.
 
이 어린이들과 다르게 준이는 “선생님한테 말하고 선생님은 엄마한테 말해서 버릇을 고치게 한다. 왜냐하면 남한테 피해를 주는 행동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개성이 넘치는 의견은 아니지만, 충분히 합리적인 방법이라 좋았다.
 
아이들의 발표가 끝나면 나는 장애 어린이가 처해있는 실존적인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그 어린이의 상황을 안다면, 장애인의 행동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는 판단력이나 학습능력이 여러분처럼 나이에 맞게 성장하지 못하는 장애를 말합니다. 최대한 교육을 잘 받는다면, 성인이 되었을 때 약 7세 정도의 지능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발달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의 경우, 3세 정도 어린이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세 살짜리 동생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또래 아이들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발달장애 어린이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문제 2. 정은이네 반의 발달장애 어린이는 왜 아이들을 그렇게 괴롭히는 걸까요? 그 가능성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나는 대로 써 보세요.>
 
이 질문에 성민이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머리가 나빠서 자기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에
2)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3) 아이들이 잘 놀아주지 않기 때문에
4) 아이들한테 친절하게 대할 줄을 몰라서

 
또 준이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1) 장난으로
2) 남을 생각하지 못해서
3) 친구랑 놀고 싶어서
4) 엄마가 관심을 안 써서
5) 친구들이 안 놀아 주어서
 

장애 어린이의 상황을 듣고 나면, 아이들은 합리적인 생각을 더 잘 찾아내는 것 같다.
 
<문제 3. 정은이는 “매를 맞아야 말을 듣기 때문에 때려서라도 그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정은이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이유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이 질문에 ‘나도 말을 안 들으면 부모님으로부터 매를 맞는다’고 하면서 장애 어린이도 잘못하면 때려서라도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버릇을 고쳐주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한편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가 맞는다고 해서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없다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발표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기서는 아이들의 생각을 가치평가하지 않고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편안함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승원이를 제외한 모든 어린이들이 정은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 중 성민이는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치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계속 그 아이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데, 나중에 큰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막아야 합니다”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승원이는 정은이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러면 더 화나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들이 조금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아서다”라고 대답했다.

승원이의 발표를 듣고 준이는 승원이의 생각이 좋은 것 같다고 칭찬해 주었다.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감동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더 좋다고 판단되는 친구 생각을 바로바로 흡수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오늘도 승원이의 생각이 다른 아이들에게 좋은 문제제기가 된 것 같다.
 
다음으로 정은이 담임선생님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선생님이 너무 폭력적이거나 그 장애어린이가 미워서 때리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교실에서, 장애어린이의 행동을 인내심을 갖고 고치도록 도와주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체벌이 ‘좋은 방법’이 될 수는 없다. 때리지 않고 장애어린이가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문제 4. 아이들을 괴롭히는 장애 어린이를 감당 못하는 담임선생님은 매를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담임선생님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때리는 것 말고 그 어린이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봅시다.>
 
승원이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몇 달 동안 학교를 끊게 하고 집에서 예의범절 교육을 시킨 다음에 충분한 시간이 됐으면, 다시 학교로 들여보낸다. 학교 오기 전에 선생님과 걔 엄마가 상의를 한다. 그 내용은 걔가 학교에 다시 와서 폭력을 쓰면 집에서 좀 더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헌이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1) 수업시간에 혼자 편안하게 놀게 운동장에 데리고나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2) 쉬는 시간만 공부하게 하고 애들을 모두 나가게 해서 애들을 보지 못하게 한다.
3) 특별교실을 만들어 음악을 틀어 놓고 춤추며 신나게 한다.
 
모두 충실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나 위에서 발표한 것들은 담임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이지, 학급의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장애어린이가 같은 반에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마지막 문제다.
 
<문제 5. 같은 반 친구로서 이 장애 어린이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잘 생각해 다섯 가지 이상 써 봅시다.>
 
다음은 정헌이와 준이가 생각한 것들이다.
 
정헌: 1) 그 아이도 잘 할 수 있는 놀이를 해 신나게 해준다.
         2) 그 친구가 잘하는 게임을 하면 함께 놀아 준다.
 
준이: 1) 준비물을 안 갖고 왔을 때, 빌려준다.
         2) 친구가 괴롭히면 도와준다. 
         3) 친구가 놀리면 일단 진정을 시켜준다.
         4) 장애 친구의 칭찬을 말해서 친구들과 관심 있게 도와준다.
 
훌륭하고 좋은 생각들을 참 많이 했다. 앞에서 폭력적인 태도로 장애어린이를 대할 거라고 답했던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스스로 평화적이고 가치 있는 해결책들을 더 많이 발표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앞에서 발표한 것과 뒤에서 발표한 의견들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것 같으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예상과 빗나간 대답을 하는 어린이들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장애어린이를 이해하고 그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얼마나 착한 마음인지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되고, 나아가 아이들은 좀 더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내면화하게 될 것이다.
 
이 어린이들에 의해 조금씩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무리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라 하더라도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친구의 마음은 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오늘 발표한 걸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일다 / 정인진)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광고 없이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일다의 친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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