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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살아 있다> 펴낸 환경운동가 최병성 인터뷰 4대강 사업의 실체를 파헤친 책 "강은 살아 있다"를 펴낸 환경운동가 최병성. ©윤정은 사람이 아닌 중장비가 가득한 4대강 사업 준공현장 © 최병성 시민들이 뛰어놀던 옛날 한강의모습(상: 서울시수도사업본부)과 손발을 담글 수 없게된 오늘의 한강(하) "4대강 사업을 하면 철새들은 사라지고, 한강처럼 오리보트만 둥둥 떠다닐 것이다" ©최병성
“광풍같이 몰아치는 4대강 공사를 바라보며, 어떤 이들은 이제 늦은 것이 아닌지 절망합니다. 그러나 절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국민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아는 날, 4대강의 광기는 멈출 것입니다. 4대강의 생명들이 우리가 도와주기를 기다립니다.”
강에 대해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를 담은 생태보고서이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무엇인지 그 진실과 거짓을 낱낱이 밝히는 르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이에게 용기를 준다. “막연한 반대는 힘이 없지만, 진실을 알면 거짓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확언한다.
최병성. 그의 이름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2006년부터는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산업폐기물들이 사용되고 있는 실태와 그에 따른 심각한 폐해들을 밝혀내며, 2년 넘는 길고도 험한 투쟁 끝에 관련 정책과 법 개정을 끌어냈다. 거대 회사들과 정면 부딪히며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우려의 소리를 들었지만, 끝내 이기는 싸움을 했다.
그런 그가 ‘시멘트 전문가’에서 ‘강 전문가’로 변신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거처 삼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히며 ‘4대강지킴이’로 나섰으니, 4대강 사업이 중단되길 바라는 과반수 국민들에게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병성씨는 10년 전에도 강원도 영월 서강에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내며, 강을 지킨 전력이 있다.
무시무시한 권력과 싸우며 많은 분쟁과 소송에 휘말렸을 때조차 절망하는 법을 몰랐던 환경운동가 최병성씨를 만나, <강은 살아있다>를 통해 이야기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 <강은 살아 있다>를 집필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처음에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는 ‘경제성’과 관련한 논리적 싸움이 많았다. 그런데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살리기’라고 그럴듯하게 이름을 바꾸자, 반대하는 쪽은 무기력해졌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왜 해야 하는지’ 계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에선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충실한 내용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1999년에 서강 쓰레기매립장 싸움을 하면서 하천에 대해 알게 됐다. 강을 하나 지키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물고기와 물새들을 알게 됐다. 그러니 이것은(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히는 일) 내가 할 일이구나 싶었다. 회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시민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집필을 시작했다.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일은, 쓰레기시멘트 싸움 3년으로 이미 상당히 훈련이 됐다. 이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현장 답사를 통해 그 실체를 밝혀나갔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 국민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
- ‘강이 무엇인지’ 대부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한강고수부지의 정비된 모습과 예전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무엇이 강이고 생명인지 알아야 한다. 강과 수로를 구분해야 한다. 물만 많으면 되는 게 아니다.
최근에 론리플래닛이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꼽았다. 만약 한강이 살아있었다면, 서울은 아마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한강이 살아있었던 때가)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한국은 30년 앞도 못 내다보았는데, 오늘 또다시 4대강 사업으로 미친 듯이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낙동강 ‘제1비경’이 사라진다. 그러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다. 이곳을 수로로 만들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운하 외에는.”
- 4대강 사업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 분석한 결과를 간단하게 보고한다면?
“이 정권은 컨설팅을 잘해서 한강이 깨어난다느니 4대강을 살린다느니 온갖 화려한 말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다. 홍수 예방, 물 부족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주장 그 어느 것에서도 진실을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내건 치적사업을 개인인 내가 이토록 강하게 반대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진실’을 알고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단군 이래 최대 재앙이 될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껍데기만 보고 환호를 보내는 것을 보며, 이명박 대통령은 구시대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4대강 사업을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는데, 대통령께 소신과 ‘착각’은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전국에 걸쳐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힌다는 건 실로 방대한 작업이다. 연구자도, 환경단체도 하기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 방법이 궁금하다.
“이곳저곳에서 보고서와 서적을 구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그 전문성이 자기 분야에 머물지만, 이 사업은 다양한 분야와 연관이 있어서 많은 분야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논문들이 중요한 자료가 됐다.
정부 홈페이지도 꾸준히 방문했다. 책을 쓰는데 아주 좋은 자료가 됐다. 상대를 알아야 이긴다고, 정부가 하는 거짓말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그것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나가다 보니 꽤 많은 정보가 쌓였다. 이 사업과 관련된 내부 고발도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에 나가면 실체가 보인다. ‘카메라’와 ‘열정’이라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다윗의 심정으로 답사를 다녔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게 될, 마지막일수도 있는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때마다 중요한 정보를 하나씩 찾게 됐다.
팔당대교 아래에 있는 백조들은 10분 거리임에도 잠실과 여의도에는 날라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일자리 창출 내세우지만 정작 지역에서 평생 모래를 파서 먹고 살던 사람들이 해고된 사례도 접했다. 하루는 한강르네상스 준공식에서 ‘옛날 한강 사진’을 전시해둔 것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발견해, 카메라에 담았다.”
- 정부가 엄청난 속도로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데, 이를 위해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미 진 게임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정부는 기업을 통해 전국에 걸쳐 공사를 하고 있으니, 이를 막는 입장에선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졌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미 파헤친 곳들이 많지만, 전체 643km의 아직 일부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들 ‘몰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면 분노하게 된다. 막연하게 ‘안 좋을 것 같다’는 정도에 그치면, 반대의 힘이 미약하다. 하지만 진실을 바로 알게 되면 힘이 생기게 된다. 옆 사람의 생각까지 바꿀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언론이 되어야 한다.
가톨릭과 불교, 원불교, 개신교 등 종교계도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것에 힘을 싣고 있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행이나 순례코스도 만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들이 무책임한 정권을 심판하면, 이 사업은 중단된다. 4대강 사업 찬성하는 정치인들과 이들을 공천하는 정당에 대해 심판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자기 유익만 구하는 공직자들, 재난을 앞두고도 침묵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그 본색을 파악해야 한다. 진실을 찾아내고 알려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자.” <일다> 조이여울 기자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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