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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기간 내 인공임신중절은 ‘임산부의 권리’로 봐야 
 
낙태를 엄격하게 금하고 처벌하게 되어 있는 현행법은 현실적으로 낙태를 줄이지 못할뿐더러, 법 논리상으로 다시 논의되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학회에서 제기됐다.
 
12주 이내 합법화, 24주까지 ‘사유’에 따른 허용

 

한국여성의전화 "낙태에 대한 이야기" hotline.or.kr/respect

양현아(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월 3일 열린 한국여성학회 학술포럼에서 “모자보건법의 큰 틀을 현재 인공임신중절의 ‘정당화 사유방식(법에서 정한 사유만 허용하는 것)’에서 ‘기한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기한 방식’이란, 일정한 기간 안에 이루어지는 인공임신중절은 처벌하지 않고, 그것을 ‘임부의 권리’라고 보는 방식이다.
 
양 교수는 “(배속에서) 생성 중인 태아의 생명이 (태어난) 사람의 생명과 같이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 할 수 없고, ‘부녀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라는 법익과 낙태의 현실적 실효성을 고려”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12주 이내의 낙태에 대해서는 임부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격 있는 의사의 의료상담과 시술에 의할 경우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한 “24주 이내에서는 법이 정한 사유에 의해 의사와 국가의 개입 속에서 낙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여성의 생명권이 걸린 문제, 부차적 취급해선 안돼

 
‘기한 방식’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생명권과, 이미 태어난 사람의 생명권에 대해 법으로 무게를 달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생명이란 “단지 (배속에) 잉태한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보살핌을 받고 적정한 환경에서 양육되어야 생명으로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낙태죄를 규정한 현행법은 ‘태아의 생명·신체’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임부의 생명·신체’를 부차적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양현아 교수는 현행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신체’를 우선시하고, ‘임부의 생명.신체’를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발상에서 출발한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낙태죄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을 제약하고 신체적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여성의 노동과 생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자유”를 빼앗고 있다는 것. 낙태죄는 ‘여성의 생명권’이 결부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인공임신중절 줄이기 위한 공적 정책 필요
 
또한 ‘낙태’를 범죄화하는 것과 낙태하는 하는 비율 간에는 별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현아 교수는 ‘낙태’를 불법화하려는 시도가 ‘낙태’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허가된 시설 이외에서 행하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에 대해서만 처벌하지만, 낙태율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다고 한다. 이는 “상담 절차와 피임, 임신한 여성에 대한 지원책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낙태가 줄어드는 데에는 “법률적 규제가 아니라 피임 실천, 민주적 성관계, 자녀양육에 호의적인 조건 혹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 등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양 교수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인공임신중절을 줄이기 위한 여러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하고 통합된 접근이 요청된다며 “낙태에 대한 공적 지원, 특히 미성년, 저소득층 등 열악한 계층을 위한 공적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보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모자보건법과 같이 ‘정당화 사유방식’(법에서 정한 사유만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을 불가피하게 유지해야 한다면, 우선적으로 “미혼여성과 청소년의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시급히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모자보건법 14조의 ‘배우자의 동의’ 조항은 “가부장제의 유물”로서 “낙태는 당사자 간 상의할 문제이지 법적 요건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삭제할 것을 주문했다. (박희정 기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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