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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생소했다. 전생을 통틀어 여자 몸으로 사는 건 이생이 처음이듯. 나이 쉰을 목전에 두고 그간 내게 일어난 상황들에 대해 적응장애를 일으킨다.

 
때에 맞춰 결혼을 하고 사랑 받는 아내와 착한 며느리, 훌륭한 엄마가 되었다. 의심하지 않았으며 믿었더랬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세 가지 중의 어느 하나가 남아있는지 모른다.
 
기대수명인 팔십이 내게도 허락된다면 앞으로 세 번의 강산이 변할 테다. 남아있는 하나가 있거나 없거나 온전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너는 어떠니”라고 물으면 “어머, 별스러워. 여자니까 할 수 없지” 라는 그녀처럼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상실과 슬픔이 깊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들이 드러나야 한다는 사실에 두 무릎이 꺾인다. 무릎이 저 혼자 꺾였을까. 살면서 저절로 깨닫는 것 중의 하나가 보여야 할 것과 보이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경계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보이면 천대 받거나, 말하면 업신여김 받을게 빤한 이야기이니 어쩌겠는가. 

얼마 전 거창으로 귀농한 윤춘신님의 집 근처 풍경

당신을 만나겠습니다  - 윤춘신
 
울 엄니랑 엄니가 한번쯤 겪었을 이야기가
내게는 체증이 되었습니다.
 
부채표 활명수를 마시고
막걸리를 아무리 들이켜도
얹힌 속이 편해지질 않습니다.
 
체 내리는 집을 찾았습니다.
목구멍 깊숙이 손가락을 집어넣어
가로막힌 건더기를 토해내겠습니다.
 
고름 같은 눈곱
서말 닷되나 달고서
당신을 만나겠습니다.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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