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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 가득한 여름날, 곤충과의 공존을 생각하며 
 
아침마다 매미소리에 잠을 깨는 요즘, 하루 시작이 상쾌하다. 오늘처럼 무더운 날, 열어 둔 창으로 날아드는 그 소리는 서늘한 바람 같다. 게다가 자동차 소음까지 한 겹 덮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도처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오면 ‘아, 진짜 여름이구나!’하는 감흥에 빠져든다. 정말이지, 매미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 힘들다. 귀뚜라미 없는 가을을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지구생명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다양한 곤충들
 

곤충은 지구생명체의 70~80%를 차지함에도, 대부분 도시인들은 박멸하고픈 '해충'이외의 곤충에 관심이 없다. ©일다-이경신

매미소리도 좋고, 귀뚜라미 소리도 좋지만, 하천 가를 걷다 귀를 파고드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도 좋다. 그 뜻 모를 소리가 좋다. 물론, 깊은 잠 내 귓전에서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만은 예외다. 피를 빨아먹고, 가려움과 쓰라린 통증, 때로는 부풀어 오른, 곪은 피부를 남겨놓을 뿐만 아니라, 밤잠까지 설치게 하는 모기를 그냥 두고 볼만큼 관대하진 못하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곤충들은 종종 무찔러야 할 ‘적’이 된다. 나쁜 병을 옮길 수 있다고 의심되는 모기, 파리, 바퀴벌레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개미나 나방까지 모두 그렇다. 사람들은 불편이나 두려움을 주는 곤충들을 ‘해충’이라 부른다. 그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살충제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땅히 없애야 하는 존재를 없앨 따름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죽여야 하는 ‘해충’ 이외의 곤충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70~80%가 곤충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놀라운 무관심이다. 어쨌거나 우리에게 곤충은 그만큼 낯선 존재라는 뜻이겠다. 그러다 보니, 나비나 잠자리처럼 평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곤충도 몇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 없이, 또 그 모습이 징그럽기 때문에 곤충을 죽여도 마음 불편함이 없다. 어린 시절, 귀뚜라미가 징그러워 죽였다는 여동생과 동급생에게 분노하며 싸웠던 기억들이 아직 생생하다.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게다가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곤충을 단지 내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두렵기까지 했다.
 
곤충에 대한 태도나 생각의 수준이 이 정도다 보니, 곤충채집을 방학숙제로 내주거나, 취미 또는 연구를 위한 곤충표본에 놀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 즐거움이나 학문 탐구에 유익한 곤충잡이가 무슨 문제가 되겠나? 게다가 농산물이나 산림에 피해를 입히는 곤충이라면, 바로 박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바탕 곤충과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해충 죽이려고 만든 살충제가 사람도, 생태계도 파괴시켜
 
인간이 곤충과의 전쟁에 동원한 대표적 무기는 살충제, 바로 온갖 종류의 유독 화학물질이다. 살충제는 당장 없애고 싶은 곤충을 제거해주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약한 곤충들은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오히려 살충제는 다른 곤충을 더 증가시키거나, 그로부터 살아남은 개체들은 저항력이 강화되어 더 강력한 존재로 진화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살충제가 뒤이어 개발되고, 곤충의 피해도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살충제로 맞서는 한, 곤충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 수나 진화의 속도를 보더라도, 곤충 쪽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해충박멸에 있어 살충제의 효과는 의문으로 남지만, 위험한 화학물질들이 자연순환 속에서 야기하는 오염의 심각성은 명백해 보인다. 곤충에 대한 인간의 적대감이 생태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에 사용된 살충제는 농산물 자체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토양과 물도 오염시킨다. 오염된 토양은 풀을, 오염된 물은 물고기를 오염시킨다. 오염된 풀은 곤충을, 오염된 곤충은 새를 오염시킨다. 오염된 농산물은 가축을, 오염된 가축은 인간을 오염시킨다.
 

추천 도서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 민들레 2004)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살충제가 연쇄적인 오염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 오염의 주범인 인간이 여기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은 자신을 병들고 죽게 만드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기억력 감퇴, 뇌 손상, 염색체 이상, 기형아 출산, 각종 암과 알레르기의 원인 중 하나가 살충제에 쓰인 화학물질이란다.

 
자연순환 속에서 되돌아 온 식수와 음식의 오염만이 문제는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정기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사용되는 살충제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모기, 파리, 바퀴벌레를 죽이기 위한 살충제, 옷장의 좀벌레를 막기 위한 방충제, 꽃밭의 벌레를 잡기 위한 원예용 살충제와 같이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살충제에다, 아파트 실내나 화단의 정기적인 소독 및 시(市)의 정기 방제작업에서처럼 집단적으로 사용되는 살충제까지, 우리 생활환경은 그야말로 화학물질 천지다.
 
살충제가 만연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미미한 양의 화학물질이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심각한 건강이상을 야기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동시에 범람하고 있어, 그것들 상호간의 복합 작용이 낳을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 역시도 감안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간의 미래는 우울하다.
 
곤충을 마구 해쳐도 된다는 태도는 버리자
 
축축한 여름날, 쌀벌레가 나방이 되어 훨훨 날아다닌다고 해도, 개미가 집안을 떼지어 기어 다닌다고 해도, 산책길에 하루살이가 눈 앞을 어른거린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냥 성가실 뿐이다. 별 이유 없이 보기 싫어서, 성가시기에 곤충을 마구 해쳐도 된다는 오만한 태도는 버리도록 하자.
 
물론 파리와 모기가 날고, 바퀴벌레가 오가면 병이 옮을까 두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살충제를 마구 뿌려대서는 곤란하다. 비록 질병을 옮길 우려가 있을 때조차 살충제에 의존한 해결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듯싶다. 생태계는 인간 마음대로 파괴해도 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희생되어도 되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니까.
 
오히려 곤충이 주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적으로서가 아니라 이 지구에서 공존해야 할 이웃으로 곤충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 아닐까? 곤충도 인간도 지구생태계 내에서 생존하려 애쓰는 다 같은 생명체일 뿐임을 잊지 말자.
 
매미 한 마리가 베란다 모기장에 붙어 귀가 찢어질 듯 맴맴 울어댄다.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 일다 www.ildaro.com [필자의 다른 글보기]  누가 여름 비를 두렵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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