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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
올 봄,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봄바람 순례단)이 서울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불평등한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 개정 운동,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 용산 참사 규명 운동,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등을 함께해 온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와 평화바람 활동가들, 그리고 길동무들로 구성된 봄바람 순례단은 40일 동안 38개 지역과 95곳의 투쟁 현장을 찾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노동자들이 노동의 권리를 외치며 싸우는 곳,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드높이는 곳, 동물들이 자신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투쟁하는 이들이 있는 곳,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과 만났다.
이 만남과 현장의 이야기를 카메라가 담았다. 미디어 활동가 21명이 ‘다른 세상을 잇는 현장 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들이 모여 완성된 영화가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이다. 영화는 「기후위기의 시대」, 「빼앗긴 노동」, 「있다, 잇다」, 「기억투쟁」, 「평화연습」 다섯 테마로 총 18편의 작품이 담겼다.
▲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김선구, 김설해, 김성은, 김현석, 김환태, 노은지, 박명훈, 박배일, 박상헌, 박영길, 배혜원, 신효진, 안창규, 양동민, 오이, 윤가현, 이마리오, 이혜주, 장민경, 정원석, 하샛별 감독, 2022) 중에서 “평화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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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열린 “봄바람 상영회”에서 영화를 접한 후,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과 함께 희망이 느껴졌다.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기후재난과 불평등은 더 심화되는 것을 목격하는 요즘 떠올리기 어려운 단어였던 희망을.
투쟁 현장의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무겁고 힘들어지기 마련인데, 영화를 보면서 절망적이라는 생각보다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왜일까? 그건 아마도 영화가 제목처럼 ‘여기, 우리가 있다’는 걸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일 테다. 그리고 그 ‘우리’는 충분히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가 더 많은 곳에서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영화에서 소개된 이야기 중 일부를 간단히 전달하고자 한다. 상세한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마시라. 아니,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걸 추천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석탄화력발전소 짓는 나라
영화는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서울 한강 옆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그 근방에 살아가는 이들은 암 등의 질병에 걸리고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도, 지원도 없이 이주를 시켜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대도시나 멀리 사는 사람들은 그냥 전기 스위치 하나 올리면 불이 들어오니까, ‘이게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생각 없이 (전기를) 너무 쉽게 쓰는 거에요.”라는 월성 주민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강원도 삼척엔 탄소중립(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흡수량은 증대하여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태)을 외치는 기후위기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석탄화력발전소가 만들어 지고 있다. 삼척은 1990년대에도 핵발전소 건립 논의가 있었던 곳으로, 많은 시민들이 투쟁한 결과 백지화된 바 있다. 하지만 2005년엔 핵 폐기장을, 그리고 2010년 또 한번 핵발전소를 만들겠다고 해서 시민들도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지금, 석탄화력발전소가 만들어 지고 있다.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될 예정이다.
▲ 영화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 중 “삼척화력발전소-석탄을 넘어서” 장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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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에는 대규모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LNG는 친환경 발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자주 껐다 켜야 하는 운영 과정에서 재가동 시마다 불완전연소로 인해 유해물질이 대량 배출되고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와 사고 위험, 온실가스 배출, 지하수 오염 등 환경 위기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 화력발전소 등이 계속 만들어지는 건 개발, 경제 발전이라는 이유로 축약된다. 어떤 지역의 소수가 희생하면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은 더 많은 걸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이전의 석탄발전소는 공기업이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LNG 발전소는 전부 다 민간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LNG 발전소를 민영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석탄발전소 대신 자본의 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서늘하게 느껴진다.
10년, 아니 20년 넘도록 투쟁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친환경적’인 발전소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말 뒤에 가려진 이런 사실들을 알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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