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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퀴어영화제 상영작 <가을이 여름에게> 원은선 감독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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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온라인에 중점을 둔 행사로 진행되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오프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7월 15일부터 17일간 진행되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메인 행사 중 하나인 한국퀴어영화제 또한 온-오프라인 동시 행사로 열린다. 온라인은 15일부터 31일까지 OTT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co.kr/kqff2022)에서, 오프라인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라이카시네마와 에무시네마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원은선 감독이 연출한 단편 영화 <가을이 여름에게> 포스터

 

매년 전세계의 다양한 퀴어영화들을 선보이는 한국퀴어영화제에서 올해 볼 수 있는 한국단편선은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성년’, ‘가족끼리 왜이래’, ‘오! 묘(妙)하다’, ‘NOW OR NEVER’. 장르도 타깃도 주제도 다른,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총 19편의 상영작 중 원은선 감독의 <가을이 여름에게>는 ‘가족끼리 왜이래’ 섹션에 포함된 33분 분량의 단편이다. 영화는 중장년으로 접어든 미숙이 각자의 삶을 꾸리고 있는 네 딸들에게 이혼 선언을 하려고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2018년 공개된 단편 영화 <그녀는요>에서, 소개팅에 나간 미영이 마주하게 된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의 몸을 둘러싼 차별과 편견을 비판했던 원은선 감독. <가을이 여름에게>에선 한 가족 안의 다섯 명의 여성이 각기 다름을 넘어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보여 준다.

 

조금 ‘색다른’ 퀴어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가을이 여름에게>를 만든 원은선 감독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주연 기자)

 

-<그녀는요>가 첫 번째 연출 작이고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인 걸로 알고 있어요.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사실 전 영화과를 전공한 건 아니고 공대를 나왔어요. 학교 졸업 전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영상 관련 수업을 들었어요. 원래 영화를 좋아했고, 취업 전에 좀 다른 걸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기억이 계속 나서 단편 영화라도 한번 참여해 보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었네요.(웃음)”

 


영화 <가을이 여름에게>(2022년, 32분59초)를 연출한 원은선 감독. (인터뷰이 제공)

 

-<가을이 여름에게>는 그동안 보아왔던 비-퀴어 엄마와 퀴어 딸이 등장하는 이야기 전개가 아니어서 흥미로웠어요. 보통은 딸의 ‘커밍아웃’을 주제로 하는데, 이 영화에선 엄마의 ‘이혼’이 주제니까요. 또 요즘 흔치 않은 네 자매라는 설정도 재미있었고요.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나요?

 

“딸 부잣집이라는 설정은 시작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단편 영화치곤 인물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요. 그래서 우려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제작 지원 심사 받을 때도 등장 인물을 좀 줄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하지만 원래 설정대로 밀고 나갔죠.(웃음)

 

요즘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에 비해 그들의 이야기가 별로 많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결혼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다양한 삶을 일궈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회에서 규정하는 가족의 모습 말고, 그 외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전작 <그녀는요>에선 소개팅,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번 작품에선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와요. 감독님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연결된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저한테 결혼은 크게 고민되는 지점은 아니에요. 그냥 살다가 하게 되는 여러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인 것 같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연애나 결혼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은데,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편견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거에요."

 

영화 <가을이 여름에게> 중 민아(박가영 배우)와 파트너 도연(고승주 배우)의 모습

 

-<가을이 여름에게>에 나오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대사들이 참 좋았어요. 그 중에서도 미숙이 “평범하게 사는 게 참 어렵다”라고 한 장면은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보통 보호자들이 자녀에게 ‘튀지 말고 평범하게 살라’고 하지, 본인들이 ‘평범하게 사는 게 참 어렵다’고 고백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미숙이 그 말을 하는 게 의미있게 느껴졌어요.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런 대사들은 어떻게 쓰게 된 건가요?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써놓는데, 그 대사도 그 메모장에 있던 거였어요. 그 말을 메모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정말 평범하게 사는 게 어렵다’는 거였거든요. 그 외 엄마와 딸의 대사들은 제가 엄마랑 하는 대화들에서 많이 참조했고, 사실 이번 작품에선 전작과 달리 시나리오 수정을 많이 했어요. 배우들 캐스팅하고 나서도 많이 바뀌었고요. 배우들과 리딩하면서 배우들이 제시해 준 대사도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조심했던 건, 결혼과 관련된 메시지였어요. 미숙이 결혼을 중단하려고 하는 것과 대비되어서 지금 결혼을 유지 중인 분들이 부정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부분을 유의하려고 했죠.”

 

-영화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는데, 공간의 역할도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숙과 네 자매들의 집이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살 것 같은 집의 느낌이었어요.

  

“사실 그 집은 저희 할머니 집이에요. 이런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공간을 구하는 게 큰 일인데, 그 점에서 정말 다행이었죠. 어릴 때부터 저도 많이 왔다 갔다 한 공간이어서 편하기도 했고요. 물론 촬영 끝나고 할머니한테 집 어질러 놨다고 혼나긴 했지만요.(웃음) 그 공간을 영화 속에 담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공간이 따뜻하게 느껴진 건 그 이유 때문이었나 보네요. 배우들 연기와 합도 좋았어요. 엄마와 딸이나 자매 간의 긴장감도 생생했는데, 연기 디렉팅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렇게 인물이 많은 작품은 처음이라 저도 도전하는 마음이었어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의견도 줘서 도움이 됐어요.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식으로 작업을 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연기 디렉팅은 대사 하나하나를 보기 보다 어떤 인물이 대사를 했을 때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려고 했어요. 지금 이 장면, 이 분위기가 어울리는지 아닌지를요.”

 

-등장인물들이 다 여성이에요. 아역배우까지도요.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캐스팅을 정말 잘했구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지금 영화의 엔딩과 다르게 현장에선 가족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 장면도 찍었거든요. 그 때 제가 대사가 아닌 몇 가지 상황들을 제시했는데,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장면을 만들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대단하다’ 하면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나요.”

 

미숙(김자영 배우)의 모습

▲ 영화 <가을이 여름에게> 중 미숙(김자영 배우)의 모습

 

-네 딸 중 한 명인 민아의 커밍아웃이 주요한 이야기로 나오진 않았지만, 언니들에겐 커밍아웃을 했다는 대사가 나와요. 네 자매의 성격 또한 다 다른데, 그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다들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특히 다은이 같은 경우는 자기 일도 바쁘고 하니까, 민아가 얘기했을 때도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갔을 것 같고요.(웃음)

 

흔히 퀴어영화에서 퀴어와 가족이 등장하면, 퀴어인 캐릭터가 성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을 하거나 가족들과 불화하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잖아요. 전 민아가 정체화 과정을 이미 끝내고 난 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들을 담고 싶다고요.”

 

-민아가 아직 엄마한텐 말을 하지 않은 걸로 나오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미숙이라면 딸의 커밍아웃을 잘 받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시나리오 쓰면서 생각했던 건 ‘사실 미숙이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이긴 했어요. 겉으로 내색을 안 하고 있지만요.”

 

-맞아요, 엄마들은 늘 알더라고요.(웃음) 영화의 시작과 끝이 미숙의 얼굴이잖아요. 퀴어영화에서 주로 보이는 연령대가 10~30대이다 보니, 중년 여성의 얼굴이 부각되는 걸 보는 게 좀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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