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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은의 극장 앞에서 만나]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김진화 감독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해 본 적이 있는가. 나에게는 영화가 그렇다. OTT 시장이 활성화되자 영화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영화는 사라질 리 없다고. 그래도 불안했다.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너무 좋아하다 보니 만드는 일도 부담이 되었다. 내가 만드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해를 끼칠까 봐 걱정이 컸다. 사랑하면 용기가 생긴다던데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어떻게 잘 사랑하면서 만들 수 있지. 만드는 일도 지키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짝퉁’ 가수 엄마와 ‘관종’ 유튜버 딸

 

김진화 감독의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윤시내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한 여성, 신순이(오민애)의 이야기다. 그는 ‘연시내’라는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을 하며 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도록 보관해온 인삼주를 윤시내에게, 아니 윤시내 선생님에게 드리는 것이 꿈인 그는 연시내 분장을 지운 후에도 윤시내의 영상을 종일 보며 따라 부른다. 그러던 어느 날, 윤시내가 사라졌다.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김진화 감독, 2022) 포스터

 

연시내는 윤시내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여정 속에서 수많은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들을 만난다. 운시내, 가시내, 윤신애 등등... 모두 윤시내에게 푹 빠진 사람들이다. 절절한 사랑의 경로를 따라서 연시내는 달린다. 과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연시내의, 아니 신순이의 딸 장하다(이주영)이다.

 

장하다는 신순이가 윤시내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랐고, 결국 관심을 갈구하는 ‘관종’ 유튜버 ‘짱하’로 성장했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짱하는 자신을 위태롭게 지켜나가고 있었다.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 함께하는 이유도 단 하나다. 윤시내 ‘짝퉁’인 엄마 연시내를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 조회수가 대박이 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는 모녀의 서사와 이미테이션의 진짜를 향한 사랑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그 사랑과 이 사랑은 다르다. 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연시내가 윤시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후자의 사랑은 뜨겁다면 전자의 사랑은 습하다. 둘 다 지독히도 오래간다는 공통점을 갖고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그 출발의 차이로 딸은 서운함을 느끼고 연시내는 그런 딸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답게 까불까불하다. 유튜버 짱하의 셀프 카메라 앵글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비단 그 앵글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핸드헬드와 배우들의 동선으로 장난기를 그득 보여준다. 배우들도 카메라도 자유로워 보이는 가운데 짱하의 자유와 연시내의 자유가 충돌한다. 관심받을 자유와 사라진 사랑의 대상을 찾을 자유가 맞부딪혀 마찰음을 만들어 낸다.

 

연시내는 결국 여정 중간 장하다에게 버려지고 눈 내렸던 길을 홀로 걷다가 누군가 버린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애지중지 껴안고 다니던 인삼주를 결국 본인이 마셔버린다. 정말 윤시내는 사라져 버린 걸까. 장하다는 신순이가 자신을 버렸다고 느끼고 연시내는 장하다가 자신을 버렸다고 느낀다. 이 버림받은 사람들은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윤시내의 대한 사랑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모녀 관계의 관심의 문제로 파고들지만 결국 해결점도 윤시내다. 윤시내를 찾기 위한 마지막 종착역에서 연시내는 윤시내의 노래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를 열창한다. ‘벗어나고 싶어,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이 노래를 부르는 연시내 역 오민애 배우의 열연은 정점을 찍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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