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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에서 만나] 아녜스 바르다 영화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_신승은 글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데이트 초기부터 헤어짐, 이별 후 과정까지 피해자의 눈으로 낱낱이 재해석하며,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며 데이트폭력의 전모를 밝힌 책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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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과소비의 시대다. 환경오염, 기후위기 뉴스가 매일 같이 경종을 울리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지는 않는 듯싶다. 서울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점심 시간대여서 점심을 먹고 나온 직장인들을 대거 마주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플라스틱 일회용 잔에 담긴 음료를 들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텀블러가 대량 생산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난무하고 있다.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른 세상이 아니다. 같은 세상이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미래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미래의 쓰레기통은 이제 가득 차고 넘치고 있다. 이런 사태에도 공장에서는 쉴 새 없이 새것들을 만들어 내고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는 상품들은 쉽게 버려진다.

 

버려지는 이삭들

 

영화 속에는 감자 밭이 나온다. 상품성이 있는 감자들만 가져가고 남은 감자들이 어마어마하다. 이삭 줍는 사람들이 모인다. 각자의 바구니를 들고 와 먹을 수 있는 감자들을 골라 가져간다. 그렇다. 먹을 수 있는 감자들이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감자들이다. 조금의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크기가 조금 작거나 크다는 이유로,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감자들이다. 몇 톤의 감자가 이런 식으로 버려진다고 한다. 감독은 하트모양 감자를 줍는다. 감독도 줍는 사람의 대열에 합류한다.

 


▲ 아녜스 바르다 감독 영화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감독은 단지 하트모양 감자만 줍지 않는다. 감독은 버려지는 물건들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이미지를 줍는다. 촬영 중 깜빡하고 카메라를 끄지 않은 장면이 있다. 그때 렌즈 뚜껑이 덜렁 거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누군가는 버렸을 이미지이다. 하지만 감독은 렌즈가 춤을 추는 장면이 찍혔다며 버려질 이미지를 줍는다. 감독의 이삭줍기는 영화 내내 계속된다. 그것이 물적인 이삭이든 이미지적인 이삭이든 간에 말이다.

 

‘어글리어스’라는 플랫폼이 있다. 판로가 없거나, 하자가 조금 있다고 해서 ‘상품성 미달’을 받은 버려질 채소들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2주에 한 번 배송을 시키고 있는데 항상 종이 한 장이 함께 온다. 채소들의 사연이 구구절절 적혀있다. 조금 휜 오이가 있고, 약간 작은 감자가 있다. 긁힌 자국이 있는 피망과 가지가 있고, 조금 큰 상추 등이 있다. 맛과 신선함은 그대로다. 하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마트에는 진입하지 못하였고 버려질 운명에서 이삭을 줍는 사람들에 의해 멋진 식료품으로 재탄생한 채소들이다. 깨어지거나 흠이 나서 못 쓰게 된 물건을 ‘파치’라고 한다. 파치 식품들을 파는 개인 농부들도 많이 있다.

 

쉽게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감독의 추적은 계속된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감독은 카메라를 가져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물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유통기한 하루가 지난 음식 등을 가져다 요리해 먹는다. 유통기한은 소비기한과 달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소비기한에 따라 식용 가능 날짜가 다르다. 예를 들면 두부는 냉장 보관하면 유통기한에서 90일이 지나도 식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쉽게 이를 버리고 어떤 이들은 이를 주워 끼니를 때운다.

 

식료품을 줍는 이들은 주로 식당 앞을 서성인다. 하지만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식당 또한 존재한다. 남은 식재료들은 각각 다른 용도로 재활용된다. 식료품을 줍는 요리사도 있다. 그의 주방에서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방법도 있다는 것을 감독은 세세하게 담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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