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경험으로 말하다

‘성’ 때문에 고충이 많은 학교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 7. 9. 11:36

고등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성고충상담창구’ ⓒ김현임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그 학교의 좁다란 복도에서 눈길을 끄는 푯말이 있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고충상담창구.
 
소년들은 이 네모난 푯말이 달려있는 네모난 방에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떤 얘길 듣고 돌아갈까 궁금해졌다. 아니, 과연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할까. 성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곳의 이름을 무슨 은행창구 같은 딱딱한 제목으로 붙인 교육행정의 처사가 의아하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들은, 올해의 소원으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달라 했다 한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란, 성폭행을 당했던 1년여 시간만을 뜻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후 경찰수사 과정과 가해자 측 관련자들에게서 받았던 협박과 가학적인 행위들 모두를 포함한 것이다.

초등학생들부터 청소년 성폭행이 유행인양 발생하고 있는 데에는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큰 이유를 차지한다. 그래도 ‘성’과 관련해 고충이 많다는 게 인식된 탓에, 우리 때는 없던 성고충상담창구란 것도 생겼지만, 그것이 처방약이 될 수 있을까?

일찍부터 ‘성교육’이라는 좋은 예방약을 썼다면, 학생들에게 ‘성’이 고충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으련만, 학교는 임시방편 혹은 사후처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안 그래도 썰렁한 교내에서 ‘성고충상담창구’는 더욱 어둡고 공허하게 보인다.

일다 ⓒwww.ildaro.com [10년 후에도 ‘사각지대’, 10대의 성]  [군대식 ‘얼차려’가 자행되는 학교]

댓글
  • 프로필사진 거미 그러고보니 무시무시하던 성폭력 사건들도 다 묻혀버리는 군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예방책이 얼마나 나왔는지.. 휘유..
    2009.07.09 12:09
  • 프로필사진 bat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전시행정 2009.07.09 14:12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cyworld.com/lonefox BlogIcon 고호 안녕하세요? 좋은 칼럼 잘 읽었습니다^^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보건교사입니다. 양성평등, 성희롱 및 성매매, 성폭력 예방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학교에는 성고충상담 창구가 신설되었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보건실이 성고충상담 창구를 겸하고 있는데요. 보건교사들이 성고충상담 창구가 신설되는 것도 중요하나, 먼저 성교육 등 보건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여 미국 등 선진국처럼 학교에서 보통*의무 교육으로 누구나 건강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힘을 모았습니다. 교사들의 열의와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2007년 17대 국회에서, 초중고 모든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학교에서 보건교사에게 보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과부장관이 도서, 시수를 정하도록 하는, 사실상 보건교과 설치를 주요골자로 하는 학교보건법이 개정, 국회의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보건교육과정이 고시되어 올 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및 고등학교 1개 학년은 17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보건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2010년부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선택과목으로 보건 과목이 설치되는데-사실상 법률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받도록 규정되어 있어 필수과목의 의미가 강합니다-대다수의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께 보건 과목이 설치되었다는 것조차 안내하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이들 건강에 관심있는 교사, 시민이 모여 아이들 건강권 확보를 위한 교육운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힘겨운 외침입니다. 외국은 학부모, 시민들이 성교육을 비롯한 아이들 건강 교육에 대하여 의제를 삼고 학교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심의하기도 합니다. 좋은 기사를 읽고 흥분하여(?) 댓글이 길어졌네요^^ . 많은 아이들이 성 문제 뿐만 아니라 많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문제로 힘들어합니다. 법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에 아이들 건강 문제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입시 폭력 속에서 아이들의 건강권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09.07.09 14:4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logs.ildaro.com BlogIcon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은 의견글 잘 보았습니다. 방문 감사드려요~ 2009.07.12 13:27 신고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