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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성고충상담창구’ ⓒ김현임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그 학교의 좁다란 복도에서 눈길을 끄는 푯말이 있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고충상담창구.
 
소년들은 이 네모난 푯말이 달려있는 네모난 방에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떤 얘길 듣고 돌아갈까 궁금해졌다. 아니, 과연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할까. 성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곳의 이름을 무슨 은행창구 같은 딱딱한 제목으로 붙인 교육행정의 처사가 의아하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들은, 올해의 소원으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달라 했다 한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란, 성폭행을 당했던 1년여 시간만을 뜻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후 경찰수사 과정과 가해자 측 관련자들에게서 받았던 협박과 가학적인 행위들 모두를 포함한 것이다.

초등학생들부터 청소년 성폭행이 유행인양 발생하고 있는 데에는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큰 이유를 차지한다. 그래도 ‘성’과 관련해 고충이 많다는 게 인식된 탓에, 우리 때는 없던 성고충상담창구란 것도 생겼지만, 그것이 처방약이 될 수 있을까?

일찍부터 ‘성교육’이라는 좋은 예방약을 썼다면, 학생들에게 ‘성’이 고충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으련만, 학교는 임시방편 혹은 사후처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안 그래도 썰렁한 교내에서 ‘성고충상담창구’는 더욱 어둡고 공허하게 보인다.

일다 ⓒwww.ildaro.com [10년 후에도 ‘사각지대’, 10대의 성]  [군대식 ‘얼차려’가 자행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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