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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관리 체계와 수용시설 외국인 여성들의 인권 (하)
일본 출입국관리소에 수용된 외국인 여성들을 만나온 오다 아사히(織田朝日) 씨는 출입국관리 체계와 수용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출입국관리 시스템에 의해 수용된 여성들의 실태를 오다 씨가 직접 전한다. [편집자 주]
곰팡이투성이 공간, 감시당하는 지옥 같은 생활
최근 들어 입국관리소에 수용된 사람의 수가 대폭 줄기는 했지만, 작년 중반까지 여성들도 많이 수용되어 있었다. 지금은 풀려났지만, 그건 입국 관리가 관용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다. 팬데믹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 여성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수용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또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될 가망이 보이면 다시 수용될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출입국관리에 의해 강제퇴거 영장이 나온 사람의 97%가 강제송환되거나 출국을 했다. 남은 3%에 포함되는 여성들은 모두 자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이런 사정이 있을 때, 진즉에 비자를 발급해주는 국가도 있을 것이다.
입국관리소에 수용이 되면, 누구든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지옥 같은 수용 생활을 하게 된다.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하다. 의료 방치, 질이 나쁜 정도를 넘어서 때때로 부패한 식사를 비롯, 방도 샤워실도 세탁기도 모두 곰팡이투성이일 정도로 비위생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몸 상태가 안 좋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면 바로 개인실에 감금되어 화장실 안까지 감시카메라나 직원이 방 창문으로 생활을 엿보는 식의 괴롭힘을 당한다는 점이다.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완전히 박탈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자녀와 생이별하는 여성들
무엇보다도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녀와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수용되어 있으면 자녀는 아빠나 친척이 돌보거나, 혹은 마찬가지로 시설에 수용된다.
원래는 ‘모자 면회’라고 하여 월 1회 정도 아크릴판으로 분리되지 않은 방에서 30분가량 면회하며 서로를 안을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그조차도 금지되어버렸다.
▲ 일본 입국관리소에 수용된 이들 중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아이와 격리되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월 1회 정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면회마저 금지되어버렸다. (페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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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오랜 기간 헤어져 있고 접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정신건강도 큰 영향을 받는다. 사춘기가 되면,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로 추궁을 당하다가 결국은 다니기 어렵게 된다. 그러한 현실에 대한 분노는 엄마를 향하기 일쑤다. 아이는 점차 “당신 탓”이라며 엄마를 질책하게 된다.
입국관리소에 수용된 한 필리핀 여성은 “수용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지만, 아이의 질책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자를 발급하는 일은 누구를 곤란하게 하는가?
입국관리소를 방문하면서 만났던 여성들이 수용된 기간은 굉장히 길었다. 2년은 기본이고, 5년 이상 수용된 여성도 두 명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난민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일본인 남성과 동거했던 고령의 외국인 여성이었다.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이렇게까지 사람의 인생을 빼앗아도 되는 걸까.
현재는 가석방되어 입국관리 시설 바깥에서 살고 있지만, 또 언제 수용될지 마음이 편안할 날이 없다.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는 일이 대체 누구를 곤란하게 하는 것일까? 인간의 존엄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출입국 관리체제는 너무나도 불관용이 아닌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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