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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 요건을 폭행 협박이 아니라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성범죄 처벌 강화”와 “무고죄 처벌 강화”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선 일맥상통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법 체계 안에서 누가 성범죄의 ‘진짜’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를 살펴보지 않고, 처벌만 강화하겠다는 단순한 방식은 크나큰 왜곡을 만들어 낼 위험이 크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6월 9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튜브 중계로 진행된 이슈 토크 <무고죄 강화? 진짜 필요한 것은 강간죄 개정이다> 현장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폭행, 협박과 저항 여부를 묻는 ‘강간죄’ 왜 문제인가

 

먼저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은 강간죄가 어떻게 성립되고 있는지이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설명에 따르면 “강간죄는 형법 제297조에 있는 법”으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고 쓰여 있는 죄”이다. 아직까지도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 한다(최협의설)”는 판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간죄를 판단할 때 저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다시 말해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를 묻는 현행법 체계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인정받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거기다 가해자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며, 성범죄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박아름 활동가는 2016년도 유명 연예인 이OO 성폭력 그리고 무고 역고소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 사건에서 성폭력 원 사건은 불기소되었고, 피해자의 무고죄 재판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선,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맞았던 것 같다.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성폭력인지 아닌지, 폭행 협박에 의한 것까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원치 않는 성관계였기 때문에 강간죄로 신고했을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고, 사실을 다소 과장한 정도로는 허위 사실이 아니고 본인이 그것을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에 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에선 “내심에 반하여 또는 설득에 못 이겨 마지못해 성관계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폭행 협박은 없었다”고 봤고, “강간죄가 폭행, 협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성폭력이라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에 폭행, 협박이 없었는데도 원치 않는 성관계였다는 이유로 신고했다는 것 자체가 무고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강간죄가 폭행, 협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성폭력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는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현실의 여성들은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96.7%가 ‘동의 없이 이루어진 성관계는 성폭력’(2021년 성적 동의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조사 결과, 한국성폭력상담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 커다란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들이 겪는 성범죄의 현실과 뒤떨어진 법 제도의 틈 사이에 무고죄가 파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 2019년 9월 2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총궐기> 현장 중 (사진 촬영: 혜영)

 

박아름 활동가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통해 무고로 역고소를 당한 피해 상담 사례를 조사해 본 결과,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4월 30일까지의 전체 성폭력 상담 횟수 26만건 중 무고 상담 피해 횟수는 2,146건”이었으며 “그 중에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70건의 사례를 분석해봤더니, 75.7%가 폭행 협박이 없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고죄 고소였다”고 했다. 결국 현행법 상 강간죄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즉 폭행 협박이 없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본인이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기사 전체 보기]  강간죄와 무고죄의 관계, 문제는 ‘최협의설’이다 - 일다 - https://ildaro.com/9367

 

≪일다≫ 강간죄와 무고죄의 관계, 문제는 ‘최협의설’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성폭력 피해자를 옥죄는 무고죄에 대한 두려움을 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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