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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우생보호법 피해자 항소심, 오사카에서도 도쿄에서도 국가배상 판결
일본에서 ‘좋지 않은 자녀 출생 방지’를 목적으로 한 구(旧) 우생보호법(1948~1996년) 하에서 장애 등을 이유로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피해자 등이 국가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 항소심 판결이 올 2-3월 오사카와 도쿄에서 각각 나왔다. 양쪽 판결 모두 최초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6건의 지방법원 판결 중 일부에서는 구 우생보호법을 ‘위헌’이라고 인정하고, 국가의 ‘입법 부작위’(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을 위임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인정했지만, 모두 ‘제척기간’(어떠한 권리에 관하여 법률이 예정하는 존속 기간)을 이유로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우생수술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모임’과 ‘오사카 구 우생보호법을 묻는 네트워크’에 소속된 도시미츠 케이코(利光恵子) 씨의 보고를 싣는다. [일다]
▲ 3월 23일에는 구 우생보호법 재판 원고와 지지자가 일본 전역에서 모여, 후생노동성 앞에서 “도쿄고등법원 판결에 상고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선전전을 했다. (촬영: 오하시 유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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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자녀 출생 방지’ 우생시책은 막대한 인권침해
구(旧) 우생보호법 하에서 장애를 이유로 강제 불임수술을 당했다며 국가를 제소한 재판에서 2월 22일 오사카고등법원, 이어서 3월 11일 도쿄고등법원에서 획기적인 승소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불량한 자손의 출생방지’를 목적으로 내걸었던 우생보호법이 행복추구권과 법 아래에서의 평등을 보장한 헌법 13조, 14조에 반하는 위헌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피해를 당한 지 20년 이상 지나면 배상청구권이 소멸되는 ‘제척기간’의 벽을 뛰어넘어, 국가에 손해배상을 명했다.
지금까지 2018년 1월, 센다이지방법원 제소를 시작으로 전국 9개 법원에서 25명의 피해자가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 중 네 곳의 지방법원(삿포로, 센다이, 오사카, 고베) 판결에서는 구(旧) 우생보호법이 ‘위헌’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제척기간을 적용해 원고의 주장이 전부 기각된 바 있다.
항소심인 오사카고등법원의 원고는 지적장애가 있는 소라 히바리 씨와 청각장애가 있는 노무라 하나코 씨-노무라 타로 씨 부부(모두 가명)다. 소라 씨는 1965년경, 아무것도 모른 채 산부인과 병원으로 이끌려가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았다. 본인 심문에서 “75세인 지금도 내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노무라 하나코 씨는 1974년,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임신 9개월 차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태어난 아이는 ‘사망했다’고 통보를 받았다. 그 후, 월경이 다시 시작되지 않아 제왕절개와 동시에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다.
오사카고등법원의 판결은 피해자 등이 강제 불임수술에 의해 신체에 큰 침범을 당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불량’하다는 차별적 낙인이 찍혀 개인의 존엄이 현저하게 손상되었다고 밝히며 막대한 인권 침해를 언급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차별과 편견이라는 배경에 더해 재판에 필요한 정보와 상담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하게 곤란한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것은 국가가 해당 법을 만들어 우생시책을 추진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정당화하고 고정화하였으며, 나아가 조장해온 데 원인이 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이러한 국가의 중대한 책임에 비추어 ‘제척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저하게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반하므로, 제척기간 적용을 제한하고 피해자 및 배우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일본 전역에 있는 소송 원고와 가족, 변호사, 지원자 등은 “마침내 사법의 정의가 드러났다”며 기뻐했지만, 3월 7일 국가는 최고법원에 상고했다. (계속)
[기사 전체 보기] ‘강제 불임’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피해자들 승소 - 일다 - https://ildaro.com/9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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