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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혁이 필요해] 투표권을 잃은 사람들②
5인 미만의 사업장을 예외로 둔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89년의 일이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잠시 수면 위로 올랐지만, 영세 사업자의 현실 고려와 국가의 감독 한계라는 명분으로 무산되었다. 30년 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최소한의 기준을 만드는 법이 잘못되니 차별은 지속해서 확산됐다. 이후 만들어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공휴일법의 적용 대상에도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쏙 빠졌다. 첫 단추를 단단히 잘못 끼운 셈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공휴일법은 공공영역에 한정되어 있던 공휴일 규정을 민간 영역으로 확장했다.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휴일의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일은 유급공휴일이었다. 역시 5인 미만 사업장만 빼고.
▲ 선거 날을 공휴일로 규정한 공휴일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에 항의하며, 지난 2월 2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주최 집회가 열렸다. (출처: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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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의 보육교사로 일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조건을 경험했던 전길선 후보와, 현재 영어학원에서 일하며 부당한 노동 조건에 항의하고 있는 김하얀 강사의 만남은 그렇게 성사됐다. 각자가 경험한 공통의 부당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기록: 보코)
전길선(녹색당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이하 길선): 녹색당의 경기도의원 비례 후보로 출마한 전길선입니다. 현재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고 있고,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김하얀(이하 하얀): 저는 부산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직한 상태이고, 직전에 일했던 학원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첫 직장 생활이기도 했는데요. 일을 시작한 후에야 투표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길선: 지금까지 투표에 참여한 경험은 어떤가요? 혹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하얀: 4~5차례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 시절에,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재외국민으로 신고되어 있어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던 상황이 떠오릅니다. 그 사실을 당일에서야 알게 되었는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행정적 오류가 있었던 모양인데, 약간 억울한 마음도 들고. 제도가 미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길선: 투표를 할 수 없는 여러 조건을 경험하셨네요. 최근 대통령 선거가 있었잖아요. 그때도 선거 당일에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나요? 선거 당일의 일터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하얀: 선거 당일에는 학원이 쉬지 않아서 사전 투표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전 투표 일정 중 가능한 날이 하루밖에 없어서 마음이 촉박했어요. 만약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다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투표하기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선거 날 학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냥 쉬고 싶다’였어요. 다들 쉬는데 왜 우리만 일할까? 선거 당일에는 그 부당함에 화가 나 있던 게 기억납니다. 선거 당일 유급휴가가 적용된다면, 사전 투표 시기에 마음 급하지 않게 일상을 보내고 선거 날에는 투표하고 쉬고 싶어요.
[기사 전체 보기] ‘선거일은 유급 휴일’ 우린 왜 출근해야 하지? - 일다 - https://ildaro.com/9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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