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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혁이 필요해] 투표권을 잃은 사람들③
-인터뷰어: 이건웅(녹색당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인터뷰이: 김도경, 이지혁(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기록자: 보코
녹색당의 제주도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건웅 후보는 인터뷰 말미에 녹색당에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받아 적겠다’고 했다. 인터뷰이로 참여한 김도경, 이지혁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휠체어 사용자다. 세 사람의 대화는 휠체어 사용자의 투표권 문제에서 시작해 시설 거주인의 거소 투표 제도, 교통 약자의 이동권, 그리고 장애인 일자리 의제로 확장됐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동 약자를 위한 투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에 앞서 제주선관위가 투표 편의에 관한 점검과 투표소 접근성 모니터링을 실시했으나, 실제 현장에서 여전히 장애인 유권자의 접근성은 부실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이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투표소 10곳 중 6곳꼴로 개선이 필요했다. 투표 사무원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전국 도의원 선거 최연소 출마자이기도 한 이건웅 후보는 ‘의회에 들어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겠다’며 김도경, 이지혁 활동가에게 만남을 청했다.
이건웅(이하 건웅): 녹색당의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건웅입니다. 올해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하향되면서, 출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주 녹색당은 장애인 관련 정책 개선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계신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지혁(이하 지혁): 제가 활동하고 있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권익옹호 사업, 동료 상담, 역량 강화, 탈시설 자립 지원 등 크게 4가지 분야의 활동을 주축으로 하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이동권, 저상버스, 보행 환경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도경(이하 도경): 저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탈시설’이 화두인데요, 시설을 나와서 당사자가 혼자 자립 생활을 이어가긴 어려운 환경이잖아요. 동료 상담은 먼저 자립을 한 당사자가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고, 심리적 지지를 통해 함께 자립 생활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활동입니다.
▲ 이건웅 제주도의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확정 기자회견 당시 모습.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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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웅: 두 분 모두 휠체어를 사용하고 계시는데요. 이번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투표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문제점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지혁: 저는 5년 전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솔직히 투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요. 장애인이 되고 난 후, 선거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지니고 살면 일종의 억압이나 두려움이 패턴이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병원 생활을 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모든 게 다 가시밭길 같은 거예요. 지금은 사회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투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 제가 방문한 투표소는 체육관이었는데요. 경사로가 많아 이동하는데 힘들었습니다. 울퉁불퉁한 경사로, 잔디, 모래밭은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렵거든요. 투표소의 줄이 무척 길었는데, 내부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줄을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엄청 멀리 나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도경: 저는 20대 초반이라 아직 투표 경험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투표소가 있어서 거리상 어려움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는데 애를 먹었어요. 일단 주 출입구가 계단이었고, 옆문에는 턱이 있었거든요. 내부에 사람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제가 마음이 급하면 손이 떨리는 현상이 있는데요. 투표용지의 라인을 침범하면 무표효가 되잖아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신경 쓰이다보니 더욱 다급해졌습니다. 저보다 더 심한 손 떨림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투표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투표용지의 칸이 더 넓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건웅: 공감합니다. 저도 손 떨림 증상이 조금 있는데, 손이 떨리면 투표용지의 칸이 좁게 느껴지더라고요. 두 분 모두 투표소까지는 혼자 방문하셨나요?
도경: 동행인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동행인이 있어서 투표소 입구에 턱이 있어도 일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혼자 갔다면 눈치 보였을 것 같아요.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권리를 행사하는데 다른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지혁: 저는 웬만하면 혼자 가고 싶어서 동행인은 없었습니다. 투표소의 위치가 헷갈려서 체육관이 아닌 학교에 먼저 방문했는데요. 학교가 훨씬 더 휠체어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투표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체육관에서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체육관까지는 휠체어가 이동하기에는 위험한 내리막길로 이어져 있었죠. 처음부터 거주지를 기준으로 임의로 정하지 않고, 접근성 좋은 투표소를 제가 선택할 수 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투표 과정에서 느낀 또 한 가지는 ‘장애인이 투표하는구나’하고 집중되는 시선입니다. 저에게 시선이 집중될 때 한편으로 ‘아 괜히 왔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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