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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어야 할 노동> 귀농 10년차 미연 씨와 마을어른 매화 아주머니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나는 대학원에서 함께 여성주의와 생태주의를 공부했던 선배가 갑작스럽게 귀농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 또한 막연하게 귀농을 꿈꾸고 있었기에 선배가 내려간 강원도 홍천에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찾아가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주로 정신노동에 시달리던 터라 단 며칠이라도 땅에 발을 붙이고 몸을 놀리며 육체노동을 하면 뭔가 균형이 맞춰지는 듯, 빈 곳이 채워지는 듯했다.

 

그곳에서 선배처럼 농사를 배워 농촌에 정착하고자 내려온 미연 씨(46세)를 만났다. 남편과 함께 3년 정도 도시농업을 경험하고 여기서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하고 있었다. 1년에 서너 번 정도 내려가 서툰 일손을 보태던 내 눈에 미연 씨는 농사일도 능숙하고 살림도 척척이었다. 밝고 씩씩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이라, 갈 때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밭두렁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미연 씨의 모습. ⓒ김미연

 

해가 거듭되면서 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매화 아주머니(72세). 그 마을 어르신으로, 미연 씨와 마찬가지로 유기농 농사를 지으셨는데, 두 사람이 유난히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조금은 의아했다. 귀농한 사람들이 지역민과 갈등을 빚어 고립되거나 결국 떠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두 사람은 어떻게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었을까. 나이 차도 크게 나고, 살아온 환경도 가치관도 주어진 여건도 다를 터인데. 그리고 특히 고되다는 고랭지 농업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여성 농민으로서 각자 어떤 노동을 하고 어떤 삶을 꾸리고 있을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류현영)

 

“아주 아유, 저거는 왜 고생을 하러 들어왔나 안타깝더라고. 그래서 속으론 그랬어. 나 같은 사람은 젊어 못 배워서, 무식해서 이런 데 와서 고생하지, 저건 배웠다는 게 왜 고생을 하려고 들어왔나. 근데 자꾸 얘기를 해보면 아주 좋대, 편안하고 좋다는구먼. 그래서 뭐 본인이 좋아하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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