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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이야기
지난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날이기도 했지만 전국 6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 날이기도 했다. 그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의원의 사퇴로 인해 보궐선거가 이뤄진 서울 종로구는 이명박,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유명 정치인들이 더 큰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출마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정치1번지’라 불리기도 하는 종로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이가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했지만 아쉽게 낙선했던 ‘정치 신인’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다. 정치 경력은 길지 않지만 그는 장애여성인권단체인 장애여성공감 설립 때부터 20년 간 활동해왔고, 미투 운동이 불붙던 2018년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를 맡았다. 또 2017년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다양한 정치적 역량을 쌓아왔다.
▲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정의당 당사에서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를 만났다.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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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대선 레이스에 묻혀 배복주 부대표의 선거 운동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15.32%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거물 정치인만 등판한다는 서울 종로구에서, 정치 신인이, 진보정당 소속으로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할 수 있는 15%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최현숙 진보신당 후보가 1.61%를,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하승수 녹색당 후보가 0.69%,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오인환 민중당 후보가 0.29%를 기록했던 지난 선거의 역사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대선 이후 ‘선거 우울’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될 수 있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의 선거 후일담을 전한다.
-장애여성공감 활동을 비롯해 오랫동안 다양한 사회운동을 해오셨는데요. 정의당에 입당해서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걸까’ 궁금했어요.
“2018년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을 때, ‘내가 창립(1998년)때부터 20년을 활동해왔으니까 이제 서서히 단체 활동을 후배들에게 넘기고 다른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즈음에 정의당에서 제안이 온 거죠. 당시 심상정 대표가 ‘이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생겨서 정의당 의석이 좀 더 늘어날 건데, 정의당에 와서 국회의원을 해 볼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고요. 제 경력이 장애운동에만 있는 게 아니고 여성, 인권 분야도 있으니까, 당에 와서 다양한 의제를 다뤄줬으면 좋겠다, 진보정치에서 역할을 해달라고요.
빨리 결정해 달라고 했는데 전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그 일주일 동안, 공감 활동가들과 치열한 토론을 했죠. 공감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운한 마음이 든 때도 있었지만 나와 우리 조직, 더 나아가 한국 정치를 위해 아낌없이 솔직한 의견을 열정적으로 말해 준 활동가들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마지막에 동료들이 질문한 건 하나였어요. ‘정말 네가 하고 싶은 일이냐’고요. 그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놀랍게도 저한테 (정치에 대한) 욕구가 있더라고요. ‘그게 너의 선택이면 존중한다’고 한다고 해서 많이 울었어요. 동료들한테 감동 받았고, 너무 고마웠고요. 공감에서도 배복주가 20년이나 일했으면 열심히 했다 생각해서 보내준 거 아닌가 싶어요.”
-지금 정의당은 여성 청년 정치인도 있고, 페미니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당이지만, 이전엔 여혐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요.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셨나요?
“사실 그땐 정의당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죠.(웃음) 제가 들어오고 나서도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백래시’도 있었고요. 최근엔 청년정의당 일도 있고…(*청년정의당 대표의 직장 갑질과 괴롭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현재 진상조사 과정에 있다.) 이런 일들을 거치면서, 당의 기반과 논쟁 구조가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정의당에선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정의당 같은 작은 정당들이 힘을 키워나가서 양당 구조를 깨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야 국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토론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거대 양당 구조니까 자꾸 진영 논리로 가고, 다른 목소리는 다 묻히거든요. 정의당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성장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또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내 청년 정치인들을 많이 지지하고 있어요. 다행히 그들도 저를 신뢰해주는 것 같아요.”
▲ 지난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휠체어를 타고 열심히 선거 운동을 했다. (출처: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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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는 아무래도 조금 특별한 곳인데, 어떻게 출마를 결심하셨나요?
“제가 종로구민이거든요. 혜화동에 살고 있어요. 당원 중에 한 분이 이낙연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기 배복주 부대표가 나가면 되겠다’ 싶었다며 전화를 주셨어요. ‘그래, 나도 나갈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찾아보니까 종로에선 여성 정치인이 당선된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1950년에 박순천 의원(당시 대한부인회 소속)이 당선된 것 외엔 없는 걸로 알아요. 그것만 보더라도 한국 사회가 얼마나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를 해왔는지 알 수 있죠.
아직 제 정치 경력으론 ‘깜냥’이 안 되는 곳일 순 있어요. 근데 그렇기 때문에 더 나오고 싶더라고요. 대통령을 몇 명이나 배출했다는 이 종로에서 ‘소수자 정치’의 공간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리고 종로가 거물 정치인들의 환승센터나 간이역이 아니라, 정말 종로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이 동네를 아끼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그렇게 출마를 생각하고 나서 지난 선거 역사를 찾아보니까, 진보신당의 최현숙 씨가 2008년에 1.61%를 득표한 거에요. 최현숙 씨의 출마와 선거 운동을 저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1.61%밖에 안 되었었다니 큰일 났다 생각했죠.(웃음) 솔직히 한편으론 정당 지지율 정도인 3~5%만 나오면 체면은 차릴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현실을 알고 나니 조금 충격이었지만(웃음) 그래도 종로구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인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진보정치, 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거대 양당에선 결국 잘 알려진 사람들이 출마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공천을 하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세 번이나 종로구청장을 한 김영종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죠. 국민의힘은 전 감사원장이자 대선 경선 후보였던 최재형 의원이 출마해서 당선이 되었죠.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 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주변에서 좀 난리였어요. 민주당에서 안 나오면 구도적으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결국 김영종 씨가 무소속으로 나왔고, 파란색 옷을 입고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했으니까 구도적으로 좋다는 조건은 없어진 거죠. 선거에선 구도, 인물, 정책이 중요하다던데 구도는 안 되겠다 싶었고, 정책의 경우 전 ‘개발’ 정책이 없었거든요. ‘차별, 불평등, 기후위기’를 키워드로 정책을 만들었어요. 다른 후보들은 다 개발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어요. 한 번 있었던 TV토론 때도 두 후보가 저한텐 개발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논의해서 풀어가겠다’고 했어요.
결국, 인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물은 제가 낫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전 두 후보와는 다른 길을 걸었으니까요. 그들은 남성 정치인들이 가질 수 있는 엘리트 코스를 거쳤고, 좋은 대학을 나왔고, 기득권을 가지고 권력을 누려본 사람인 데 반해, 전 장애가 있고, 여성이고, 공부도 많이 못했지만, 경력은 화려하잖아요? 그래서 배복주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주민들에게 잘 알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선거운동을 시작해 보니 어땠나요? SNS에 ‘휠체어로 선거운동을 다니기 힘들다’는 글도 쓰셨는데요.
“정말 힘들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선거운동 하기 쉽지 않구나 절실하게 느꼈어요. 선거운동을 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들이 몇 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유세차를 할지 말지였어요. 유세차를 만들어봤자 내가 못 타는데 의미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러다 유세차에 리프트를 달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근데 그걸 하게 되면 돈이 500~600만원 더 드는 거예요.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걸로 하려면 더 비싸고. 유세차 구조 상 화물용 리프트밖에 설치할 수 없더라고요. 고민이 많았는데,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들이 한계가 있어서 주민들을 많이 만날 수 없으니 유세차라도 타고 다녀야겠더라고요. 류호정 의원이 현장에 와서 유세차를 보더니 ‘꼬리 달린 유세차’라고.(웃음) 리프트를 달았던 게 유효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관심 있게 보더라고요. 제가 유세차 리프트에 타는 모습이 좀 신기했던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휠체어 타고 다니는 정치인이 많진 않으니까요.”
▲ 종로 보궐선거에서 배복주 후보는 유세차에 리프트를 설치해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출처: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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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 세대주 대상으로 공보물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예비 후보로 등록을 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예비 후보 기간 동안 전체 가구수의 10%에게 예비 공보물을 보낼 수 있더라고요. 종로에 약 7만4천 가구가 사니까 그 중 7천4백 가구에 예비 공보물을 보낼 수 있었던 거죠. 누구에게 보낼 것인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공보물을 받는 사람을 필터링해서 정할 수 있거든요. 고민하다가 난 페미니스트 후보라고 선언했고, 이에 호응할 수 있는 유권자에게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20대, 30대 여성 세대주 가구를 선택하게 된 거죠.
그렇게 고르고 보니까, 종로에 20대 여성 세대주가 4천3백 가구 정도 되더라고요. 그 분들에게 다 보냈고 나머지는 30대 여성 세대주 일부에게 보냈어요. 이번 선거가 시작될 무렵엔 2030 여성들의 목소리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전 그들과 제가 연결점이 있다고 봤어요. 정치인이 되기 전에 제가 해왔던 미투 운동, 특히 ‘권력형 성범죄’ 문제에 단호히 대응했던 것을 소개하면서, 이런 것들이 지역사회 안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공보물에 담았죠. 물론 공보물을 보내는 것도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예비 공보물을 보낸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여론조사 기관에서 하는 방식처럼 천명 정도 대상으로 진행했죠. 이것도 또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는데, 언론에선 대선만 다루고,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예비 공보물 보내고 일주일 지나서 여론조사를 했어요. 놀랍게도 제 생각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1%는 아니네?’ 생각이 드니까 열심히 해봐야겠다 생각했죠. 아무래도 공보물 효과가 있었나? 싶었어요. 정확한 분석은 하지 못했지만, 저 혼자선 ‘2030 여성들의 응답이 있었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 때부터 힘이 생기더라고요.”
-진보 정치의 가능성을 열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진보정당의 단일후보이기도 했죠.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의 서울시당 그리고 민주노총 서울본부까지 다같이 모여서 단일후보로 지지선언을 해주셨어요. 서울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단일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고요. 이것도 또 하나의 전략이 되었다고 봐요. 진보정당들의 단일후보로 나왔다는 점이 아무래도 진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소구력 있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죠.”
▲ 지난 2월 24일, 종로 보궐선거 진보 단일후보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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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간 동안 종로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간담회도 했잖아요? 사실 종로가 오랜 기간 성소수자들의 공간으로 자리해 오고 있지만, 그런 부분을 신경 쓰는 정치인은 별로 없는데 말이죠.
“성소수자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크가 있기도 해서 한번 자리를 마련했어요. 종로는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정말 수백개의 게이 바 등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곳들이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이태원 클럽 사태(2020년 5월 이태원의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일) 이후로 많은 성소수자들이 감염과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방문을 주저하게 되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더라고요. 자영업자로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죠. 이 분들이 지난 세월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잖아요. 그 곳은 아직 사회에 자신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고요. 그런 역할을 한 분들이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듣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약간 놀랐던 건, 그렇게 업장이 많은데 상인회 같은 게 구성이 안 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왜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조직이 되면 오히려 혐오 세력의 공격이 들어올 것 같아서 안 한다는 거였어요.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장사를 하는 건데,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그런 혐오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착잡했어요.
간담회를 하고 나서 참석자 분들이 커뮤니티 내에 좀 소문을 냈나 보더라고요. 배복주 후보랑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배복주 후보를 많이 지지해 달라고요.(웃음) 그리고 간담회 때 제가 여론조사 결과 얘기를 슬쩍 했거든요. ‘생각보다 지금 지지율이 높더라’ 하니까, 그럼 가능성 있는 거 아니냐고, 선거 운동 열심히 하겠다고 하셨어요.(웃음)”
-선거운동 기간에 사회적 소수자들을 많이 찾아가신 것 같아요.
“돈의동 쪽방촌도 찾아가서 주민들을 만났고, 장애인 자립생활주택도 갔어요. 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종로에 있거든요. 창신동 쪽에 이주민이 많이 살기도 하고요. 그 동네 돌면서 베트남 마트도 가고, 베트남 카페도 가고, 귀화한 베트남 여성 주민들과 수다도 떨고 그랬죠. 중국 분들이 모여있는 동네도 있고, 우즈베키스탄 분들이 모여있는 곳도 있고요. 사실 그 쪽엔 미등록인 분들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동네가 가난하고, 쪽방촌 같은 불량주거가 많아요. 도시재생이다 뭐다 하지만, 집만 새로 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죠. 상수도 문제라던가 배수, 정화조 이런 부분까지 해결되어야 하거든요. 그런 것도 얘기가 더 되어야 하는 부분이죠.”
-이번 선거의 경험이 정치인으로서 큰 자산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선거 운동에 대해서도요. 처음에 되게 진지하게 했거든요. 근데 같이 선거 운동하는 당직자들, 당원들 보니까 재미있게 하더라구요. 유세차 타고 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시민들에게 말 걸고, 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심지어 청와대 앞에서 유세할 때도 ‘문재인 대통령님, 종로 주민이신데 이번에 대통령님이 직접 임명한 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이 후보로 나왔습니다.’ 이러는데 너무 웃겨가지고.(웃음) 주민들도 너무 무거운 이야기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살았던 이야기 많이 했죠. 자연스럽게 제가 겪었던 차별의 경험도 토로했고요. 그렇게 접근하니까 더 잘 들어주시는 것 같았어요.”
-15.32% 득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요?
“믿을 수 없는 결과였죠. 동네 별로 득표율이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어요. 특히 관외 사전투표 결과가 정말 놀라웠는데, 24.47%였거든요. 김영종 후보가 17%였어요.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싶은데, 그 득표율은 종로에 주소가 있는 대학생들, 청년들 표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전투표는 원래 청년들의 참여가 많기도 하고요. 그리고 숭인제2동 제1투표소에서 22.08%가 나왔어요. 여긴 또 왜 이렇게 높게 나왔을까 찾아보니까, 이 투표소가 1인가구 오피스텔이 생긴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이화동, 혜화동에서도 10% 후반대로 나왔는데 여기도 여성 1인가구가 많은 곳이거든요. 예비 공보물 보낼 때도 이화동이 많았어요. 창신동은 나름 공을 많이 들였는데 6~7% 나온 곳도 있더라고요. 여튼 그 동네만 빼곤 거의 두자리수 득표율이 나왔어요. 정말 ‘종로의 기적’이죠.
이 결과는 청년 층의 지지와,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 분들의 선택, 그리고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에게 소신 투표를 하지 못한 미안함 등이 합쳐진 게 아닐까 싶어요. 인지도 0에서 시작한 저로서는 정말 유의미한 득표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정의당을 대안적인 정치 세력으로 보고 있고, 많은 시민들에게 제가 걸어온 길을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합니다.”
▲ 3월 9일 선거가 끝난 다음 날, 낙선 인사를 진행 중인 배복주 부대표 (출처: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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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바로 또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어떤 역할을 하실 생각인가요?
“작년 4.7 보궐선거 때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건으로) 공천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당내 경선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가 정해질 예정입니다. 대선 때도 2030 여성들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지방선거 때도 그 표심이 중요할 것이라고 보고요. 제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일단 서울시장 선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종로 15%의 결과를 서울시장 선거로도 많이 끌어올 수 있도록이요. 또 이번에 당내 청년 출마자들이 서울에만 10명 정도 돼요.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합니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도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장애운동가이자 당사자로서 뿐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하실 말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때문에 장애인 이동권 이슈가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하던데, 저는 지금 사태의 핵심은 이준석 대표가 SNS에 올리는 글과 말에 대한 ‘댓글’이라고 봅니다. 대표 본인은 혐오 발언을 안 했다고 하는데, (댓글들을 보면) 혐오 발언을 용인하고 승인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보통 누군가 이런 혐오 발언을 하거나, 타인을 비하하고 적대시 하는 발언을 할 때, 사람들은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유하거든요. 근데 그 기능을 멈추게 하는 거죠.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어떤 집단을 비난하면서 ‘비문명적인 행동’이라고 매도하는 식의 사인을 주니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여과장치 없이 그냥 혐오 발언, 비하 발언을 하는 거에요. 이렇게 되면 혐오가 집단화되고 결국 폭력적인 상황까지도 갈 수 있어요. 정치인이라면 이런 걸 가장 경계해야 하는데 말이죠.
청년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불안을 이용해 어떤 대결 구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청년들에게 ‘실패해도 죽지 않는 사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안전 장치들을 마련해야죠.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기 이익만 따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지금 이동권 투쟁에도 연대를 표하고 있고요. 이런 시민의식에 대해 무례를 범하는 정치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주연 기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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