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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공감 김미진, 서지원 활동가 인터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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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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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이 시작된 이후, 장애인 이동권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3월 17일 YTN 보도로, 서울교통공사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문건을 작성해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곧 여당 대표가 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매도했을 뿐 아니라, ‘선량한 시민’과 ‘장애인’이 다른 존재라는 듯 ‘갈라치기’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혐오의 정치에 분노한 시민들이 전장연을 응원하고 있지만, 아직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3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전장연의 만남 자리에서, 전장연 측은 재차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권리예산을 기획재정부 예산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을 일단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중지하고 그때까지 인수위 답변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장애인 이동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릴레이 삭발 투쟁에 돌입했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많은 비장애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가 정치권을 압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여전히 왜 우리가 이동권 운동을 지지하고 함께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면, 그 의문을 해소하는 방법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 김미진, 서지원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 326전국장애인대회 특별선전전에서 서지원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출처: 장애여성공감)

 

-두 분은 보통 외출을 할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나요?

 

서지원(이하 지원): 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었는데,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출퇴근 시간이 자주 겹치게 되면서 어려움이 생겼어요. 그래서 장애인콜택시를 부르거나, 자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거의 장애인콜택시를 타요.

 

김미진(이하 미진): 몇년 전까지만해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했어요. 다리에 브레이스(보조기)를 했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비장애인이 왜 장애인석에 앉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어서, 오히려 더 긴장하며 서서 다니기도 했어요. 지팡이와 수동휠체어를 거쳐 이제 전동차를 타고 있어요. 중년이 되니 몸의 변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타죠. 멀리 갈 땐 저도 장애인콜택시랑 나비콜(장애인 바우처택시 중 하나)를 이용해요.

 

-장애인콜택시가 부른다고 바로 오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이 꽤 걸린다고 들었는데요.

 

지원: 그렇죠.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외출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대기가 길지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늘 알 수 없어요. 빨리 오기도 하고 늦게 오기도 하고.

 

미진: 제 주변에도 (코로나 탓에) 움직이기가 더 힘드니까 그냥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셈인 분들이 많더라고요.

 

▲ 김미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지난 326전국장애인대회, 장애인권리·민생4법 제개정(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특수교육법 개정)을 촉구하는 특별선전전에서 발언하는 모습.  (출처: 장애여성공감)

 

-택시가 오는 시간이 매번 다르면 약속 시간 맞추기 쉽지 않겠어요. 출퇴근 시간도 그렇고요.

 

지원: 출퇴근 시간은 정말 힘들어요. 예측이 불가능하니까요. 새벽 6시부터 대기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요. 작년 11월부터 공감 상근활동가로 매일 출퇴근하고 있는데 활동지원사와도 시간을 맞춰야 되거든요. 정말 머리 싸움이에요.(웃음)

 

사무실이랑 집이 가까웠을 땐 출퇴근하는 게 부담이 없었어요. 늦게까지 일할 때도 ‘오늘은 10시까지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집이랑 사무실이 멀어져서 이동 시간이 한 시간 걸리기도 하고, 활동지원사 퇴근 시간도 생각해야 되니까, 일을 더 하고 싶어도 야근을 할 수 없죠. 밤 시간엔 장애인 콜택시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지하철을 타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이동시간과 이동수단이 저에겐 돌봄지원자와의 소통이나 관계 맺음의 문제와 분리되지 않는 거지요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지원: 예전엔 계속 타고 다녔어요. 근데 이게 참 쉽지 않은 게, 수동 휠체어를 타고 있으니까 단지 제가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활동지원사와 합의가 되어야 하죠.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이동이 길어질 수 밖에 없어요. 장애인이 이동하는 동선이나 지하철간 버스간 환승시스템 이런 것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지원사의 힘이나 에너지가 더 들어가요. 한정된 조건 안에서 머리와 몸을 써야 하니까요.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의 권리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저도 그렇고 활동지원사도 그렇고, 오늘 지하철을 한번 타느라 너무 체력을 소진하면 내일이 힘들어질 수도 있고요. 또 활동지원사가 (지하철 타는 것 때문에) 힘들다, ‘내일 출근하기 어렵다’ 그러면 결국 제가 힘들어지고, 출퇴근이 아예 불가능해지기도 하니깐요.

 

미진: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이 마련된다는 것과 이동권이 보장된다는 건 같은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원 님의 경우처럼 이동을 하기 위해선 활동지원사와 끊임없는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물리적인 이동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라는 관계적인 부분도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돌봄 노동자가 이동권을 지지하는 경우라면 소통이 더 수월한데, 활동지원사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이번에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일부겠지만 장애인 이동권, 인권에 대한 몰이해를 확인했어요. 저는 그때 활동지원사들, 그러니까 장애인 곁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같이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다니다 보면 인권침해를 목격하거나, 같이 경험하기도 하죠.

 

-두 분은 언제부터 이동권 투쟁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미진: 사실 전 ‘춤추는허리’(장애여성공감의 극단)를 만나기 전엔 이동권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예전엔 불편해도 보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장거리도 걸어 다니고, 그래서 별 의식이 없었죠. 걸으면 몸에 무리가 갔지만 극복하고 걸으려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아요. 다리에 무거운 브레이스를 하고 걸었죠. 그렇지 않으면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버스나 지하철 이용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동권이 내 권리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보행 장애가 있긴 했으니까 다리와 발바닥 그리고 땅에 대한 감각에 예민하긴 했지만, 권리 차원에서 생각해 보진 못했던 거죠. 그러다 춤추는허리를 만나게 되었고, 다른 중증 장애여성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권 투쟁 현장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서울 여의도 장애인 종합복지공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 놓인 피켓과 이동권 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   ©일다

 

지원: 저도 이동권이 저의 권리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공감 활동을 하고 나서인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이동이 내 권리라는 생각보다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착한 장애인’으로서 웃으면서 이동을 했어요. 자원봉사자가 데리러 와준다고 하면 그저 감사했다고 할까요. 장애운동을 시작하고 나중에서야 내가 고마움에 길들여진 걸 알았어요. 20년 전에 처음으로 전동휠체어를 입으로 운전하고 다녔는데,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항상 리프트를 이용했어요. 입으로 운전하기 때문에 리프트를 탈 때 더 신경 쓰고 긴장 했죠. 지금 목 디스크가 안 좋아진 것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가끔 생각해요. 또 늘 나의 이동시간이 노출되는 것 같아 불편했어요. 그럼에도 이거라도 있는게 어디냐 이런 맘도 들었죠.

 

제가 장애인권 운동을 시작한 건,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에 참여한 게 먼저였어요. 당시 경찰과 충돌이 있었는데, 경찰이 휠체어 탄 장애인들을 휠체어와 분리해서 경찰차에 태우고 그랬거든요. 너무 무서웠어요. 나를 들어서 막 옮기는데, 뼈가 부러질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걸까 생각도 했고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옮기는 것 같았어요. 내 휠체어는 어떻게 되나 싶어서 걱정도 됐고요. 경찰차가 또 계단이 있는 버스여서 ‘이 차도 저상버스가 아니네’ 했던 기억도 나요.(웃음)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저상버스도 늘어났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도 생겼는데, 왜 계속 시위를 하냐’고 얘기하더라고요.

 

지원: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20년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멈추며 이동권 투쟁을 했어요.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04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한다고 약속했고 오세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하철 1역사 1동선 이동권리 보장 선언을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저도 이런 사실을 잘 몰랐어요. 집회에서 듣게 됐죠. 리프트 추락참사가 또 발생해도 그 누구도 사과는커녕 책임을 지지 않았죠.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어도 기재부, 교통부, 보건복지부는 다들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니라며 예산을 보장하지 않았어요.

 

미진: 지하철의 경우 비장애인들에겐 출구가 1번에서 12번까지 있잖아요.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하나밖에 없어요. 역사 하나 당 엘리베이터 하나만 설치하는 게 최선은 아니거든요.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단차와 폭이 멀어서 휠체어 바퀴가 빠질 위험도 있어요.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 내용에서, 휠체어 바퀴가 빠진 건데 일부러 지연시켰다,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는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서 시민과 장애인, 시민과 비시민을 계속 갈라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한다는 것이 이번에 낱낱이 드러났죠.

 

▲ 3월 18일, 서울교통공사 정문 앞에서 전국장애인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주관으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언론공작 서울교통공사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여성공감 진은선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출처: 장애여성공감)

 

-지하철 역사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휠체어가 몇 대나 탈 수 있나요?

 

미진: 역사마다 다르긴 할 텐데 가까스로 두 대? 어떤 곳은 한 대가 겨우 탈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번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할 때 휠체어 탄 분들이 모이니까 이동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더라고요.

 

지원: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고 그랬어요.

 

미진: 기다리다 안 돼서 사람들이 산산이 흩어져 다른 역이랑 출구를 찾고 난리였죠.

 

지원: 예전에 제가 타려던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적이 있어요. 어쨌든 이동을 해야 되는데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이 도저히 없는 거죠. 그래서 차들이 지나다니는 터널을 통해 이동한 적이 있어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고 차들만 다니는 터널이어서 옆에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데 엄청 무서웠어요. 그 때의 공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면 비장애인들은 어떻게든 나갈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정말 꼼짝도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거에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직원이 만든 문건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 비난한 내용도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이동권 운동가로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지원: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기본적 권리’를 위해 투쟁해 온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통과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에서는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지만,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제외되었습니다. 또 시, 도마다 특별교통수단의 운행기준, 요금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지역 간 이동권의 편차가 커서 이 차별을 없애기 위한 투쟁도 계속해왔는데요. 이번 개정안으로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이 생겼지만, ‘임의규정’으로서 기재부의 예산 반영을 의무화하지 않았어요. 결국 이동권 보장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죠. 법적으로 명시가 되어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미진: 서울의 저상버스 확보율은 높아졌지만, 버스를 장애인과 함께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다림의 과정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시민의식은 아직은 저조해서, 우리는 그 공간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용자가 많지 않아요.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고, 막상 왔는데 휠체어 무시하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마을버스는 저상버스가 거의 없죠. 지방은 더 열악해요. 왜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전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감각이 무섭다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동을 해야 교육을 받고, 일하고, 일상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이동을 가로막는 유형 무형의 조건이 우리 사회엔 아직 많습니다. <인터뷰 하편에서 장애‘여성’의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박주연 기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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