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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14년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냈던 홍콩. 그러나 그 후 중국 정부와 친중파 홍콩 정부에 의한 시민 탄압이 격렬해졌고, 2020년 6월에는 민주파를 관리 단속하는 ‘국가안전유지법’(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엄격한 규제 하에서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사람들의 지금에 대해, 홍콩중문대학에서 근무하는 MK 씨가 보고한다.  일다 

 

▲ 홍콩 국가안전유지법(국가보안법)에 의해 체포되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호송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는 ‘송차사’(送車師)들의 모습. 차 안에는 민주화 운동가가 타고 있다. (촬영: 필자)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몇 달 전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홍콩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홍콩 선수가 3명밖에 출전하지 않은 동계 종목이 중심인 데다가, 음력 설부터 급속히 확산된 오미크론 감염으로 홍콩 정부는 사상 최고단계의 감염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가(国歌)에 대해 야유를 했다가 체포되는 사람이 발생했던 하계올림픽 때와 같은 거리응원 등이 없었던 이유도 있다. 음력 설 준비를 하던 그믐 꽃시장도 갑자기 닫혀 쓸쓸한 설을 맞았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집회 제한도 있지만, 그보다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 SNS나 인터넷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는 쉬워졌지만, 실제로 만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워졌다. 그리고 연락을 한다고 해도 이민을 간 곳과의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 나의 주변에도 영국이나 캐나다, 대만 등으로 이민 간 친구들이 많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세대의 이민이 도드라진다. 인터넷 언론의 등장으로 지면 수가 줄어든 신문에서도 구인 페이지는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민에 의한 전문직 결원이 많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당연히 아이들 학교에도 빈자리가 많다. 홍콩의 고등학교 학습 과정에서 필수과목이었던 ‘통식’(liberal study, 발표와 토론 방식의 인문사회학 교육으로, 민주시민의 힘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됨) 등의 커리큘럼도 바뀌어,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은 아직도 이어질 전망이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이어 선거제도까지 개악

 

‘국가안전유지법’ 도입 이후, 크게 달라진 것 중에 선거제도가 있다. 홍콩 정부는 의회의 혼란을 수습하고 ‘애국자로 이루어진 의회 만들기’를 위한 ‘제도개선’이라고 설명하지만, 민주파 인사가 출마하기에 장벽이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70명이었던 의원 정원이 90명으로 늘어났음에도, 직접선거로 의원을 선출하던 선거구가 35개에서 20개로 줄어든 점과, 새롭게 도입된 선거위원(선거인단에 해당) 선출 분야는 그 두 배인 40개가 된 점이다. 심지어 선거위원이 1,200명에서 1,500명으로 증원되었음에도, 선거위원을 선출하는 선거의 대다수가 개인표가 아닌 보수적 성향의 직능단체표로 바뀌었다. 또한 선거구에 입후보를 하려면 선거위원단에서 추천을 받아야 해서, 추천인만 모으면 출마할 수 있었던 이전의 제도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그 이후, 코로나 감염 확대를 이유로 1년 연기되었던 입법회의원 재선출이 2021년 12월 19일에 새로운 제도하에서 치러졌다. 선거 결과는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었다. 과거 선거에서의 ‘건제파(친중파)’ 득표수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과거에 ‘민주파’나 ‘중도파’에 투표를 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거의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직접선거를 하는 20개 선거구에서도, 이번에 10지구로 세분화된 새로운 선거구에서 건제파(친중파)와는 선 긋기를 하는 ‘자칭 민주파’가 한 명씩 입후보했지만, 전원 낙선했다. 직능단체 대표로서 비-건제파에서 한 명이 당선된 정도다. 그리고 의사당 안에 있는 특별행정구의 구장(区章) 위에 새롭게 중국의 국장(國章)이 설치되었다.

 

▲ 홍콩의 대표적인 진보 언론으로, 창업자인 지미 라이 씨가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는 명목으로 구속되면서 폐간에 몰린 ‘빈과일보’ 본사 건물. 시민들이 달아놓은 노란 리본(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 사과(빈과일보의 빈과는 사과를 뜻함)  촬영: 필자

 

소신과 기개 있는 언론들이 사라지다

 

입법회의원 선거 기간 중, 국가안전유지법(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른 수사나 체포는 없었지만, 선거가 끝나자 민주파 온라인미디어인 ‘입장신문’(Stand News) 이사가 체포되었다. 곧이어 ‘입장신문’은 폐간을 결정하고 온라인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중신문’(Citizen News)을 비롯해 몇 개의 인터넷 신문도 폐간으로 내몰렸다.

 

특히 ‘중신문’은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해서 해고된 타사의 기자를 재고용하는 등 ‘입장신문’과 함께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있었다. 이들 언론은 2021년 6월에 폐간된 ‘빈과일보’(Apple Daily, 창업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지미 라이 씨가 2019년 12월,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며 구속되고 징역형을 받음)와 함께, 발행 부수가 줄어드는 종이신문에 더해 인터넷 매체로서 역할을 해왔었다. 기개 있는 언론이 자취를 감추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까지도 엎어진 셈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직후에는 홍콩대학, 중문대학 등에 설치되었던 ‘천안문 사태’(1989년 베이징 한복판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부패 척결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시위로, 중국 정부가 유혈 진압하여 엄청난 희생자가 나옴) 기념 조형물이 합의라도 한 듯 일제히 철거되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주도하거나 입법회에서 민주파 예비선거를 주도한 사람의 상당수가 체포되었고, 국가안전유지법은 그들의 보석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야말로 ‘기억과의 전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저항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노랑 가게’들

 

그럼에도 재판 때마다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호송되는 사람들에게 성원을 보내거나, 구치소나 형무소에 갇힌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민들의 응원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 민주화를 요구하며 정부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민주파)을 응원하는 ‘노랑 경제권’ 가게들 앞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에 사람이 뜸한 지금도 손님들의 긴 행렬이 생긴다. (촬영: 필자)

 

신종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미 2년간 외출 규제에 더해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운데, 홍콩은 마치 눈발이 그치기를 숨죽여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이다. 좁은 땅인 홍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까운 나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일종의 오락이었는데,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최근 2년간 새롭게 문을 연 일본계 점포들도 있다. 그 외에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이나 운반책 대상의 약국과 명품점 등이 수가 줄었고, 번화가 모퉁이에서조차 빈 가게가 눈에 띄게 늘어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주변부에서는 ‘노랑 경제권’이라고 불리는 가게들이 의외로 번성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정부에 항의 활동을 하는 민주파를 응원하거나, 그 후 활동에 관여한 사람들이 연 레스토랑이나 테이크아웃 도시락 가게들이다. 노란 리본은 홍코 민주화 시위대의 상징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노랑 가게들을 응원하기 위해 도시락 등을 사러 오는 사람이 긴 줄을 이루는 풍경도 자주 보인다. 그러한 가게가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위반해 벌금을 냈다든지, 맛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당하거나 한 경우, 응원차 일부러 구매하는 사람의 긴 행렬이 생기고 있다. 그 이유를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생각은 전해지고 있는 것이리라.

 

홍콩의 상황은 물론 1년 후, 2년 후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홍콩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일다 

 

집에 관해 이야가하지 않았던 12가지: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제 삶을 따뜻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성 열두 명이 밀도 있게 들려주는 주거생애사이자, 물려받은 자산 없이는 나다움을 지키면서 살아갈 곳을 찾기 어려워 고개를 떨구는 독자들에게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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