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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온유주 인터뷰(상)

 

“도쿄올림픽은 유치 당시부터 저에겐 거북함이 들었습니다. 일본 정부나 일본 사회가 ‘극진한 대접’을 하고 싶은 ‘외국인’과 막 대해도 상관없는 ‘외국인’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태도가 너무 또렷이 보였거든요.”(소설가 온유주)

 

▲ 온유주(温又柔) 소설가. 1980년생. 대만 출신으로 세 살 때 도쿄로 이주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작 『가운데 아이들』은 국경이란 무엇이며, 모국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대만과 중국 혈통의 세 청년들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오치아이 유리코)


온유주(温又柔) 작가는 1980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나 대만어, 중국어를 쓰는 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일본 도쿄로 이주했다. 2009년 데뷔작인 『호거호래가』(好去好来歌) 이후 대만과 일본 사이에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해왔다.

 

일본은 식민지배 역사를 잊었나?

 

올 여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이 강행되었다. 개막식 전날, 뜨거운 한여름 태양 아래 국립경기장 근처에서 만난 온유주 작가는 일본 사회가 되새겨야 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8월 15일이면 생각나는 것이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 A City Of Sadness, 1989, 일제로부터 해방 직후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대만이 무대인 이 영화의 앞부분에서는 일왕의 ‘옥음방송’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날, 전쟁의 종식을 고하는 쇼와 천황의 목소리는 일본뿐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였던 지역에서도 흘러나왔습니다. 싫지만, 그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입니다.

 

예전에 ‘천황폐하 만세’라고 말하고 죽어간 병사들 중에는 대만인도 있었습니다. 매년 전쟁 희생자 추도식에서 일장기가 펄럭이는 것을 볼 때마다 저는 그들의 비극을 떠올립니다. 전쟁에 휘말리고 화염에 휩싸였던 사람은 일본인뿐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본도, 일본어도 일본인만의 것이 아니다’

 

올 3월, 일본에서는 나고야입국관리소에 수용되어 있던 스리랑카인 여성이 의료 방치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외국인 수용시설의 비인도적 실태가 드러났고, 출입국관리를 강화하고 난민 신청의 문턱을 더욱 높이는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개정안의 문제점도 언론에 보도되었다.

 

온유주 작가와 동료인 나카지마 쿄코(中島京子) 작가 등은 5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민과 외국인, 난민에게 배타적인 일본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세 살 때 대만 출신의 부모님과 함께 도쿄로 이주했습니다. 현재는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어릴 때는 ‘가족 체류’라는 체류자격을 갱신하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입국관리소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입국관리소의 ‘높은 분들’이 저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외국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예전부터 문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서 집회라고 하면 항상 주눅이 들지만, 제가 일본 사회의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기자회견이라면 ‘하겠다’는 생각으로 단상에 올랐습니다.”

 

▲ 도쿄올림픽 개막 전날, 국립경기장 근처까지 온유주 작가와 함께 걸었다. 올림픽에 참여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잘 대접해야 하고, 일본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은 막 대해도 되는지, 온 작가는 일본 정부와 사회를 향해 일갈했다. (사진: 오치아이 유리코)


온유주 작가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도, 일본어도 일본인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저는 ‘일본인’은 아니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일본어 교육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받아왔죠. 선생님을 비롯해 좋은 환경에 둘러싸여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체득한 일본어를 ‘생각의 도구’로 사용하고 기운이 빠질 때도, 저의 언어로 ‘감정을 정리’합니다. 이런 제가 정말로 ‘일본인’ 같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일본은 외국 출신 배경을 가진 어린이들 모두가 안심하고 초등학교에 다니거나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차가운 수용시설에서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 자유롭게 이 나라에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 바로 곁의 벽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이 듭니다.”

 

온유주 작가는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 수상작 『대만에서 태어나 일본어에서 자람』, 아쿠타가와상 후보작 『가운데 아이들』, 오다 사쿠노스케상 수상작 『루로한의 지저귐』 등을 통해 계속해서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국가란 무엇인지 묻는다. 온 작가가 가장 최근에 쓴, 10월 발간 예정인 『와세다문학』(치쿠마쇼보)에 실린 단편소설도 한 대만 국적 여성을 화자로 하여 일본의 난민과 출입국관리 정책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일본도, 일본어도 일본인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온유주 작가는 일본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으로서 작품을 통해서, 또 집회와 기자회견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편에서 온유주 작가의 문학관에 관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구리하라 준코 기자가 기록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2019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나의 살던 북한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9068 

 

나의 살던 북한은

북한 출신 여성이 들려주는북한의 음식과 술, 대중문화, 가정과 양육, 노동과 일상 평범한 북한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만약에 남북한 사람들이 같이 만나서 생활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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