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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주 넓히고 피해자 보호 강화, 반의사불벌 폐지 등 요구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끔찍한 범죄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살해, 강간 등의 강력범죄가 부각되지만 그 범죄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스토킹과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에서 이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스토킹 범죄가 경범죄에 불과했던 탓에 ‘사소한 것’, ‘피해자의 과민한 반응’으로 여겨지는 일이 잦았다. 그만큼 스토킹 피해자의 고통이 방치되었고 더 큰 피해를 야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킹 범죄 관련 법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랫동안 제기된 결과, 지난 4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올 10월 21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 조항으로만 다루어지던 스토킹 범죄에 대해 별도의 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스토킹 피해자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이 과연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지난 3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스토킹처벌법 관련 법·제도 개선 토론회 “스토킹, 당사자의 목소리로 ‘정책’을 말하다”엔 150여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참석해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논의했다.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정의. <법적 지원 과정에서 본 스토킹처벌법 개선방안> 배수진 변호사 발표자료


스토킹 행위란? ‘스토킹 정의’ 여전히 협소해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과 같은 행위로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기 ▲주거나 직장, 학교 등 일상생활을 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우편이나 전화, 온라인 등을 통해 물건이나 글, 영상 등을 전달하기,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에 두는 행위 및 훼손하는 행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스토킹 범죄”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스토킹 범죄”는 위와 같은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한 경우이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스토킹 행위’에 대한 정의가 충분치 않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스토킹 피해당사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토킹 피해 경험 및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는 법에서 정의한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 행위가 ‘친밀한 관계’라는 맥락에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가령 데이트 관계에서의 스토킹 사례 중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살며, 피해자로 하여금 직접 거취를 보고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이용함으로써 피해자의 생활을 침해”한 경우가 있는데, 법에 정의된 항목에서 해당 행위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부모에게 스토킹 당하는 사례”도 제시됐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거취를 추적해 주거지에 접근하는 행위”이지만, 부모(직계존속)에 의한 스토킹이라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스토킹처벌법이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는 특례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스토킹 행위에 관한 정의에서,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분을 ‘상대방 또는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실질적인 관계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의사불벌 조항, 보복 두려운 피해자에게 더 큰 억압

 

스토킹의 ‘정의’ 규정이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면, 반의사불벌(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음) 조항은 시급히 폐지돼야 한다는 데 토론회 참여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한국여성의전화 화요논평


김다슬 정책팀장은 스토킹 피해자들이 스토킹 피해에 대응하기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해자를 자극하여 상황이 더 심각해 질까봐, 가해자의 보복’이라는 점에서 반의사불벌 조항이 피해자를 억압하는 기재로 이용될 것을 크게 우려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설문조사에서도 스토킹 피해자들은 “실제로 경찰 신고 후 가해자에게 감금되어 억지로 합의서를 작성한 사례”를 토로했다.

 

배수진 법무법인 천지인 소속 변호사도 “성폭력 관련 범죄에서도 다 없어진 조항인데 왜 또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반의사불벌죄라고 하면 결국 피해자한테 합의서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갈 것인지, 그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는 장기간에 걸친 피해인데, 접근금지 한달?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예방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중요하다.

 

일단 경찰은 ‘스토킹 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으면, 응급조치로 즉시 현장에 나가 중단할 것을 통보하고, 이러한 행위를 반복할 경우 처벌할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 또한 스토킹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여 범죄 수사에 나서고, 피해자가 원할 경우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하게 되어 있다.

 

만약 스토킹 행위가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거나, 범죄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직권으로 피해자의 거주지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온라인을 통한 접근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 기간은 1개월 이내여야 하며, 이행하지 않을 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접근금지 1, 2개월로는 스토킹 범죄를 피할 수 없으며, 가해자 처벌 없이 접근금지 명령만 있다면 금지기간 기다렸다가 다시 집요하게 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한국여성의전화 사전설문조사, ‘스토킹처벌법상 보호조치에 관한 의견’ 중에서)

 

▲ 9월 3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최한 스토킹처벌법 관련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법적 지원 과정에서 본 스토킹처벌법 개선방안>을 이야기하는 배수진 변호사(법무법인 천지인)의 모습.

 

배수진 변호사는 “긴급응급조치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1개월에서 4개월 정도로 짧게 괴롭히고 끝나는 경우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토킹이 성폭력 범죄가 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씩 스토킹 행위가 이어진다. 이런 상황인데 긴급응급조치 기간이 1개월이라는 건 너무 짧다. 가해자 입장에선 한 달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할 거다. 기간이 왜 이렇게 산정되었는지 의문이다.”

 

또한 긴급응급조치에서 접근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이 피해자 자신에 대해서만이고, “가족 등에겐 해당이 안 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이외에, 피해자의 요청에 따른 ‘잠정조치’로, 접근금지 2개월 연장(2회까지),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스토킹 행위자를 1달 이내로 유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에 대해 스토킹 행위자는 ‘잠정조치’에 대한 변경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거나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 경우에도 ‘잠정조치’는 효력을 상실한다. 배수진 변호사는 이 경우 피해자에게 잠정조치의 효력이 사라졌음을 통지해야 하며, 추후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신변보호 관련 조치, 일시보호, 주거이전비 지원, 피해자의 생활공간 보안 강화를 위한 도구 지원 또는 구입설치비 지원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한편으론 스토킹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개선하기 위해 스토킹 수사, 재판 및 피해자 지원 업무 종사자에게 필요한 교육 훈련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경찰, 스토킹범죄 현장대응 매뉴얼 발표하고 교육할 것

 

토론회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이 가진 한계와 보완해야 할 지점들이 제기되었지만, 한편으로 처벌법이 생겼고 시행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배수진 변호사는 “이제 신고를 하면 어쨌든 경찰이 반응을 해야 하고, 경찰이 가해자에게 연락을 하는 등의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스토킹행위가 조금이나마 줄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본다”고 했다.

 



▲ 9월 3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최한 스토킹처벌법 관련 법·제도 개선 토론회 “스토킹, 당사자의 목소리로 ‘정책’을 말하다”


긴급응급조치 등 경찰 재량권이 큰 법률인 만큼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애란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위는 “스토킹처벌법은 범죄 발생 ‘전’ 단계에서 경찰이 선제적으로 위험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명문 근거규정을 둔 최초의 처벌법”이고 “보호조치 절차 상 경찰의 재량권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이애란 경위는 “이번 달 내에 스토킹 범죄 현장대응 매뉴얼을 발표할 예정”이며, “현장 경찰관 대상으로 배포, 교육이 예정”되어 있고, “스토킹처벌법 관련 대국민 홍보 또한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스토킹범죄 피해자 전담조사관 등 경찰관 사전 교육 제도”, “스토킹 신고에 대한 이력을 관리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에 대한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화 구축도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특히 많은 스토킹 피해자들이 지적해 온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피해, 경찰에 의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예방교육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토킹처벌법은 10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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