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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Britney 음악산업 내 여성 인권에 대한 운동으로 확장되길

 

세계적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최근 자신의 아버지를 기소했다. 성년후견인 제도를 남용했다는 것이 기소의 이유다. 브리트니의 주장이 법적으로 인정 받으려면, 그의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가 딸의 재산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겼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복수의 언론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5900만 달러(한화 약 670억원)라는 막대한 재산을 비롯해 부동산 등에 대해 부친이 관리 권한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지난 13년 간 열심히 일했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정작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은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그사이 제이미 스피어스는 매달 2천 만원 가량의 월급을 비롯해 사무실 임대료를 챙겼다.

 



▲ 1998년 데뷔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23년째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10년 넘게 법적 후견인 친부로부터 학대를 당해왔음을 호소했다. 출처: 뉴욕타임즈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Framing Britney Spears, 사만다 스타크 감독, 2021) 트레일러 중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법정에서 직접 변론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제이미 스피어스가 후견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직접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앞으로 긴 싸움이 예상되지만, 이제 첫 걸음을 내디딘 브리트니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한 여성 팝스타

 

국내에도 있는 성년후견인 제도는 ‘장애나 질병 등의 이유로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이나 후견계약을 통해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를 비롯해 신상 전반에 결정권을 행사하며 일상 생활에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례에서도 쟁점이 되었듯, 후견인이 금전적인 이익을 노리거나 피후견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약물중독과 우울증 등의 이유로 법원에 의해 후견인 지위를 얻게 된 제이미 스피어스는 딸의 연애는 물론 신체의 자유를 억압했다. 신체 내 피임기구를 제거하지 못하게 했으며, 외출도 금지시키는가 하면, 정신과에 강제로 입원을 시키는 등 충격적인 인권침해 실태가 드러났다. 문제는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하는 후견인을 감독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몇 년 전부터 제이미 스피어스의 후견인 지위 박탈을 요구해왔지만,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설적인 뮤지션이자 세계적인 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겪어온 일들이 2021년에야 온 세상에 드러났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유명인의 사생활을 가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도처에 있고 팬들은 금세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으며, 각종 플랫폼과 SNS 등을 통해 오히려 유명인들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많은 걸 공개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이미 스피어스가 후견인 지위를 이용하여 아예 딸을 감금하고 세상과 차단시켜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일주일 중 7일을 일했다, 쉬는 날 없이, 이와 유일하게 비슷한 것을 우리는 성적 인신매매(sex trafficking)라 부른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발언은 결코 과장되거나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는 강제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억지로 콘서트를 해야 했고, 억지로 몸매 관리를 당했다. 임신과 출산, 연애까지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대부분을 박탈당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지점은 제이미 스피어스가 딸이 임신을 못하게 한 이유, 연애를 못하게 하거나 그 사실을 가린 이유에 대한 것이다. 누가 봐도 ‘상품’으로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가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은’, ‘애인이 없는’, ‘좋은 몸매와 비주얼’ 브리트니가 강요 받은 이러한 콘셉트는 여성 팝스타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 상품화와 관련이 있다.

 

뉴욕타임스가 만든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Framing Britney Spears,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프레임에 가두다, 2021)는 성년후견인 제도와 관련한 문제들도 다루고 있지만, 여성 연예인을 사회가 어떻게 소비하는지 그 잔혹상을 보여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성년자였던 시절부터 ‘성적인 대상’으로 대중에게 소비되었다. 언론매체들은 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끊임없는 가십 기사를 쏟아내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고통과 몰락을 통해 돈을 벌었다. (국내 언론매체들도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 뉴욕타임즈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Framing Britney Spears, 사만다 스타크 감독, 2021) 트레일러 중에서. 다큐는 성년후견인 제도의 문제점 외에도, 브리트니가 대중과 언론매체에 의해 어떻게 소비되었는지 고발한다.


#FreeBritney 한 걸음 더, 변화를 위하여

 

다행히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혼자가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긴 시간 꾸준히 활동해오며 스타로서의 힘을 유지했던 그 뒤에 이토록 참혹한 실상이 있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동료들이 움직이고 있다. 마일리 사이러스와 마돈나, 패리스 힐튼, 머라이어 캐리와 같은 스타들은 물론 오랜 시간 동료이자 라이벌로 함께 해왔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지지를 호소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작업했던 래퍼 이기 아젤리아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제이미 스피어스가 자신에게 비밀유지 서약서에 사인할 것을 강요했고, 자신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주장하는 것들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브리트니는 공연장에서 탄산을 몇 개까지 마실 수 있는지 허락 받아야 했고, 제이미 스피어스가 자신에게도 비밀유지 서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무대에 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기 아젤리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을 위해서라면, 지금의 법정후견인 방식이 ‘불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은 “#FreeBritney”라는 해쉬태그를 통해 무브먼트를 열었다. 그리고 ‘프리 브리트니’는 이제 브리트니 스피어스 팬들만의 움직임이 아닌, 여성의 인권에 관한 연대체가 되어가는 중이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중이다. 미 의회에서 사태 파악에 나섰고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또한 조사에 나섰다. 많은 이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나 성년후견인 제도를 악용하는 문제와 음악산업 내 성적 상품화의 문제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한 명에게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 지속적인 관심과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여전히 뮤지션을 상품이라 여기며 이들의 외형에 일방적인 기준을 강요하고 사생활에 집착하는 문화에 대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나 업계 관련인들, 소비하는 사람들 모두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참고 자료]

-NBC news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아버지는 성년후견인 남용으로 기소될 수 있을까?”, 2021년 7월 16일

- Us Weekly “브리트니 스피어스, 법정에서 에서 자신의 강제 노역을 성적 인신매매에 비교하다: ‘그들은 항상 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6월 24일

-BBC 코리아 “브리트니 스피어스: '내 인생 살고 싶다'…아버지 후견인 자격 박탈 호소”, 2021년 6월 24일

-Variety “이기 아젤리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아버지가 공연 전 비밀유지서약서에 사인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하다”, 2021년 6월 30일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 디렉터, 에디터, 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국내외 여러 음악에 관하여 국내외 매체에 쓴다. 일다에서 “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를 연재 중이며,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20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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