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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 10대 싱어송라이터 비바두비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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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 “너를 많이 사랑해서 그래.”“사랑한다면서 이것도 못 해줘?”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되는 폭력들‘사랑싸움’이 아니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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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두비(beabadoobee), 이제 스무 살인 이 싱어송라이터는 필리핀에서 태어난 영국 국적의 음악가다. BBC에서 해마다 신인을 선정하는 프로그램 ‘Sound of’ 2020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2017년 “Coffee”라는 곡을 처음 선보였는데, 이 곡이 인터넷 상에서 널리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필리핀계 영국 음악가 비바두비(beabadoobee)의 데뷔 스튜디오 앨범 Fake It Flowers 커버 이미지(2020, Dirty Hit)

 

사실 비바두비라는 독특한 이름에는 별 의미가 없다. 처음 곡을 선보이기 위해 음원 판매 플랫폼인 밴드캠프에서 계정을 개설할 때 친구가 도움을 줬는데, 친구가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라고 물었을 때 사적으로 쓰는 비공개 계정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쓰겠다고 했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당시 자작곡인 “Coffee” 외에도 카렌 오(Karen O)의 곡 “The Moon Song”을 자신의 스타일로 커버하여 공개했고, 2017년 그는 그렇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 초, 지금의 레이블이자 영국에서 유명한 레이블 중 하나인 더티 히트(Dirty Hit)의 눈에 들어왔고 계약으로 이어졌다.

 

*Beabadoobee – “Coffee”  

‘카렌 오’ 등 여성 록 음악가들의 곡을 들으며 성장하다

 

비바두비가 곡을 커버한 카렌 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폴란드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뮤지션이다. 2000년대 뉴욕 인디 음악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등장한 록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보컬이자 솔로 음악가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 미셸 자우너의 솔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롤 모델처럼 여겨진 인물이다.

 

* Karen O - “The Moon Song”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2013) OST)  

비바두비가 영향을 받은 인물은 카렌 오뿐만 아니다. 그의 어머니는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수잔 베가(Suzanne Vega),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ette)의 음악을 들려줬다고 한다.

 

수잔 베가와 앨라니스 모리셋은 199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한 여성 록 음악가다. 크랜베리스 역시 여성 뮤지션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이 프론트퍼슨(Front Person)으로 활약한 밴드로, 1990년대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앨라니스 모리셋은 전성기 시절 팝 음악에서 록 음악으로 파격적인 음악 변화를 선보이는가 하면, 각종 퍼포먼스로 세상을 놀라게 만든 전적이 있다. 수잔 베가는 아동학대에 관한 노래 “Luka”를 만들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만약 지난 밤에 뭔가를 들었다면 / 문제라거나 싸우는 그런 소리라면 / 그게 뭐였는지 제게 묻진 마세요” – 수잔 베가, Luka 중

 

* Suzanne Vega – “Luka”  

평생 인종차별을 겪었지만 “동정심 따윈 원하지 않아”

 

사실 비바두비는 어린 시절, 영국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성적인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이 미성년자였음에도, 남성들은 노골적으로 섹스하고 싶다고 말했고, 심지어 그 이유가 자신의 인종 때문이었다고 했다. 아시아인이고 여성이어서 평생을 차별 받으며 살았다고 얘기하는 그는 처음에는 피부를 하얗게 보이도록 하려고 화장품을 사용하곤 했지만, 학교에서 좋은 여자 친구들을 만나며 그제서야 음악, 패션 등 조금씩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비바두비는 자신이 필리핀 여성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교차하는 환경 속에서,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이제는 부정의한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욕도 하며 자기긍정을 해냈다. 이러한 경험은 가사에도 조금씩 간접적으로 드러나곤 한다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Care”라는 곡에 관해 “사회에 대해 화가 나서 쓴 곡 곡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동정 따윈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가 겪었던 걸 이해하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네 동정심 따윈 원하지 않아, 나 힘들었나 봐, 그래도 넌 신경 안 쓰니까” – 비바두비, “Care” 중

 

*Beabadoobee – “Care” https://youtube.com/watch?v=9FpkHjJTrZY

 

▲ 비바두비 “Care” 뮤직비디오 중

 

비바두비는 음악적으로는 ‘버블검 그런지’(Bubblegum Grunge)라는 독특한 장르를 획득했다. 버블검 팝에 그런지를 더해놓은 이 합성어는 그의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일 것 같다. 그의 음악은 1990년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화 매거진 다큐먼트저널(Documen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비바두비는 앞서 소개한 카렌 오와 영국 밴드 러쉬(Lush)의 멤버였던 미키 베레니(Miki Berenyi)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는데, 자신이 자라며 아시아 여성 뮤지션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두 사람이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시기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음악적 색채에, 비바두비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더한다. 어쩌면 이러한 가사 쓰기 방식 역시 1990년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Dye It Red”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친구로부터 학대적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요즘 아주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 분노에 차서 쓴 곡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자신도 가끔은 이성인 애인에게 잘 보이려고 할 때가 있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나 자신은 내 거(I am my own person)라는 걸 상기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종합일간지 인디펜던트 매거진은 이 곡을 두고 페미니스트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가 섹스하고 싶을 때만 해, 니 맥주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 비바두비, “Dye It Red” 중

 

*Beabadoobee – “Dye It Red” https://youtube.com/watch?v=sMvTB9UHPBY


여느 스무 살 여자 친구들처럼…

 

비바두비는 이제 더 큰 세계로 나아가려는 중이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가 멈춰있지만, 와중에도 그는 레이블 동료이자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밴드인 ‘1975’(The 1975)와 협업했고, 신발 브랜드 크록스와 콜라보해 제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아디다스 모델로도 발탁되었다. 누군가는 그를 반짝 뜬 인터넷 스타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비바두비에게는 뚜렷한 자기 서사와 음악적 기반이 있다.

▲ 비바두비 “Sorry” 뮤직비디오 중

 

“나 또한 다른 스무 살 여자 친구들처럼 같은 문제를 안고 산다”고 음악 매체 도크(DORK)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비바두비는 동년배들에게 “슬퍼도 괜찮고, 시끄러워도 괜찮고, 나쁜 여자(bitch)가 되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쉬 타임즈(The Irish Times)와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내 또래의 소년, 소녀, 동성애자들이 자기 침실에서 춤추고 울고 친구들과 놀 수 있게 노래를 만든다”고 얘기하며 자신의 위치와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그는 다른 동년배 (혹은 동시대) 음악가들, 그리고 함께 음악을 해오는 이들과 결이 조금은 다르다. 인디 색채를 띄면서도 대중적인 코드가 있고, ‘베드룸 팝’(Bedroom Pop)이라 불리는 최근의 힙한 음악 분류 안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도 좀 더 록의 색채를 띄고 있다. 베드룸 팝은 말 그대로 침실에서 작사, 작곡, 편곡, 믹스, 마스터링까지 혼자 음악을 만드는 이들에 대해 장르 이름처럼 음악을 분류할 때 쓰는 단어다. 혼자 작사와 작곡을 해내다 보니, 다양한 장르에 개인의 음악적 배경이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음악이 되곤 한다. 다른 베드룸 팝 음악을 들어보면 좀 더 알앤비, 재즈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비바두비는 좀 더 록, 팝의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좋은 평을 받지만,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가사로도 풀어낼 줄 알기 때문에, 복수의 매체가 그의 음악적 성향만큼이나 가사를 칭찬하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 이상으로 더 많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앞으로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참고 기사>

영국 저널 <인디펜던트> 비바두비 Fake It Flowers 데뷔 스튜디오 앨범 리뷰. “A terrific new addition to the ‘bubblegrunge’ genre”, Helen Brown, Oct 15, 2020

미국 음악‧문화매거진 <콤플렉스>(Complex) 인터뷰 “Meet Beabadoobee, The London Teen Whose First Song Ended Up Being a Homemade Hit”, Graham Corrigan, May 08, 2019

미국 매거진 보그(Vogue) 인터뷰 “Meet Beabadoobee, the Singer-Songwriter Keeping ’90s Nostalgia Alive”, Lilah Ramzi, March 11, 2021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 인터뷰 “Beabadoobee: ‘I want to be that girl I needed when I was 15’”, Alexis Petridis, Oct 15. 2020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 인터뷰 “Meet Beabadoobee, the Singer-Songwriter Who Got ‘Coffee’ Stuck in Your Head”, Ellise Shafer, Oct 16, 2020

영국 음악문화잡지 Crack Magazine 보도 “The age of Beabadoobee Words”, April Clare Welsh, July 07. 2020

영국 문화 매거진 아이디(i-D)가 알려주는 비바두비에 관한 열 가지 정보 “10 things you need to know about bedroom pop wonder beabadoobee”, By Alim Kheraj, Apr 30 2019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 디렉터, 에디터, 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국내외 여러 음악에 관하여 국내외 매체에 쓴다.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20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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