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 독자적인 길을 걷는 빅토리아 모넷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아들 성교육이 사회를 바꾼다 미투(#MeToo) 확산, 성평등한 성교육의 중요성 부각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

book.naver.com

얼마 전 테야나 테일러(Teyana Taylor)가 음악 일을 관뒀다. 모델이자 연기자, 안무가, 디렉터인 동시에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던 그가 음악만을 그만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과소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그만큼 소속사로부터 지원받지 못해서다. (빌보드지 2020년 12월 6일자 기사 참조: “테야나 테일러가 음악 은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나는 더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이를 자격지심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테야나 테일러는 다양한 일을 했지만 좋은 음악가였다. 지금까지 내로라하는 프로듀서의 눈에 띄었고, 미국 음악 시장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좋은 레이블을 만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평단의 반응도 좋았고 차트 성적이나 판매량도 괜찮았다. 그런데도 업계는, 산업 내에서는 성과를 내는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 소속사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규모가 있는 회사였음에도 그가 앨범을 내는 과정은 인디 뮤지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과소평가를 받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었다.

 

음악 시장을 뒤집는 흑인 여성은 항상 존재한다. 아주 예전에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가 재즈 음악 내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고, 최근 비욘세(Beyonce)는 상업적 성과와 예술적 성과 모두 이뤄내며 음악 시장은 물론 미국 문화 전체에 이름을 새겼다. 요즘에는 카디 비(Cardi B), 메간 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까지 여성 래퍼가 ‘강한 주체’로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하지만, 많은 흑인 여성 뮤지션이 조명을 받지는 못한다. 여전히 음악 산업은 백인 남성 위주로 돌아간다. 테야나 테일러처럼 젊은 흑인 여성 음악가들은 아직도 산업 내에서 약자이다. 영국 저작권 관리 단체가 운영하는 매거진에 실린 ‘라이브 음악 시장에 흑인 여성들을 충원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면, 업계 내 실무 교육 과정이 없고 정식적인 채용 절차가 부족해 알음알음 소개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백인 남성 중심으로 구성원이 채워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월, ‘흑인 역사의 달’(미국에서 2월은 흑인 역사의 달이며, 긴 시간을 통해 자리잡았다)에 맞춰 하입배(Hypebae)라는 매체에서 “4명의 아티스트가 음악 산업에서 흑인 여성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다”라는 제목으로 젊은 여성 음악가들과 대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참가한 음악가들은 오랜 시간 흑인 여성 음악가들이 족적을 남긴 덕에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남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그들이 맨스플레인을 시전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얘길 꺼냈다. 무엇보다 ‘남성 종사자들은 여성의 강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인상 깊다.

 

▲ 빅토리아 모넷이 2018년 2월 발표한 EP “Life After Love, Pt. 1” 커버


오늘 이야기할 빅토리아 모넷(Victoria Monét)도 젊은 흑인 여성으로서 음악 산업 내에서 꽤 고생해야 했다. 빅토리아 모넷은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그 와중에 기획사로부터는 두 번이나 퇴출을 당했다. 큰 레이블과 계약했지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방출 당하기도 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내는 것보다 다른 가수를 위한 작사, 작곡을 먼저 해야 했다.

 

운이 좋아 일찍 작사, 작곡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찾아주는 이가 없어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물론 그는 이 시절을 긍정적으로 회고하면서, 그것이 지금 자신을 있게 해준 동력이라 생각하며 작곡가로서, 가수로서 모두 커리어를 잘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다. 결국 빅토리아 모넷은 직접 자신의 앨범을 냈고, 시간이 지나 몸담은 영역이 커지고 수입도 늘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혼자 일하며 앨범을 직접 만드는 중이다.

 

아마 테야나 테일러와 빅토리아 모넷이 달랐던 점이 있다면, 빅토리아 모넷에게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라는 좋은(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친구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덕에 빛을 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빅토리아 모넷은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였고, 커리어 초기부터 함께 일했다. 투어도 함께 다녔지만 앨범 작업을 주로 많이 했다.

 

빅토리아 모넷이 아리아나 그란데 덕에 작곡가로 데뷔한 것은 아니다. 그는 훨씬 이전부터 곡을 쓰는 데 재능을 보였다. 꽤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2012년부터(빅토리아 모넷은 1993년생이다) 나스(Nas), T.I. 등 연륜 있는 래퍼의 앨범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작업량은 많지 않았고, 업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15년 걸그룹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의 앨범과 투어에 참여하며 좀 더 알려질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2018년 빅토리아 모넷이 곡 작업에 참여하고 아리아나 그란데가 부른 “thank u, next”라는 노래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빅토리아 모넷 또한 업계에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Ariana Grande - thank u, next https://youtube.com/watch?v=gl1aHhXnN1k

  

▲ 아리아나 그란데와 빅토리아 모넷이 함께 작업한 싱글 앨범 MONOPOLY 커버, 2019


그런 경험 때문인지 빅토리아 모넷은 “여성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웠다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한다. 아리아나 그란데와의 작업을 통해 업계 내 더 큰 영역에 진입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얘기한다. 또, 여성의 에너지를 담기 위해 곡을 쓸 때 가장 기뻤다고 밝혔는데, 특히 아리아나 그란데의 곡 “7 Rings”를 쓸 때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거기서 느꼈던 것들은 여성 작가들이 지닐 수 있는 정말 멋진 감정’이라고 회상했다.

 

“7 Rings”라는 곡은 “난 멋지고, 부자이고, 원하면 다 가져” 식의 내용이다. ‘안 좋은 일도 겪었지, 슬픈 년이 되었어야 하지만 그런 게 날 잔인하게 만들어 놓을지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와 같은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여성 틴 팝 스타에게 요구하는 예쁜 이미지를 보기 좋게 깨며 금기에 도전한다. 그렇게 애정을 가졌던 곡이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을 때, 빅토리아 모넷은 아마 금전적 보상 이상으로 많은 걸 얻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Ariana Grande - 7 ring https://youtube.com/watch?v=QYh6mYIJG2Y

 

히트곡을 쓰게 되면서, 그리고 아리아나 그란데와 “MONOPOLY”, “Got Her Own” 같은 곡을 함께 발표하며, 빅토리아 모넷은 음악가로서 좀 더 많은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더욱 많아졌다. 특히 “MONOPOLY”, “Got Her Own”은 성공한 여성, 혹은 의존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로서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Ariana Grande & Victoria Monét - MONOPOLY https://youtube.com/watch?v=t0pryRrJvfI

*Ariana Grande & Victoria Monét - Got Her Own https://youtube.com/watch?v=EEfqr4bbOAw

 

“클럽엔 겨우 들어가면서 어떻게 다니니?

우린 은행에 들어가 승리를 위해 투자를 해

난 내 절친과 일하는 것에 감사해, 완전 치트키니까”

-Ariana Grande & Victoria Monet “MONOPOLY” 가사 중

 

“레이디들이 나타났어, 아마 너희보다 더 많이 벌 걸

그 남자도 돈 좀 있겠지만, 그녀도 직접 번다고 장담해

그녀가 혼자 여길 떠날 때야, 그녀가 독립된 주체임을 알겠지”

-Ariana Grande & Victoria Monet “Got Her Own” 가사 중

 

▲ 빅토리아 모넷이 솔로 음악가로서 이름을 알린 EP 앨범 JAGUAR 자켓, 2020


빅토리아 모넷이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음악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즈음부터다. 여러 매체가 그를 주목하여 인터뷰했고,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EP 시리즈인 Life After Love의 파트 1, 2를 발표했던 것도 그 시기이다. 그리고 2020년, 빅토리아 모넷은 드디어 작사, 작곡가가 아닌 솔로 음악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바로 EP 앨범 JAGUAR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쥔 여성을 재규어라는 동물에 빗대어 표현한 이 앨범에는 성적 은유가 가득하면서도 중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펑크, 디스코부터 끈적한 정통 알앤비까지 선보이면서, 거기에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내기도 했다. 미국의 문화 매거진 벌쳐(Vulture)는 빅토리아 모넷이 선보인 곡 중 최고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Victoria Monét – Jaguar https://youtube.com/watch?v=unniQzo65W8

*Victoria Monét - Moment https://youtube.com/watch?v=ZAYAzmehOoQ

 

그는 JAGUAR를 이야기하며 ‘이 프로젝트는 나의 놀이터다’라고 얘기한다.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하고, 끊임없이 금기에 도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빅토리아 모넷은 2018년에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고,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정의하고 표현하기 위해 행동해왔다.

 

▲ 빅토리아 모넷이 올해 발표한 싱글 “F.U.C.K” 커버


그런 그가 최근에는 “F.U.C.K.”라는 곡을 발표했다. ‘Friend U Can Keep’의 약자라고는 하지만, 가사 안에는 전통적인 헌신의 우정이 아닌 구속력이 없고 느슨하면서도 친밀한 우정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성적 은유를 잊지 않았는데,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강렬하다.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서부 보안관의 모습을 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던지는데, 굉장히 멋지다.

 

“내가 지킬 수 있는 친구가 되게 해줘, 마치 너에게 딱 맞는 매력처럼”

-Victoria Monét의 F.U.C.K. 가사 중

 

*Victoria Monét - F.U.C.K. https://youtube.com/watch?v=Q30nCmFd7oM

 

이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절친이 아닌, 대담하고 강한 음악가 빅토리아 모넷으로 주목 받을 시간만 남았다.

 

<참고 자료>

Alyssa T. Bass, ‘I want it, I got it’: Cultural appropriation, white privilege, and power in Ariana Grande’s “7 Rings”, The University of Southern Mississippi, April 2020

Sydney Scott, “Black Music Month: Singer-Songwriter Victoria Monét Has Helped Pen All Your Favorite Hits”, ESSENCE, June 18, 2019

Danielle Kwateng-Clark, “Victoria Monét, Karena Evans, and More Women Reshaping Music”, Teen Vogue, December 5, 2019

Bianca Gracie, “Victoria Monét Is Basking in Her Moment”, PAPER, August 7, 2020

Lewis Corner, “Victoria Monét is done with hiding her queerness”, Gay Times

 

[필자 소개: 블럭. 프리랜서 디렉터, 에디터, 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국내외 여러 음악에 관하여 국내외 매체에 쓴다. 저서로 『노래하는 페미니즘』(2019)이 있다.]

 

 

일다 언론사홈

언론사 주요 뉴스와 속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media.naver.com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