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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나는 다시, 세월호를 기억하려 한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21. 7. 25. 09:45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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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서울시는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통보했다.

7월 8일 유가족은 ‘일방적인 통보는 세월호 지우기’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포털에 뜨는 뉴스들을 핸드폰으로 보는 나에게,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처럼 이 기사들도 곧 뇌리에서 사라지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댓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세월호와 희생자 유가족들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읽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함이 느껴지더니, 기어이 큰 숨과 함께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아직도 세월호 타령’, ‘자식장사로 정치놀음’ 차마 입에 담기에도 무서운 독기어린 말들...

 

염치가 없고 미안해서 촛불 들고 몇 번 섰던 그 광장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켜온 사람들이 떠오르고, ‘대통령 탄핵’을 외친 것으로 면죄부를 얻은 듯 잊고 지낸 내 시간만큼 커진 그들의 목소리가 두려워서 한참을 울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트라우마–그 시점에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를 남겼고 분노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고 마치 내일이 아닌 듯 잊고 지낸 나와 같은 사람들의 시간들이 쌓여 세월호는 다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기억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이내 가해자들의 목소리가 그 틈을 노리고 달려든다.

 



▲ 산만언니(필명)가 쓴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카드뉴스 중에서. (푸른숲, 2021)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무겁게 나를 짓누를 때,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산만언니 씀, 푸른숲) 출간 소식을 접하고 허겁지겁 읽어내려갔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당시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명품백화점 붕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나에게도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망자 501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 발생한 이 대형참사에서 이 책의 저자는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살아남은 생존자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고, 김영삼 대통령이 사과를 했고, 뇌물을 받고 부실공사를 눈감아준 책임자를 처벌했고, 1년만에 보상금도 지급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평생 나아질 수 없는 고통의 시간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사실 불행의 크기나 빈도는 고통과 비례하지 않는다. 생의 어떤 불행이든 그 일을 이해할 수만 있으면, 설령 전쟁이라 해도 잊고 살 수가 있다. 하지만 왜 일어났는지, 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 불행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하는 사건이 된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중에서

 

맞다. ‘이해할 수 없어서’ ‘왜’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 없어서, 아동성폭력 피해자인 나는 20여년 동안 잊지 못하고 그 사건들에 상처나고 상처내며 살아왔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받지도 못한 사건은 개인의 서사와 삶을 왜곡한다. 사건이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순 없어도 적어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왜’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는 2018년 4월,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산만언니(본명 이선민)의 책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라던 그녀의 말은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2021년, 참사의 생존자로서 그녀는 다시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푸른숲, 2021)는 2018년 4월, 온라인에서 회자된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산만언니의 책이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정부와 언론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했으나 제대로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세월호참사 당시 수사를 방해하고, 진실을 은폐했던 국가책임자 8인은 검찰에서 어떠한 수사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참사 당시 유가족,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했던 기무사 관련자 7인에 대한 재판도, 현재까지 일부 책임자에 대해서만 소속 부대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취지로 형법상 직권남용죄로만 법적 판단을 받고 있다.

 

당신 승객들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던 해경이 선원만 표적 구조하고 승객들은 거의 구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왜 구조하러 온 함정을 막아서고, 잠수사를 투입했다고 거짓말을 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였던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관련 사건의 책임자들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거나 세월호에 대한 조사조차 받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언론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세월호 재판기록 - 416연대

 

416act.net

 

아직 무엇하나 해결되지 않았으나 세월호를 지우려는 세력들이 부활하고 있는 2021년, 또다른 참사의 생존자인 저자가 말하는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줄 최소한의 예의’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냥 침묵이라도 해달라는 아주 소박한 바람일 뿐이다.

 

7월 22일. 365일, 366일, 365일. 365일, 365일, 366일 다시 365일, 98일 이렇게 2,655일이 지났다. 내가 시간의 길이만큼 멀어진 그 틈을 여전히 지켜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계속 진행중인 시간이다.

 

476명의 탑승객 중 최종 304명 사망, 미수습자 5명, 왜라는 질문조차 해결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말을 한다.

 

우리는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의 무게와 희생만큼 안전해지는 불행한 세상을 살고 있다. 제주 4.3사건,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등등 수많은 피들이 우리를 자유롭게 했다. 단두대에 섰던 서양 여성들의 투쟁으로 참정권을 얻었다. 세월호의 희생으로, 적어도 내가 사고를 당하더라도 구조하려는 시도는 하겠지 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자 나는 다시 세월호를 기억한다.

 

[필자 소개] 너울. 『꽃을 던지고 싶다–아동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2013)의 저자. ‘고통을 가장 잘 아는 자가 고통을 가장 잘 그린다’라는 말을 믿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가끔 글을 쓴다. https://blog.naver.com/neoul13

 

 

남은 인생은요?

미국에서 출판된 한국계 미국 이민자인 저자 성sung의 첫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아동기에 한국을 떠난 저자는 현재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이민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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