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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파리의 여자들’ 운영자 하이디 에반스 인터뷰(하)

 

[하리타의 월경越境 만남] 독일에 거주하며 기록 활동을 하는 하리타님이 젠더와 섹슈얼리티, 출신국가와 인종, 종교와 계층 등 사회의 경계를 넘고 해체하는 여성들과 만나 묻고답한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 투어 참가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하이디 에반스(오른쪽). 어깨에 <파리의 여자들> 로고가 박힌 에코백을 메고 있다. 에펠탑과 여성의 이미지를 결합한 재치 있는 로고가 인상적이다.

 

런던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파리의 여자들>이라는 시티투어 브랜드를 만들고, 대부분의 관광코스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여성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한 하이디 에반스(Heidi Evans).

 

그가 진행하는 버추얼 문학 투어에 참여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대면 투어 가이드가 불가능해지자 새로 만든 온라인 코스다. 생 제르망 데프레 구역에서 19세기 말~20세기 중반에 활약했던 여성 문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40분짜리 비디오 에세이와 실시간 퀴즈 및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하이디가 직접 만든 비디오에는 투어 코스 곳곳에서 찍은 가이드 영상과 하이디의 나레이션, 등장인물들에 관한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교차한다.

 

토론 주제 중 ‘유럽 언어에 내포된 성차별’이 나왔는데, 불어나 독어에서 ‘여성’(frau)을 뜻하는 단어가 ‘아내’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이성애-결혼-중심 사고를 꼬집었다.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폄하하는 욕설을 꼽아보기도 했다. 예상보다도 더 깊이 있는 인물과 공간에 대한 탐구, 또 정치적인 해설 덕분에 90분짜리 버추얼 투어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하이디의 ‘버추얼 문학 투어’가 소개하는 파리 여성 문인 계보]

 

*조르주 상드(George Sand; Amantine Lucile Aurore Dupin/1804~1876)

 

빅토르 위고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책 판매 기록을 보유한 작가로, 여러 계층과 규범, 성역할을 넘나들며 살았던 삶이 그의 글에 녹아있다.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서로 다른 계층이었던 부모 때문에 평민들 속에서 말 타고 사투리를 쓰면서 성장한 반면, 학교는 수녀원에서 다니고 18살에 기대에 부풀어 결혼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혼하고 20대 중반부터 글을 썼다.

 

상드는 영감을 얻기 위해 파리에서 남장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1800년에 나폴레옹이 만든 ‘크로스드레싱 금지법’이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허가증을 받아 남장을 하고 다녔다. 이 법은 2013년에야 폐지됐다. 현대로 와서 법이 적극 집행되진 않았지만, 구습으로 남아 수많은 사람들은 위법자로 규정한 셈. 조르주 상드는 무엇보다 다시는 결혼하지 않고 쇼팽을 비롯한 당대 유명인들과 두루 사귄 것으로 유명한데, 역사엔 ‘OO의 정부’로 자주 기록됐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1873~1954)

 

지금은 위대한 작가 반열에 있지만, 가정폭력과 심각한 여성혐오 공격을 받았던 생존자이다. 남편 이름으로 출간한 소설이 불티나게 팔렸지만, 인세 수입은커녕 감금당해서 글을 썼다. 이혼 후에도 판권을 갖지 못해서 생계를 위해 무대에 섰다. 연기와 연출, 글쓰기를 병행한 왕성한 창작자 인생이지만 고달팠다. 산업화 경제부흥기, 남성들의 구매력이 폭발한 시기여서 쇼 비즈니스는 잘 됐지만, 무대예술인 여성들은 ‘유혹자’, ‘창녀’로 낙인찍혀 교황청의 모욕을 당하고 스캔들에 시달렸다.

 

콜레트는 당시에 남장 여자 애인과 물랑루즈에서 키스를 하거나 드랙쇼 퍼포먼스를 해서 비난과 인기를 동시에 받았다. 말년에는 작가로서 남성 지배 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40년대 콩쿠르아카데미 여성 최초 회원이자 회장을 지냈다.

 


▲ 1919년 파리 최초의 영어서점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연 실비아 비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처음 출판한 인물이기도 하다. 출처: shakespeareandcompany.com


*실비아 비치(Sylvia Beach/1887~1962)

 

미국 동부 볼티모어에서 이주해 온 여성으로. 상속이나 가족 사업이 아닌 여성 창업가가 극히 드물었던 당시에 서점을 운영한 아드리안 모니에(Adrienne Monnier)를 만나 문학계에 입문했다. 아드리안은 낮 시간에 서점에 오는 여성들이 책은 많이 보지만 소득이 없어서 구매는 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대여 서가를 비치하고 곳곳에 앉아서 읽을 공간도 만들었다. 오늘날 북카페의 초기 형태인 셈. 실비아가 나중에 이런 사업 모델을 이어받아서 1919년 전 재산 300달러를 털어 파리 최초의 영어서점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열었다.

 

당시 파리에서 활동했던 작가나 독자들에게 집이나 가게를 아낌없이 내주는 관대한 사람으로서 아일랜드, 잉글랜드, 미국, 파리를 연결하는 비공식적인 대사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원고를 최초로 출판해준 대담한 사람이기도 한데, 지금 작가는 추앙을 받지만 출판인 실비아는 그 책으로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서점을 다시 열지도 못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 있는 현재 서점은 한 사업가가 <셰익스피어 컴퍼니> 브랜드를 인수해서 1951년에 재개업한 것인데, 실비아 비치를 기리기 위해서 딸 이름을 그렇게 짓고 사업을 물려줬다. 그러니까 지금 서점 사장이 다시 실비아 비치가 된 것이다.

 

*앙투아네트 푸크(Antoinette Fouque/1936~2014)

 

‘68혁명’과 같이 일어났던 파리의 여성인권 운동을 이끈 주역 중 하나로, 1973년 유럽 최초의 여성 출판사를 세웠다. 여성들이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출판 기회를 얻거나 작가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기에, 여성 작가만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번역서도 출간한 것이다. 지금도 프랑스에서 여성작가의 소설은 하나의 장르나 스타일로 묶이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대학 입학 시험인 바깔로레아 도서목록에 여성 작가의 작품은 단 하나뿐이라는 것. 그마저도 2017년에 교사들이 청원을 해서 그나마 한 권이 포함됐다.

 

푸크는 사실 시몬 드 보부아르에 앞서 성별 계급과 젠더의 사회화를 지적한 책 <두 개의 성이 있다>(There are two sexes)을 썼고, 정신분석학자로서 프로이드를 맹렬히 비판했다. 여성들의 심리적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끊임없이 주변화시키고 ‘딸=페니스가 없는 열등한 존재’로 설정했다는 것에 대해서. 푸크가 만든 출판사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있는데, 갤러리와 서점까지 같이 영업 중이다.

 

▲ 하이디 에반스의 ‘버추얼 문학 투어’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의 현재 모습. 1951년에 문을 연 이 매장은 설립자 실비아 비치가 직접 꾸렸던 공간은 아니지만, 방문자와 예술가들에게 너그러운 분위기나 대여 서가를 운영하는 방침, 오래 머물기 좋은 공간 배치는 설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다. 나도 오랜만에 서점을 다시 방문해 젠더 서가에 오래 머물며 많은 책을 펼쳐보았다. (촬영: 하리타)


하리타: 하이디 님은 저처럼 집에서 그렇게 멀리 떠나오지는 않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마찬가지로 이주민이죠. 20대 중반에 혼자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일을 꾸리면서 30대가 됐어요. 런던과 파리, 영국과 프랑스가 이웃나라여도 사실 문화적으로 많이 다르잖아요. 파리 생활을 통해 삶에서 배운 것, 달라진 점은 뭐가 있나요?

 

하이디: “파리에 산 지 7년 정도 됐지만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난 감각은 여전해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일부러 거기서 스스로를 밀어낸 것도 있고, 지금처럼 위기를 겪으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악명높은 프랑스의 비효율 관료주의 때문에 아직도 고생하고요. 사람들이 저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예상하는지 여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해외 거주자가 되어 봐야 ‘집 밖’에 무엇이 있는지 비로소 실감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저는 투어 가이드라는 직업상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을 계속 만났는데, 확실히 세상을 넓게 보게 됐어요. 가끔 런던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면 차이가 느껴져요.

 

그리고 파리 생활이 저를 좀 더 ‘공격적으로’ 혹은 ‘무례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런던이랑 많이 달라요. 흠, 뭐랄까...”

 

하리타: 혹시, 프랑스 사람들이 의사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고 비판이나 불평도 서슴없이 말한다는 맥락에서 하는 얘긴가요?

 

하이디: “맞아요. 런던에 돌아갈 때마다 충격을 받는 점이, 낯선 사람들끼리 dear, love, darling이라고 서로를 부르면서 굉장히 친절하게 대한다는 거예요. 파리에서는 ‘마담’, ‘무슈’라고 호칭을 쓰지만, 사람들 간에 거리가 있고 서로를 알아가기까지 시간을 많이 두는 편이에요.”

 

하리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안전 감각에도 차이가 있나요? 여성이라고 경험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인 체험과 인상을 말씀해주세요.

 

하이디: “저는 체구가 상당히 큰 편이어서 어딜 가나 신변에 위협을 느끼진 않는 편인데, 파리에 소매치기가 많다 보니까 소지품 걱정은 늘상 해요. 관광지에서 일하니까 테러 위험에도 노출이 되어 있어요. 파리에서 공공장소 성희롱을 덜 겪거나 덜 목격한다는 점을 들고 싶어요. 런던에선 성희롱도 그렇고 길거리 싸움이 더 잦았어요. 프랑스에서 몇 년 전에 ‘길거리 성희롱 처벌법’(2018년 8월 통과된 법안. 캣콜링, 스토킹, 통행 방해 등에 적용)이 생긴 덕분일까요? 법에 실효가 있는지 관련 통계를 알아보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런던(영국)의 경우, 알코올 중독이나 오남용 문제가 심해서 연령 제한이 강화되고 신분증 검사도 까다롭게 해요. 알코올 문제는 여성들도 많이 겪죠. 심하게 취해서 몸을 못 가누고 길에 쓰러지거나,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요. 그런데 파리에선 술에 심하게 취한 여성들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음식과 술을 같이 여유롭게 즐기고,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문화가 아닌 거죠.”

 

하리타: ‘파리’와 ‘페미니스트’ 하면 안나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이주민 출신으로 2001년부터 파리 부시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고, 2014년에 시장으로 당선됐죠. 지난 해엔 재선에 성공해 이제 대권 주자로도 회자되고 있어요. 노동법, 성평등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회당 소속 정치인이면서 기후위기와 여성.소수자 관련 정책에 적극적이어서 호감이 가요. ‘내일을 위한 파리’(Le Paris de demain) 정책 공약들은 한국에도 소개가 많이 되었어요. 하이디 님은 이달고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하이디: “저는 이달고 시장을 정말 좋아해요. 훌륭한 시정을 펼쳐왔다고 생각합니다. 거주자로서 제가 체감하는 변화들이 실제로 있었거든요. 2016년, 소위 ‘난민 위기’나 있었을 때 ‘불법 난민’들을 퇴거시키라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면서 수용 시설(파리 북쪽 포르트 드 라 샤펠과 근교 이브리 쉬르 센 2군데에 지어짐)을 먼저 마련해야 된다고 했어요. 시장으로 집권해 있는 동안 도시에 녹지 공간이 실제로 늘었고, 소음이 줄어든 곳들도 있어요.

 

이달고 시장이 논란이 될 때는 주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점이에요. 장기적인 안목에서 파리에 낫다고 판단한 것들을 강행하는 모습이 저는 존경스러워요. 센 강변에 일부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보행자 전용구역으로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비판이 거셌거든요. 교통 흐름을 다 망친다면서. 그런데 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숨통을 트여줬어요. 운하를 해변으로 바꾼 곳에서 저도 수영을 해봤는데 좋더라고요. 앞으로 센 강에서 전면적으로 수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데, 실제로 될지 궁금해요. 나무를 심겠다, 미성년자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한다는 공약 같은 건 다들 좋아하죠.”

 

▲ 파리 중심가 도로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 2014년부터 시장으로 역임 중인 여성 리더 안나 이달고는 환경과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타협 없이 펼치는 것으로 넓은 지지층을 확보해왔다.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구역, 대중교통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도 재선 공약이었다. 파리에는 2007년 공공자전거 대여제도 ‘벨리브’가 도입됐다. (촬영: 하리타)


하리타: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노숙인을 위한 시설이나 지원금을 확충한 것도 인상적인데요. 저로서는 앞으로 이주민이나 퀴어를 위한 정책들도 나올지 궁금해요. 그리고 또 가끔 프랑스에 오는 방문자로서, 눈에 띄는 게 주거 공약들이에요. 에어비앤비 3만호 매입 후 공공임대주택 전환, 사회주택 비율 확대, 신축 재개발보다 리모델링 우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실질 주거지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겠다는 건데, 정말 가능할까? 궁금해요. 지금 파리 집세나 주거의 질이 열악한 상황인 건 저도 올 때마다 체감하거든요.

 

하이디: “사실 런던에 비하면 파리 집세는 그나마 감당할 만한 수준이에요. 만약에 주변에 누가 소호(런던 중심가)에 산다고 하면 대뜸 월세 얼마냐고 물어볼 거예요. 통장에 몇 백만 유로가 있지 않는 한 런던 시내에 사는 사람은 없거든요. 파리에선 지대를 통제하는 정책이 아직까지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더 살만한 도시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런던에 비해) 방향성의 차이가 커요. 지금 파리 시정은 자본이나 금융을 우선 좇지 않고 실제 거주민들의 삶을 더 돌보고 환경을 살리는 방향이에요. 적어도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가 모델은 아닌 거죠. 거주민들이 다 쫒겨날 동안 거대 자본을 계속 끌어들이며 외연을 확장한 런던과 다른 길이에요.”

 

하리타: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라서 또렷하게 앞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파리의 여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하이디: “지금처럼 1인 체제로 지속하긴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요. 대도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자연에 가깝고 덜 혼잡한 소도시로 옮겨볼까 싶은 고민도 들어요. 이사를 가더라도 투어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생각해보려고요.”

 

하리타: 어떤 방식으로든 일과 생활이 지속가능하게 안정이 됐으면 좋겠네요. <파리의 여자들> 브랜드는 그만두기엔 너무 아까워요. 버추얼 투어에 썼던 비디오 에세이를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운영하거나, 투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책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파리의 여자들>을 보면서 <서울의 여자들> 같은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상상해봐요. 제 고향인 서울에도 무수히 많은 여성들의 고난과 창조성이 깃들어 있을 텐데, 그 이야기들이 아직 깊숙이 묻혀있네요.

 

하이디의 버추얼 투어는 맨 마지막에 일종의 ‘양해 말씀’과 함께 끝을 맺는다. 자신의 이야기에 유색인종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을 한계점으로 언급하면서, 몇몇 여성들의 사진과 이름을 슬라이드 쇼로 보여준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 그룹에서 좀 다른 정체성을 가진 나는 또 손을 들고 서슴없이 문제 제기했을 것이다. 하이디 에반스의 <파리의 여자들>과 나란히 이런 것들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와 계층이 역동하는 오늘의 파리를 더 폭넓게 담는 <파리의 퀴어들>, <파리의 이주민들> 같은 콘텐츠들.

 

시티투어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정치가 담길 수 있다. 장소를 통해 사람과 사건을 기억한다. 장소를 점유하는 권력, 그렇게 역사에 기록되는 자들이 지속하는 권력에 균열을 내면서, 새로운 역사가 지금 이 순간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고 상상해본다. 우리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 피로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이야기를 계속 해보는 것이다.

 

[필자 소개] 하리타(정세연). haritamoonrider@gmail.com 독일과 한국, 그 밖에 매일 여러 경계들을 넘나들며 사는 경계인 페미니스트 작가입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 <탈조선, 다음이야기>를 진행 중입니다! linktr.ee/Talda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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