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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남녀의 동등한 권리’ 헌법에 규정돼야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 9. 8. 15:48
개헌② 구조화된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성차별을 금지하는 것만으론 평등을 보장할 수 없어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성차별을 금지하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성차별을 발생시키는 구조, 그 자체가 변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굳어진 성차별적인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실질적인 성평등을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의 정책방향은 헌법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다. 이것이 헌법개정 과정에 여성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헌법에서 성평등을 규정하고 있는 방식을 점검해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개정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살펴보자.
 
우리 헌법은 제1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조항에 성평등의 원칙이 담겨 있다.
 
이 원칙은 여성근로에 대한 특별보호와 차별을 금지한 제32조 4항,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평등을 보장한 제36조 1항, 여자의 복지와 권익향상에 대한 국가의 노력의무를 특별히 규정한 제34조 3항 등 개별 평등권 조항으로 구체화된다.
 
여성‘보호’가 아닌, 남녀의 동등한 권리 명시해야
 
▲  헌법에서 "남녀는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할 필요가 있다.   © 일러스트-오승원
그러나 성평등 관련 조항은 몇 가지 문제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헌법 11조 1항에서 규정한 성평등권은 성평등을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포괄적인 평등권 속에 포함시키고 있고,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서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에 역부족이다.

 
성평등은 한 사람의 남성과 한 사람의 여성 사이의 평등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불평등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평등은 성차별을 금지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되며, 성차별적 법제와 관행을 없애고, 남성우월적 문화와 의식을 개선하며,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대표성을 확대하는 등, 이를 위한 사회정책적 투자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의 근로를 정당한 이유 없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선언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이러한 규정은 여성의 노동력에 대해 노동력의 기준이 되는 남성의 그것과 다를 뿐 아니라, 거기에 미달하는 열등한 노동력으로 해석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호한다’, ‘보호된다’는 발상의 이면에는, 남녀는 같지 않으므로 결국 동등하게 취급될 수 없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차별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이 독립규정으로 추가될 필요가 있다. 이는 성평등이 헌법적 질서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현행 평등권 조항도 성평등을 보장한다. 그러나 성평등을 독립규정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을 헌법에 담아내고, 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라는 점을 더 분명히 할 수 있다.

 
독일, 스위스 헌법 ‘성평등 실현이 국가의 목표’

 
이러한 규정만으로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남녀간의 불평등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남녀 간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조항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실질적 평등을 어떤 내용과 형태로 담아낼 것인가 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헌법을 참조해보자.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 국가는 성평등의 실질적 실현을 촉진하고 현존하는 불이익의 제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는 “남녀는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법률은 특히 가족, 교육 및 근로의 분야에서 양성의 법률상 및 사실상의 평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들 국가의 헌법은 성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국가의 목표라고 명시하고 있다. 성평등이 국가의 목표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가에게 양성의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고 현존하는 차별을 제거하는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서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를 실시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차별의 영향으로 인해 차별이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조치는 한시적으로 남녀를 다르게 취급하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기회의 평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실질적 평등을 위해서는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를 한시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를 개별 법령을 통해 규정할 경우, 역차별 등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가 실질적인 평등을 위한 한시적 과정이지, 역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헌법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별도의 성평등권 조항 만들고, 개별조항 통합해야

 
이렇게 성평등권 조항을 마련하게 되면, 현행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특별 조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여성에 대한 특별조항은 고용, 사회보장, 가족생활 등의 영역에서 여성을 특별하게 보호(보장)하는 것으로, 출산하는 성으로서의 여성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여성에 대한 보호규정이다. 이는 실질적 성평등을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에 대한 특별조항은 평등이라는 큰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통합하여 체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성평등권을 별도의 조항으로 추가하고, 개별 성평등권은 이 평등권 조항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좋겠다. 그 방식과 내용은 스위스의 헌법처럼 ‘모든 국민의 법 앞에 평등’과 함께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별도로 규정하고, 가족, 교육, 고용 등 특정 영역을 열거하여 법률상, 사실상의 평등을 확보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다.

 
가족, 교육, 고용과 같은 특정 영역을 열거하는 방식은 우리 사회와의 정합성이 고려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스위스가 가족, 교육, 노동의 영역에서 법률상, 사실상의 평등을 확보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할 수 있었던 건, 그 나라의 여성의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8/08/05 [13:00] ⓒ www.ildaro.com

<박선영님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일다 편집위원입니다. 일다는 개헌 과정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평을 시작으로, 헌법 개정방향을 제시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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