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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헌법은 제36조 1항을 통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헌법의 제36조 2항에서는 모성보호를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해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 잠시 살펴보자. 제헌 당시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여 혼인의 순결과 가족의 보건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제20조)고 했다. 제5차 개헌에선 “모든 국민은 혼인의 순결과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제31조)로 변경됐다.
그러던 것이 제8차 개헌에 의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제34조 2항)로 개정되었고, 1987년 제9차 개헌에 의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동성, 이성 불문하고 ‘가족을 형성할 자유’ 보장해야
헌법 제36조는 ‘이성애’를 근간으로 하여 근대가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미혼모 가족이나 혈연이 아닌 공동체 가족, 동성애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구성과 제도 밖의 가족 형태를 헌법적으로 승인하고 보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모성을 가족에 관련된 것으로 볼지, 여성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다. 모성을 보호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현대 가족의 특징은 근대 핵가족 모델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로서의 가족이 아닌,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한 행복추구의 장으로 그 개념이 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특정 가족의 모델을 제시하고 이것만을 인정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는 공동생활약정(PACS)법을 통해 동성, 이성을 불문하고 두 사람이 계약을 통해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을 법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동성결혼을 이성간의 결혼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는 국가들도 증가하고 있다.
시대적인 변화의 추이를 감안하면, 우리 헌법 제36조 1항의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과 유지’ 조항을 이성 간의 관계에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이성애에 기반한 근대핵가족 모델에서 탈피하고, 가족의 다양성을 헌법이 수용하기 위해서는 동성, 이성을 불문하고 그들에게 가족을 형성할 자유와 권리를 기본권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혼인과 가족구성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가족을 법적‧경제적‧사회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 보장의무를 지우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임신 수유뿐 아니라, 남녀에 부여된 ‘돌봄노동’으로 확대
한편 ‘모성보호’는 보호 패러다임이 성별분리와 이에 따른 성차별적 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성권’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성의 개념을 임신과 수유로 한정하던 것에서, 양육과 관련된 ‘돌봄노동’으로 확대하고,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권리이며 의무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 헌법조약안과 같이, 모든 사람에게 일-가족 양립을 위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취득할 권리를 보장하는 형태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며, ‘국가는 모성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형태로 모성권을 명시할 수 있다.
헌법은 그 사회의 인간상 또는 여성상 등을 투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상, 여성상을 형성해나가기도 한다. 여성을 ‘모성보호의 객체’에서 ‘모성권의 주체’로 재정립하는 것은 여성상의 변화임과 동시에, 모성권을 사회적 기본권으로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08/08/23 [01:33] ⓒ www.ildaro.com
<박선영님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일다 편집위원입니다. 일다는 개헌 과정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평을 시작으로, 헌법 개정방향을 제시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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