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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산점제 소모적 논쟁, 언론책임 커
합리적 대안 아닌 감정적 대립…언론도 마찬가지
 
“군필자의 희생이 여성에 의해 부정당했다는 정서적 분노를 넘어서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남성언론인의 숫자가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인숙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가 군가산점제 부활 안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는 누구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대군인 가산점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내려 폐지됐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이 발의한 병역법개정안이 국회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었다가, 17대 국회에 계류됐다. 이어 2008년 6월에는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7월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각각 병역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군가산점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4일 “군가산점제 대체입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군 복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언론의 관심 끌기용' 입법활동 아닌지 돌아봐야
 
특히 이 자리에서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됐다.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정평)는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라는 헌법상의 기본원칙과 각종 국제협약 등을 위반하는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된다는 것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군필자가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피해의식을 자극해, 다른 이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을) 입법한다 해도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에 또다시 헌법소원에 들어갈 것”이라며,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있는 입법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원회 의장도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논의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성적인 토론보다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라며, “군 복무자에 대한 재정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입법보다는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법안 위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군가산점제 부활에 대한 언론의 심정적 지지 ‘상당’
 
권인숙 교수는 위헌 소지가 높은 법안이 반복적으로 재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군가산점제를 발의하는 것이 “언론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어 법안 작성자로서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는 것.
 
권씨는 사회복무제의 여성참여와 관련해 언론이 보여준 태도를 예로 들며, “군가산점제 부활에 대한 언론의 심정적 지지가 상당하다”고 평했다.
 
2007년 7월 10일 국방부와 병무청이 발표한 ‘병역제도 개선’ 추진계획에서 여성과 관련한 부분은 한 줄로 ‘여성은 희망자에 한해 사회복무 기회 부여방안 검토’라고 적혀있었는데, 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상당히 감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 인터넷 기사의 제목은 “복무기간 22개월… 여성도 지원가능”이라면서 병역제도 개선과 관련해 여성부분을 강조했고, 한겨레신문의 경우 “여성도 원하면 사회복무”라는 제목 하에 “공무원 전형 가산점 등 혜택”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다음날 중앙일보는 “여성사회복무제 구체적 내용은”이라는 주제 하에 “군가산점제 부활 땐 여성복무자도 혜택”이라는 전면 기사를 실었다.
 
권인숙 교수는 이에 대해 “군가산점제의 부활을 합리화시키고 싶은 언론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적 태도”로 군필자 보상문제 다뤄야
 
문제는 언론의 “정서적 대응”이 군대와 관련해 형성된 집단적인 피해의식을 자극하며,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하도록 부추겼다는 점이다. 그 동안 제대군인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책 논의는 뒷전이었다.
 
권인숙씨는 “내가 언론인이라면 군필자 보상문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부터 하겠다”는 말로,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그는 “군가산점제의 소모적인 논쟁에 은닉하면서 군필자 보상문제의 국가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부각”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언론의 이성적 태도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2008/09/05 [10:36] ⓒ www.ildaro.com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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