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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텔레마케터, 여성유망직종?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09.07 14:56

텔레마케터, 여성유망직종?
낮은 보수와 열악한 고용환경에 시달려

노동부의 <여성유망직종 70선>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2002)의 <유망직업 33선>에 따르면 텔레마케터(Telemarketer)는 여성에게 매우 유망한 직업으로 향후 5년간 고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텔레마케터는 대표적인 여성 다수직종의 하나다. 2002년 현재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로는 여성이 93%, 남성이 7%를 차지하며, 연령별로는 20대가 45%, 30대 34%, 40대 12%이며, 학력 별로는 고졸이하 72%, 전문대졸 10%, 대졸 18%로 나타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002)

일반적으로 텔레마케터란 직업은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라고 생각된다.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는 ‘딱딱한’ 남성의 목소리보다 텔레마케터 업무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 때 여성의 목소리는 모든 여성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물건을 판매하는 아웃바운드의 경우 판매 물건에 따라 30~40대 여성이 제한적으로 취업이 가능할 뿐이다.

이러한 ‘목소리의 연령제한’과 함께 ‘목소리의 성별분업’도 존재한다. 소수의 남성 텔레마케터들은 ‘여성은 밤에 일하면 위험하다’는 통념에 의해 야간근무에 여성을 대체하기 위해 채용된다. 또 고객에 의해 요구되는 '신뢰감 있는‘ 남성의 목소리는 그 능력과 상관없이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업종에 따라 남성 텔레마케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남성 텔레마케터는 전문적 지식전달 및 전문영업이라는 식으로 ‘여성 텔레마케터의 단순서비스’와 거리를 두는 위계적인 이분화와 함께 설명된다.

이러한 인식은 텔레마케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여겨지는 통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 텔레마케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적합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텔레마케터는 특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업무에 대한 지식, 성격, 목소리,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내심, 성실함, 숙련도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텔레마케터들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일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는 노동자로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이상 작은 책상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쉴 사이 없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통화를 해야 한다. 하루에 수백 명 이상 통화하는 그 고객들은 대체로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난 상태의 고객이며, 이들의 불만은 텔레마케터에게 그대로 표현된다. 때로는 화를 내고, 욕을 하기도 하며, 성희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들의 ‘언어’는 엄격한 평가기준에 의해 통제되며, 그녀들의 통화내용은 모두 녹음이 되어 평가된다.

낮은 기본급과 평가에 의한 성과급 지급은 텔레마케터들이 ‘자발적으로’ 노동 강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동료들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고객에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일하고, 엄격한 평가기준에 의해 평가 받은 결과로 텔레마케터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02년 현재 텔레마케터의 평균 임금은 87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상위 25%는 100만원, 하위 25%는 7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002)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은 여성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취업 가능한 직종이라는 점에서 ‘유망한’ 직종이며, 스스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직업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고객만족’을 위한 지나친 감정노동의 요구, 그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의 강화, 그럼에도 낮은 보상체계, 높은 이직율 등을 볼 때 ‘괜찮은’ 일자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텔레마케터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결과적으로 유망한 직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러한 현실이지만 여전히 텔레마케터는 여성유망직종으로 홍보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보상에 비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포기하고 나간 자리에 또 다른 여성들이 ‘유망’직종의 꿈을 안고 진입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2~3년 이후 중국에 콜 센터를 설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이야기가 들린다. 콜 센터의 ‘단순 업무’는 중국 내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으로도 가능하며, 이들의 임금은 국내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찾아 자본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얼마 후에는 국내 기업 콜 센터의 ‘한국’여성들의 목소리가 ‘중국’여성들의 목소리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의 여성에게 ‘유망’했던 텔레마케터는 한국에서 더 이상 찾기 어려운 일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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