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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성차별 고용 사태, 재발방지책은 있는가?
‘고용 성차별 시정 정책도, 전문 기구도 부재’한 현실 지적돼
대전MBC에서 근무하던 두 명의 여성 아나운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채용 성차별’을 진정한 건 작년 6월 18일이다. 이들은 “대전MBC가 정규직 아나운서로 남성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여성을 채용하여, 여성 아나운서들이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임에도 임금, 연차휴가, 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 받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후 두 아나운서는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를 남겨두고 대전MBC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하차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사실상 부당 업무 배제였다.
올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전MBC 채용성차별 대책 마련, 진정인 정규직 전환 대책 마련, 위로금 지급, 본사 차원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9월 16일, 대전MBC는 ‘국가인권위의 성차별 인정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나, 정규직 전환 수용, 위로급 지급 불수용’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인권위 권고안이 일부 수용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6월 18일, 서울MBC 앞에서 열린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인권위 권고 이행촉구 기자회견’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와 같은 채용 성차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건, 우리 사회에 “고용 성차별 시정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9월 28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과 정의당 여성본부, 그리고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와 의미> 토론회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내용을 짚어본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은 ‘직접차별, 간접차별 모두 해당’
국가인권위는 대전MBC가 모집 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고용 형태를 달리한 ‘차별의사가 있었다’고 보았다. 이소라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연구위원장이 인권위의 판단에 대해 네 가지 근거를 설명했다.
첫째 “1997년부터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시기마다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고용형태를 변경하여 계약직으로 채용”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2000년 이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2006년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 승진과 여성 계약직 아나운서 1 인의 감소로 여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시기에도 정규직 모집을 하지 않았다.”
둘째 “반면, 남성 아나운서가 필요한 시기에는 정규직 아나운서를 모집, 공고하여 남성을 채용"했다.
셋째 “2014년부터는 계약직 아나운서 모집을 중단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고용형태를 전환했는데,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을 채용했다.”
넷째 “2018년에 남성 아나운서의 다른 부서 발령으로 공석이 발생하자, 정규직 아나운서 모집공고를 통해 정규직 아나운서로 남성을 채용”했다.
이소라 연구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는 설사 대전MBC의 주장대로 차별 의사가 없었다 하더라도,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신규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 4명이 모두 남성이고, 계약직 15명과 프리랜서 아나운서 5명 등 비정규직에는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의 결과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MBC 고용형태별 남녀 아나운서 채용 현황. 이소라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연구위원장의 ‘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사건의 법적 쟁점과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의 의미’ 발제 자료 중.
그리고 “인권위는 정규직과 프리랜서 아나운서라는 고용형태 자체만으로는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진정인들이 처한 방송환경과 근로여건, 급여 및 복리후생에서의 실질적인 처우 등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도 실시”했다. 그 결과 “정규직 아나운서와 다른 임금 체계를 적용 받은 결과, 1 년차 정규직 아나운서가 받은 연봉보다 5년차, 2년차 경력을 가진 진정인들의 수입이 더 적었고, 진정인들은 몇 년을 일하건 동일한 출연료를 지급 받는데 비해 정규직은 근속연수가 반영되어 기본급과 상여금이 상승하므로 그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으며, 승진에 따른 임금 인상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점, 기타 정규직에게 제공되는 복리후생 혜택도 얻을 수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대전MBC는 성별에 따라 고용 형태를 달리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채용 시 성별 균형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성별을 직접적인 이유로 하지 않고 외관상 중립적으로 보이는 모집 행위였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 고용형태별로 성별 간 현격한 격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하여 ‘간접차별’의 법리를 적용, 차별 행위에 해당함을 분명히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권위원회는 여성 또는 남성 아나운서를 일정한 숫자로 유지하면서 어떤 성별의 아나운서 수요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정규직 또는 프리랜서 고용 형태가 결정되었던 것에 대해 ‘모집 단계에서부터 차별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았고, 고로 이 사건의 채용 행위가 ‘직접차별’에도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고용 성차별’ 소송 건수는 왜 이렇게 적을까?
애초에 방송국에서 이런 채용 성차별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걸까? 대전MBC는 어떻게 여전히 이 사건을 채용 성차별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걸까? 고용 성차별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1988년부터 시행되었으며 1999년부터는 ‘간접차별’도 포함)도 있는데 말이다.
‘방송현장사이다’ 유튜브 [무늬만 프리랜서 ①] "채용 성차별 문제 제기, 돌아오는 건 하차 통보?"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의 증언! 중 (출처: https://youtu.be/P8t6NaSY0i4)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법이 채용 성차별을 방지하지 못한 이유로 1)고용 성차별 시정 정책의 부재 2)고용 성차별 관련 전문기구의 부재 3)채용 차별에 대한 기업의 낮은 인식 4)방송업계(및 기업)의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와 관행 5)노동조합의 역할과 관심 부족을 꼽았다. 고용 차별을 시정하는 정책과 전문기구가 미비하고, 만연한 성차별 문화로 인해 기업의 인식 또한 낮으며, 노조의 관심도 크지 않다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동하고 있다는 거다.
구미영 연구위원은 “노동위원회가 고용 성차별 사건을 관할한다면, 미국 EEOC나 캐나다의 연방인권심판소를 모델로 하여 고용차별 사건의 조사와 판단 관련해 전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조적 차별로 그 지속성, 반복성이 큰 경우에는 사회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차별시정기구가 직권으로 조사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EEOC는 100인 이상 민간기업 및 연방정부와 5만불 이상의 조달계약을 체결한 50인 이상 기업으로부터 성별, 인종별 고용 및 임금 현황 정보를 제출받는다. EEOC는 이 데이터를 상시적으로 분석하여 고용에서의 큰 격차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기업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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