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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나같은 일을 겪는 태국 여성들이 없길”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두 아이 데리고 한국을 떠난 태국 여성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본국으로 되돌아간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기획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이 기사의 필자 레티마이투(한가은) 님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태국에서 만난 ‘와’씨는 첫 인상이 인상적이었다. 자동차를 운전해오며 우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녀는 한국 남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둘을 혼자서 양육하고 있었지만, 인터뷰하러 온 이유는 아이에게 아빠를 찾아주거나 양육비를 받기를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태국의 엘리트 여성인 와씨가 겪은 일들은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배제, 그리고 차별이 얼마나 지독한지 보여준다.


조사팀은 태국에서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을 찾아가 현황을 듣고, 태국 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모색했다. 태국 여성기금(Foundation for Women) 방문 때의 모습.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태국에서 한국인 남자친구와 3년간 동거하며 출산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이 연애가 아닌 국제결혼중개업을 통해 짧은 시간에 만남을 가지고 서로 동의하면 곧바로 결혼 및 혼인 절차를 밟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몇 가지 정보만 알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와’씨는 출발점이 조금 달랐다.


그녀는 아이 아빠를 태국에서 만났다. 당시 그는 싱가포르에 유학하던 차에 태국에 여행을 왔고, 지인의 소개로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 와씨는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월 4천 달러급여를 받는 보수가 높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영어를 잘 하기 때문에 소통이 잘되어서인지 금새 친해졌고, 마음이 맞아 연애를 시작했다. 와씨의 어머니는 딸이 좋은 직장을 구해 막 일을 시작했는데 왜 한국 남자와 사귀면서 먼 한국에 가려고 하냐며 반대하셨지만, 와씨는 그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할 마음만 있으면 지리적 거리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그는 군입대 문제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와씨도 남자친구와 같이 유럽 유학을 가기 위해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독일 유학 비자를 받기가 좀 더 쉬었던 반면, 와씨는 태국 사람이기 때문에 비자 발급을 받기 어려웠다. 그가 먼저 유학을 떠났다. 와씨는 혼자서 그의 부모와 같이 2~3개월을 살았다. 그러나 마냥 남친 없이 그 집에서 머물기가 불편해 태국으로 돌아왔다.


남자친구는 2개월 동안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가족 몰래 태국으로 와씨를 만나러 왔다. 와씨는 어머니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제안했으나 그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3년 동안 두 사람은 와씨가 마련한 집에서 같이 살았다. 아이가 생겼고, 이윽고 남친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남친의 어머니가 태국으로 아들과 손자를 보러왔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아들을 닮은 모습을 보고서 어머니의 화난 마음도 누그러진 것 같았다. 남친의 어머니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태국에 온 김에 태국과 한국을 왕래하면서 사업을 벌였고 그 덕에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아이 아빠의 방치로,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


처음에는 몰랐지만, 와씨는 동거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자친구가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가 태국에서 장사하는 한국 친구와 동업을 했다가 사기를 당해 돈을 날려버릴 때부터였다. 그는 자신이 원했던 유학도 중단하고 태국에서 사기를 당한 것 모두 와씨 때문이라며 그녀를 탓했다. 와씨는 남친이 사업이 망해서 화를 낸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냥 받아주었다. 그는 자신이 사 온 강아지를 와씨가 안았다가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도 엄청나게 화를 냈고, 강아지가 마신 물을 와씨에게 던져 튀기게 했다. 감정 기복이 점점 심해졌고, 기분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왔다갔다 했다.


처음에는 그가 왜 그러는지 알지 못했다. 둘째가 생기자 그는 정말 잘 대해주는 것 같았지만, 곧 달라졌다. 와씨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무시하고 낮게 보는 경향이 있음을 느꼈지만, 그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고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017년, 와씨는 아이 아빠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폭행의 증거를 남기거나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 않았다. 남친이 외국인이어서 폭력으로 잡혀가면 태국법으로 처벌받고 여기서 체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남친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아이들과 한국에서 살았을 때, 와씨와 아이들은 남친의 부모가 장사하는 곳 한쪽 방에서 지냈다. 그런데 아이들도, 와씨도 비자가 없는 상태로 3개월 무비자 기간이 초과되자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했다.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 서류를 다 준비했지만 남친은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았다.


와씨와 아이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으려면 남친과 혼인신고를 한 후 국제결혼가정으로 F-6비자를 받고, 아이들은 한국 국적자로 신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를 데기고 한국까지 왔는데 혼인신고는커녕 와씨와 자녀들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미등록자가 된다는 것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가기도 쉽지 않다. 설사 어린이집 원장이 받아준다고 해도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사 전체 보기: 두 아이 데리고 한국을 떠난 태국 여성




트라우마, 가족, 중독 그리고 몸에 관한 기록 『남은 인생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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