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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결혼이민자에게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몽골 젠더평등센터 히식 바이얏 인터뷰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본국으로 되돌아간 <귀환 이주여성을 만나다> 기획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귀환 이주여성들에게 기댈 언덕이 있을까?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힘들어지면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왔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본국으로 돌아간 아시아 각국의 귀환 이주여성들과 만나면서, 과연 이들이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가족과 친지 외에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한국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살면서 문제를 겪을 때 이주여성인권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이 있다. 그런데 귀환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본국에 재적응하는 과정에서 힘겨운 일을 겪을 때 어디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 조사팀은 몽골에서 여성을 위한 기관 세 곳을 방문했다.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인권과 여성센터, 폭력방지센터, 그리고 젠더평등센터다. 이중 몽골 여성의 국제결혼에서 인권침해나 인신매매성 이주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은 젠더평등센터였다.
몽골 전경. 몽골 NGO인 젠더평등센터는 중국과의 인접 지역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를 방지하는 사업도 펴고 있다. (출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몽골 젠더평등센터는 주로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중국과 인접해 있는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에 대응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의 개발협력사업 일환으로 몽골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아동 성매매’ 방지사업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젠더평등센터는 한국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예비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쫓기듯 귀환한 몽골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곳도 이곳이었다.
한국 정부가 지원한 ‘예비 결혼이민자 교육’ 2017년 중단돼
한국에서는 최근 십수 년간 국제결혼이 증가함에 따라 결혼이주여성들의 열악한 사연들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후인 마이 씨가 한국에 입국한 지 한 달 만에 한국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결혼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인권침해 문제를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아시아 현지의 예비 결혼이민자 대상 사전 교육을 실시했다.
‘외국인이 본국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후 현지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을 한국 정부는 ‘예비 결혼이민자’라고 부르는데, 여성가족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알아두어야 할 생활문화와 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전 교육프로그램은 일차적으로 베트남, 필리핀, 몽골 세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몽골의 경우 현지 젠더평등센터에 위탁하여 실시했는데, 이 교육을 통해 예비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서 배우자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번호(1577-1366)를 안내받았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2017년, 몽골에서 이 사전 교육프로그램을 중단하였다.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숫자 대비 예산에서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몽골 젠더평등센터에서 활동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젠더평등센터는 부설 기관 ‘믿음의 전화’를 통해 귀환 이주여성을 상담해오고 있다. (출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우리 조사팀은 젠더평등센터를 방문해 십 년 넘게 사업 총괄을 맡은 히식 바이얏 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바이얏 씨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끝나 더이상 예비 결혼이민자 사전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오는 여성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젠더평등센터는 부설 기관 ‘믿음의 전화’를 통해 이 여성들을 상담하고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한계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라고.
몽골 젠더평등센터 히식 바이얏 활동가 인터뷰
히식 바이얏 활동가의 얘기에 의하면 2007년까지는 1년에 약 5백~6백 명이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했다. 몽골에서 국제결혼을 한 사람 중 90%가 한국인과 결혼했다고 한다. 지금도 몽골의 국제결혼 비율 중에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한국 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사전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한 2008년부터 2017년까지는 결혼이주가 급격히 감소했다. 2017년 통계에 의하면 1년에 80명 정도로 확 줄었다.
-몽골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과 국제결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에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류 바람이 불면서 ‘나도 한국에 가면 살 수 있겠다’며 결혼이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고 국제적인 이유가 있다. 중국이 더 가깝지만, 역사적인 관계 때문에 몽골 사람들이 중국을 꺼리는 부분이 있고 한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결혼을 통한 이주뿐만 아니라 유학, 일자리, 관광 등 다양한 사유가 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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